부족지 - 몽골제국이 남긴 '최초의 세계사' 라시드 앗 딘의 집사 1
라시드 앗 딘 지음, 김호동 옮김 / 사계절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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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몽골의 지배를 받던 이란에서 칸의 최측근으로 재상의 직책을 수행한 ‘라시드 앗 딘’에 의해 쓰여졌다. 집사는 몽골 군주의 칙령과 후원을 받아 집필되어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원자료를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원제목은 ‘연대기의 집성’으로 몽골 제국을 건설하고 통치한 군주들의 연대기를 종합하였을 뿐 아니라 중국, 인도, 아랍, 투르크, 유럽, 유태 등 여러 민족의 역사들이 집대성되어 가치를 더한다. 집사가 ‘최초의 세계사’라고 불리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고 한다.


라시드 앗 딘은 이란 중부 하마단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나 제약과 의술을 익힌 뒤 몽골 군주가 ‘일 칸’인 시기에 궁정에 나아가서 ‘가잔 칸’ 시기 이후에는 문관으로는 최고직인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는 인물이다. 안타깝게도 1318~19년 일 칸국의 군주를 시해했다는 고발로 처형되고 말았다. 


가잔 칸은 라시드 앗 딘에게 몽골제국사만 집필하도록 하였는데 가잔 칸이 사망할 때까지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즉위한 울제이 투 칸이 기존에 집필하던 몽골제국사의 내용은 ‘가잔 사’로 명명하고 자신의 치세 이후 벌어진 일과 세계 각 민족의 역사를 넣어 2부 내용으로 삼고 각 지역의 지리적 특징을 3부 내용으로 하도록 함으로써 집사의 내용이 처음과는 달리 확장되었다. 


‘집사’ 제1부 원문의 제목은  ⌜투르크 종족들의 흥기에 관한 역사와 그들이 여러 부족으로 갈라지게 된 상황에 대한 설명•각 부족 조상들의 정황에 대한 전반적인 서술⌟로 되어 있지만, 편의상 학자들은 이를 ⌜부족지⌟라고 부른다. ⌜부족지⌟는 배치상으로도 ‘집사’의 첫머리에 나올 뿐만 아니라 집필 시기 면에서도 다른 부분들에 비해 가장 먼저 집필된 것으로 보인다. - P35


당시 일 칸국의 몽골 귀족들은 선조의 이름이나 업적을 대부분 아는 경우가 드물었고 이를 위해서 자신들의 뿌리에 대한 내용을 기록할 필요가 있었다. ⌜부족지⌟는 2권에 나오는 몽골 제국의 역사에 관한 인물에 대한 배경 지식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부족지⌟의 내용은 유목집단의 구성에 따라 오구즈족, 몽골이라 불리게 된 투르크족, 투르크족, 원래부터 몽골이라 불리던 종족 이렇게 4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구즈족은 노아의 증손자라고 하는 전설의 인물 오구즈가 이슬람으로 개종할 때 그와 함께한 집단과 그 후손들로 이루어져 있다. 투르크족은 오구즈와 연합하지 않은 이들 중 스스로를 몽골이라 부른 집단이냐 아니냐에 따라 구분이 지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애초부터 몽골이라 이름불린 집단이 있다.


라시드 앗 딘에 의하면 이들 네 집단은 모두 아불제 칸의 아들인 딥 야쿠이의 후손이라고 한다. 아불제 칸은 성경과 코란에 나오는 노아에 해당되고, 딥 야쿠이는 야벳에 해당된다. 따라서 ⌜부족지⌟에 보이는 종족 관념은 노아의 아들 셈이 아랍 유태 민족의 조상이 되었고, 함이 흑인들의 조상이 되었으며, 야벳이 투르크인의 조상이 되었다는 서아시아 주민들의 전통적인 이해방식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P37


