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12월 8일까지 중국에서의 전쟁은 미국과 영국에게는 먼 나라의얘기에 지나지 않았다. 본국은 대공황과 뒤이어 발발한 유럽 전쟁으로 정신이 없었다. 1937년 이후에도 중국에 체류 중이던 많은 서구인에게 전쟁은늘 겪는 현실이면서도 외국 중립국 국민으로서 신분 보장은 그러한 현실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해주었다. 이 점은 일본 점령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그들은 적성국민으로 전락했다. 중국 동부 전역에서 미국인과 영국인들이 붙들려 억류되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 한가운데에서 오랫동안 오아시스처럼 남아 있었던 상하이의 국제 공공 조계는 일본의 지배에 들어갔다. 도시에서 연합국의 국적을 가진 수천여 명의 외국인들이 강제 수용소로 보내졌다. 어떤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그 혹독한 환경 속에서 지내야 했다. - P289

서방 연합국은 전쟁 수행에 대한 최선책을 놓고 서로 갈등을 빚었다. 미군 수뇌부 안에서는 유럽이 아니라 태평양에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해군의요구가 대두되었다. 미 육군참모총장 조지 마셜George C. Marshall 장군은 모든 선택지를 놓고 저울질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유럽 우선 전략에 손을 들어주었다. 양측의 입장은 자기기만이나 다름없었다. 영국과 미국인들은 실질적인 협력 관계에 노력하기보다는 그저 (말로만) 중국이 자신들에게 중요한동맹국의 하나라고 여길 뿐이었고, 결국 장제스는 서양 연합국들에 대해 자신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결과가 되었다.
그러나 장제스의 견해가 아주 터무니없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패망할 경우 국민당과 공산당이 발을 묶어두고 있었던 60만명이 넘는 일본군이 태평