⌜부족지⌟를 통해서 이 네 부족에서 배출된 중요 인물들과 후손들에 대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각 부족의 계보가 무척 복잡하기 때문에 인물들의 계보를 단 번에 그려낸다는 것은 무리다. 그저 참고서를 하나 얻었다 여기고 2권 이후 다양한 역사적 일화들을 확인할 때 도움을 받는다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각 부족은 칭기스칸이 제국을 건설하는 과정에 동참한 집단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았던 집단이 있기 때문에 칭기스칸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구르 종족은 무함마드 무스타파의 시대에 무슬림이 되면서 유일신을 믿는 집단이 되었다. 오구즈와 그의 아들 이후 오랜 동안 그 종족으로부터 많은 군주들이 나왔고, 각 시대마다 24개의 지파로부터 강력한 군주가 출현하였으며, 군주의 자리는 오랜 기간 동안 그의 가문에서 떠나지 않았다. (…) 그들의 통치와 지배는 이란 땅에도 미쳤다. (…) 또한 위구르족 역시 이 투르크 집단에 나왔고, 거주지가 몽골 지방의 경계와 가까우며, 그들이 오구즈의 사촌들에게서 나왔다. - P122~123


오래 전에 몽골화된 투르크족들은 저나름의 별칭과 이름을 갖고 있었고, 독자적인 지도자와 아미르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잘라이르 오이라트 타타르와 다른 종족들처럼 그 각각에서부터 지파와 부족이 다시 갈라졌다. 그들의 목지와 거처는 정해져 있었고, 그들의 외모와 언어는 몽골의 외모와 언어와 흡사했다. 그때는 몽골의 지파가 투르크에 속하는 한 종족이었지만, 지금은 그들의 성공과 막강함과 용맹함으로 인하여 다른 종족들도 모두 이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 P125


투크르족들은 각각의 종족에 군주와 지도자가 있었고, 정해진 목지와 거주지가 있었으며, 그들은 각기 몇몇 종족과 지파로 나뉘어져 있었다. 앞에서 설명한 또 다른 투르크인들과 몽골계 투르크인들은 오늘날 이 종족에 대해 별다른 경외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몽골의 군주인 칭기스 칸의 일족이 지고한 주님의 힘에 의해 그들을 정복하여 눌러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이 종족들이 투르크의 [다른 어떤] 집단들보다 더 중요하고 웅대했으며, 강력한 군주들도 있었다. - P195


니르운 몽골은 알란 코아가 남편인 도분 바얀이 죽은 뒤 출산한 자손들에게서 나온 종족이다. 알란 코아는 남편이 죽은 뒤 빛에 의해 임신하여 세 아들을 출산했다고 한다. 칭기스칸은 6대 선조인 카불 칸의 손자이자 칭기스칸의 아버지인 에수게이 바하두르의 아들이다. 

칭기스 칸의 부친인 이수게이 바하두르의 자식들은 ‘보르지킨 키야트’라고 불리는데 투르크어에서 ‘보르지킨’은 회색빛 눈을 지닌 사람을 뜻하며, 그들의 피부색은 누런 빛을 띤다. 그들이 얼마나 대담하고 용맹했는지, 그 용맹함은 본보기로 이야기될 정도였다. 종족들이 서로 전투를 벌이게 되면 그들에게 매달려 청원하고 공납과 선물을 바치면서 그들의 힘과 용맹을 [보태 줄 것을] 간청했고, 그들의 지원과 도움으로 강력한 적을 정복하고 패배시켰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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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24 ] The Wars of the Greeks


Greece’s War With Persia

페르시아인들이 그리스를 침략했다. 페르시아인들은 그리스 땅의 대부분을 정복했으나 몇몇 도시는 수중에 넣지 못하고 있었다. 페르시아인들은 그리스에 메신저를 보내 “우리는 페르시아 대왕이 보내서 온 사람들이다. 이 땅을 원하는데 동의한다면 흙과 물을 보내라.” 아테나인들과 스파르타인들은 분노했고 메신저를 우물에 던져버리자 페르시아는 예상대로 싸움을 걸어왔다. 첫 전투는 마라톤에서 시작됐다. 아테네군은 스파르타에 도와달라 요청했으나 축제 기간동안은 참여할 수 없다고 군대 보내기를 거부했다. 아테네인들은 홀로 페르시아군을 상대해야했으나 불굴의 의지로 전투에 승리했고 마라토너인 Pheidippides는 마라톤에서 26마일의 거리를 경주하여 마라톤에 도착했으나 힘이 다 빠져 사망했다. 여기에서 오늘날의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살라미스 전투에서는 아테네군과 페르시아군이 합심하여 페르시아군의 공격을 막아냈다.


The Greeks Fight Each Other

그리스는 대리석으로 된 건물을 많이 지었는데 거기에 화려한 friezes(=pictures, carved in marble)를 새겨 넣어 실감나는 전투 묘사를 해 놓았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은 종식되었으나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다른 폴리스가 더 강해질 것을 모두 두려워했다. 평화 대신에 그들은 싸움을 택했다. 둘 간에 펠로폰네소스전쟁이 25년간 이어지게 된다. 아테네인들은 스파르타의 강한 공격력을 알았기 때문에 성에서 방어하며 싸우려 했고 스파르타는 아테네군이 성에서 나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전염병이 돌더니 아테네군의 많은 이들이 사망했다(이때 페리클레스도). 아테네의 알키비아데스는 “전투에 나설 자 나를 따르라!” 로 아테네 군인을 모은 뒤 스파르타 주둔지를 함께 공격했다. 그러나 아테네 남성들은 전투력이 약했고 스파르타군이 그들을 무찔렀다. 알키비아데스는 아테네인들에게 분노하여 아테네를 버리고 스파르타 캠프로 넘어간다. 그러더니 “나는 폴리스로 가는 비밀 통로를 알고 있다.” 스파르타인들은 그의 말대로 몰래 아테네를 침투하여 아테네인들을 사로잡고 전투에서 승리하게 된다. 


[ Ch 25 ] Alexander the Great


Philip and His son

마케도니아에 필립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그리스를 정복하는 것으로 부족하여 소아시아와 페르시안 제국까지 넘보았다. 그러나 페르시아를 공격하기 전 사망하고 만다. 그 소원은 아들인 알렉산더가 물려받게 된다. 

알렉산더의 어릴 적 일화가 있다. 부케팔루스라는 검은색 종마를 얻은 일이다. 그는 다루기 어려워서 아버지 필립왕 조차 포기한 놈이었다. 그는 말이 자신의 그림자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이용해 부케팔루스를 자신의 말로 삼는다. 부케팔루스는 알렉산더가 나간 전투 어디든 따라다녔다고 한다. 알렉산더는 이후 정복하러 나간 소아시아 땅에서 “고르디언의 매듭”이라는 전설의 매듭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고르디언의 매듭을 풀어야 소아시아를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몇 백명의 사람이 시도해보았으나 성공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고. 알렉산더는 칼로 slice the knot in half 로 매듭을 풀고 소아시아 뿐 아니라 이집트, 페르시아 제국까지 모조리 제압했다고 한다. 전설의 예언이 실현된 것이다.


Alexander’s Invasions

알렉산더의 정복 사업에 차질이 빚어진다. 인도 앞이었다. 점점 더 많은 군인들이 죽어나가면서 군인들이 싸움을 거부했다. 알렉산더는 멈추고 싶지 않았으나 그는 결국 그들의 요구에 굴복하고 인도에서 더는 나아가지 않기로 한다. 

알렉산더는 후대에 자신이 위대한 통치자였음을 알리기 위해 수년간 도시를 건설한다. 이집트에 자신의 이름을 딴 알렉산드리아가 있다. 오늘날 이집트 관문 도시이기도 한 알렉산드리아는 상인들이 배를 타고 들락날락하기 좋았다. 그러나 그는 살아 생전 알렉산드리아가 건설되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가 죽고 나서 알렉산드리아에는 유명 학자, 작가들이 사는 미술, 음악, 교육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알렉산드리아에는 330 피트 높이의 등대인 파로스 등대가 존재한다. 이것이 the Seven Wonders of the Ancient World 중의 하나다. 아쉽게도 오늘날 등대가 남아 있지 않다. 최근에 다이버들이 알렉산드리아 항구 바닥에서 돌덩어리를 찾아냈는데 그 등대의 일부분이라고 한다. 


The Death of Alexander

알렉산더는 20살 때 왕이 되었고 불과 11년 동안 제국을 다스리는 왕의 지위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군대가 약해지는 것을 느끼고 원정을 나가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몸이 점점 약해지면서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 한다. 장군이 그를 보러 왔을 때 눈만 깜빡였다고. 사인은 독살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말라리아에 의한 사망이라고도 하지만 정확히 알 수 없다. 아무튼 그는 유리관에 들어가 알렉산드리아로 보내졌고 알렉산드리아에 석관으로 모셔졌다. 그가 죽고 나자 소아시아 북부와 마케도니아를 한 사람이 다스리고 다른 한 사람, 프톨레마이오스는 이집트를 넘겨받는다. 그리고 세 번째로 셀레우코스가 소아시아 남부를 넘겨 받고 인도까지 영토를 섭렵하게 된다. 그 후손들은 셀레우코스인들과 시리아인들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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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10-14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금전에 한 챕터 클리어 했습니다ㅎㅎ 약간 어려워지는것 같긴한데 역사 이야기라 흥미진진해서 완독할 수 있을거라 생가합니다. 화가님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3-10-15 16:03   좋아요 1 | URL
내용이 길어지기도 하고 어려운 단어들이 더 늘어나죠. 그래도 이 책을 완독하고 나면 기본적인 고대 역사의 흐름은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미미님!

독서괭 2023-10-14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쭉쭉 달려가시는 화가님! 저도 좀전에 20챕터 읽었어요. 끝까지 함께 해요~~

거리의화가 2023-10-15 16:04   좋아요 1 | URL
남은 내용이 아직 많아서 거의 매일 한 챕터 읽어야 겨우 끝낼 수 있겠더군요. 괭님도 힘내시고요! 화이팅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10-15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읽으셨네요?
추석 쇠고 나니 뭔가 더 분주해져 여기 저기 쏘다니며 볼일보느라 읽기에 영 진도가 붙질 않네요. 겨우 한 챕터씩 읽고 있는데도 전 아직 13챕터네요.^^;; 부지런히 읽어야하는데 말입니다. 일단 읽는 게 급해서 기록을 미루다 보니 나중에 이걸 어떻게 정리하나? 싶지만, 읽을 수록 역사 이야기는 재밌네요.^^
암튼 화가님만 쫓아갑니다.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10-16 09:13   좋아요 1 | URL
날씨가 요새 정말 좋아서 책 읽기에 더 힘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결혼식도 많을테고 여기 저기 행사가 많을테죠. 정리 안하면 나중에 다 잊어먹어서 저는 읽고 바로 쓰고 있어요. 읽을수록 재밌으시다니 제가 왜 기분이 좋은거죠?ㅎㅎㅎ 나무님 화이팅입니다!
 

사람들은 거리 성매매가 ‘가장 비천‘ 해서 그 이하로 전락할 곳은 없다고 간주하며,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후에 성매매를 연구한 국제 연구 결과들을 접했을 때, 거리 성매매가 아닌 다른 유형의 성매매와 성산업에서 폭력이 더욱 만연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시애틀의 한 연구는 스트립 클럽, 마사지 숍, 포르노물제작 산업에 유입된 여성들이 거리 성매매에 유입된 여성들보다 삶의 조건들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적고, 폭력을맞닥뜨리게 될 위험이 더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P119

성매매 업소나 에스코트 에이전시에 있으면 어떤 구매자를 만날지 결정할 수 있는 통제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알고 있었다. 승자하기 전에 성구매자를 볼 기회가 있는 거리에서의 상황과는 다르다.
이런 이유로 거리 성매매 여성의 자율성이 가장 크다.
이는 거리 성매매여성을 가장 불행한 부류로 묘사하는 일반적 생각과는 대조된다. 성매매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다른 면에서 운이 좀 없더라도 거리 성매매에서 가장 자율성이 높다.
이것이 바로 1993년도 성범죄법이 거리 성매매 여성들에게 충격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이다. 처음부터 별로 많지도 않았던 자율성 중 일부가 강탈되었다. 믿기 어렵게도그 법령은 성매매를 하는 남성이나 여성, 혹은 성매매 자체를 처벌하지 않았다. 그 법령은 성매매를 목적으로 유인하는 행위를 불법화했다. 유인한다는 말은 성구매를 하려고혹은 자기 자신을 성매매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돌아다니는행위를 뜻하는 법률 용어이다. 따라서 그 법안은 거리 성매매 여성들만을 범죄시하고, 표적으로 삼았다. 이는 성매 - P120

매를 실내로 몰아넣는 뚜렷한 결과를 초래했다(의도됐다고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이 더 이상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갈 수 없게 되었고, 부작용으로 과도한 고통을 야기했다. 처음으로 삽입 성교를 시작해야만 했다. - P121

여성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스트립 쇼를 해가 없는 구경거리로 여긴다. 그렇지 않다. 음란하고 외설스러운말들을 아우성치는 술 취한 남자들 50, 60명 가운데 서서그들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층들을 천천히 벗겨낼 때, 심장이 가슴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리는데 무해하거나 재밌지 않다. 정신적으로 철저히 침범된다. - P125

성매매를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뒷받침될 수없는 이유는 우리가 성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적인 이유로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성적인 요소는 즐길 수 없었고 견뎌야 했는데 우리가 진정으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더라면 업주에게는 빈 업소가, 성구매자들에겐 빈 필름이 남았을 테다. - P127

여기서 타락의 상호작용이라 함은 심리적으로 취약한남성의 마음이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성매매 여성이고의적으로 이용하여 조종한다는 점과 관계가 있다. 인위적인 조작을 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종류의 남자에게는 필수적으로 그렇게 하게 된다. 성매매에서는 이를 수행해내는 능력이 요구될 뿐이다. 이것이 성매매 여성이 일종의 자율성을 지닌다는 증거는 아니다. 이런 종류의 구매자는 조종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주인‘을 알아봐야만 한다는증거일 뿐이다. 한 가지 이유이다. 그것이 성적으로 그를흥분시키기 때문이다. 여성이 실제로 통제력을 가진다기보다 그렇게 인식하고픈 남성의 필요가 그 중심에 있다. - P133

서로에게 해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양쪽모두 알면서도 그중 누구도 신경 쓸 자비심은 없다는 점은타락이 상호작용하는 또 다른 본질이다. - P137

성매매 구조 속에서는 기본적으로 성적 동등함이나상호 존중이 없으므로, 진정한 관계를 맺기 희망하고 찾아다니는 사람은 성과 없이 계속 실망할 것이 뻔하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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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66
발해 태수로 봉해진 ‘공수’가 백성들을 안민하며 자리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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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양이현정 옮김 / 현실문화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부끄럽지만 이 책의 제목을 얼마 전 처음 알게 됐고 저자의 이름도 마찬가지로 낯설었다. <여전히 미쳐있는>의 참고도서로 포함되어 있던 책이었으나 오래된 책이라 과연 신선할까 싶어 망설여졌다. 그러나 제목이 흥미롭기도 했고 빈도수 면에서 꽤나 여러 번 거론되길래 읽어보게 되었다. 


책에는 스타이넘이 쓴 에세이나 칼럼, 인터뷰 등이 실려 있다. 책의 제목과 같은 <남자가 월경을 한다> 글은 놀랍기는 해도 개인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물론 당시는 지금보다 더 놀랐을 법한 글이다). 오히려 1부 뒤의 내용인 트랜스젠더와 성기에 가해지는 범죄는 현실적이어서 끔찍하게 느껴졌다.


성기를 절단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너무나 어린 여성들의 생식기가 잘려나가는데 감히 그 고통을 짐작할 수가 없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아픔이 느껴지는 듯했다. 여성에 대한 철폐, 반인권적인 행태를 이유로 1990년 이후 권고안이 통과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그 지역 여성들이 주도하는 운동이 시작된 것은 정확히 1979년 2월이었다. 수단 카르툼에서 열린 역사적인 회의에는 아프리카와 아랍의 10개국대표들(외과의사, 산파, 보건 공무원 등)이 참석했고, 그 밖의 많은 나라들은 대표를 보낼 수는 없었지만 지지를 표명했다. 이 회의는 세계보건기구동지중해 지역사무국이 수단 정부의 도움을 받아 개최한 것이었다. 이 회의의 이름은 조심스럽게도 "여성과 아동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전통적 시술에 대한 세미나로 정해졌다. 구체적인 주제들은 아동 결혼, 임신 수유기동안의 음식 금기, 그리고 성기절단이었다. 회의의 결과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권고사항이 정해졌다.

1. 국가정책으로 여성 할례를 폐지할 것.

2. 여성 할례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취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위원회를 설치할 것.

3. 성기 절단 시술의 위험과 불필요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

4. 산파, 치료사 등 의료 시술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 - P55~56


1990년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CEDAW 준수를 감시하는 UN 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권고안은 여성 성기절단이 여성에게 해롭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권고안은 여성 성기 절단은 단지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 P60


3부는 다섯 명의 여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 명의 연예인, 포르노 배우, 두 명의 정치인, 그리고 페미니스트이다. 


최근 들어 마릴린 먼로의 생애는 재주목받았던 것 같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최고의 스타가 되었지만 외모로만 자신을 평가하는 사회에 그녀는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을 법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무엇보다 끔찍하지 않았을까.  


영화, 사진, 책 등에서 그녀는 오로지 남성의 눈에 비친 마릴린이었고, 그것은 그녀가 죽고난 후에도 변함이 없다. 우리가 노마 진 베이커 (마릴린 먼로의 본명)를 돕기에는 너무 늦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그녀가 바라던 일을 할 수는 있다. 그녀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우리가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 P130


'린다 러블레이스'의 진실은 들여다보기 끔찍했다. 그녀를 고용한 인간은 고용자를 가장한 범죄자 수준이었다. 그 참혹한 현장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2부에 포르노그라피 내용을 읽고 이 내용을 읽으면 자연스레 포르노는 없어져야 할 악임을 충분히 느끼게 된다. 


"이제서야 나는 사람들이 왜 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지를 알 것 같다. 예전에는 나도 강간당하는 여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난 마음 속으로 ‘나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어. 나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지 않을테니까 말이야.‘ 라고 생각했었다. 이제 나는 그 생각이 ‘나라면 눈사태가 나지 않게 할 텐데‘ 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걸 안다." - P138


신체적 학대 때문에 생긴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음으로 인한 괴로움을 당한 후에, 린다와 남편 그리고 10대 자녀 두 명은 뉴욕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용하게 살고 있다. 그녀는 아직도 매체에서 납치, 살인, 가정 폭력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움을 겪지만, 그래도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기 위해 멀리 다른 주로여행하기도 하며 성매매와 포르노그라피의 현실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법정에 서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자기 삶을 바치는 것은 치유의 마지막 단계이다. 아직도 <목구멍 깊숙이>를 만든 사람들에게 피해액을 받아내거나 그것의 배포를 중단시킬 법적인 방법은 없다. - P145


‘포르노그라피‘ 라는 말은 그리스어 ‘포르네‘ (매춘부나 여자 포로)와 그래포스(서술, 묘사)를 합친 것이다. 그러므로 포르노그라피의 언어적 의미는 ‘성을 사는 것을 묘사한 것‘ 이며, 권력의 불균형, 성노예화를 함의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묘사하는 것도 포르노그라피의 정의에 포함된다. - P104


인종차별주의 주장은 조직적인 학살과 폭행 등의 행위로 이어지고 그 행위까지 정당화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폭력적인 영화를 보는 것은 폭력을 더 많이 용납하게 만들고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도 높인다는 사실이 실험 결과 밝혀졌다. 모든 인종의 여성들에 대한 성적인 폭력을 정당화하는 선전물 역시 집단 혐오의 한 형태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포르노에 대해서만은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포르노는 남성의 공격성을 만족시키는 "안전" 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포르노가 없으면 남성의 공격성이 실제로 발휘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포르노도 폭력을 미화하는선전물들 중 하나이다. 그런데 왜 그것만은 폭력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걸까? - P108


앨리스 워커에 대한 인터뷰는 개인적으로 가장 소득이 많았고 대표작인 <컬러 퍼플>을 정말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흑인 여성들이 그녀에게 기대하며 책을 읽는 마음도 이해할 것 같았으나 결국 워커의 작품이 지향하는 바는 모든 여성을 향한 것이기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언제나 대중은 지도자보다 앞서나가고 독자들은 학자나 비평가보다 앞서나간다. 구하기 어려운 앨리스 워커의 책들을 찾아보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흑인 여성들이고 그 점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그녀의 작품이 경험을 거쳐 보편성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용감하게도 흑인과 백인의 섹스나 아프리카의 여성 억압 같은 미묘한 주제에 대해서도 글을 쓰고 있다. ("그녀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당신은 조금도 이해할 수없을 거예요."라고 스펠먼 대학의 흑인 여학생이 눈에 눈물을 머금고 내게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흑인이 아닌 다양한 여자들도 개인적으로 앨리스워커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일과 자기 생각을 갖는 일의 어려움, 쉽게 성폭력의 대상이 되는 우리의 몸, 어머니에 대한 우리의 부채 의식, 출산의 현실, 여자들의 우정, 우리를 하찮은 존재로 취급하는 남자를 사랑하는 일의 파괴적인 결과, 관능, 폭력 등………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소설과 시의 주제이다. - P162~163


앨리스에 대한 미스테리 중에는 작품을 통해서만 설명될 수 있는 것도 있다. 지금 내 맞은 편에 앉아 있는 그녀는 상냥하고 말이 많지 않은 친절한 사람이다. 나는 그녀가 여러 시간 동안 모임에서 말없이 앉아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기가 잘 알고 있는 주제였는데도 말이다. 어떤 작가는 그녀를 투사 같지 않은 투사"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녀의 글에서 볼 수 있는 분노와 징벌, 정당한 살인에 관한 상상은 그녀 안에도 있다. 그런 분노가 터지는 것을 보려면 아주 오랫동안 그녀를 알고 지내야 한다. - P177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동받았던 부분은 마지막 챕터에서 한 스타이넘이 쏟아낸 개인적인 기록들이었다. 가족에 대한 소회, 플레이보이클럽의 바니걸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없는 고백이기에 힘들게 읽어내려갈 수 없는 이야기다. 자매애에 대한 소견은 여성들이면 인생을 살다가 한 번쯤은 외로움과 고독에 나만 빠져 있다 절망한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면이 있을 것이다.


스타이넘의 고백을 듣고 있으면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라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느끼게 된다. 나도 어렸을 적 학대 등 아픈 기억이 있어서 부모님에 대한 고백은 눈물샘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결혼 전에는 주체적인 여성이 결혼 후 집에 갇히거나 남성과 그 집안에 의해 하고 싶은 것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될 때 자존감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부모의 관계가 엉망이 되고 가정이 뒤틀린 상황에서 아이가 태어난다면 솔직히 말해서 아이가 평범하게 자라기란 더 어려울 지 모른다. 자녀가 부모를 오롯이 이해하기란 어렵다. 반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무엇보다 나는 그녀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이제는 연민이 든다는 말에 무릎을 칠 수 밖에 없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원망스러워서 어머니가 밉기도 한 시절이 있었으니까. 그런 시절을 나 또한 지나왔다. 가난, 가정 폭력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경험해본 자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룻이라는 이름의 독특한 여성이었던 어머니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녀는 뉴욕에서 살고 싶어했고 유럽을 여행하고 싶어했지만, 결국 마을을 지나는 버스를 타는 것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마을 최초의 자동차를 운전했지만 운전을 허락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했다. 

어머니가 떠나간 지금 나는 일이 제대로 풀렸다면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가 열정과 유머를 보여준 몇몇 순간들에서 그 단서를 포착할 수는 있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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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0-14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타이넘 참 좋죠. 앨리스 워커도.
평범한 가정이야 말로 가부장적 질서의 가족인 거 같아요. 그리고 신화였다는 걸. 그 평범성을 획득하기 위해서 평생을 지극히 애써오신 나의 부모님. 애씀은 자칫 폭력이 되고 아니 애쓰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는 것.이 보일때 까지. 보게된 후.

저는 저의 가족을 사랑하는 데 그건 가족이어서가 아니에요. 그들 각자 개인은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인식에 닿기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랑을 하는 건 너무 어렵고ㅋㅋㅋ (공부의 결론) 저는 이제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노력하면 안되더라고요. 제게. 저의 사랑방식은.

거리의 화가님의 평범하지 않은 독서에 아침부터 감동받고 갑니다! (책목록이 다 너무 비범하다😻)

거리의화가 2023-10-14 20:40   좋아요 1 | URL
어렸을 때 ‘왜 우리 가족이 평범하지 않지?‘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나 나중에 보니 다들 조금씩의 트라우마와 고통이 있더라구요. 평범성이라는 것의 기준도 결국 사회에 기준에 맞춰진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개인으로서의 나‘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여전히 가족 간에 문제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요.

평범하지 않은 독서! 쟝님의 철학 책 읽기 무엇보다 비범한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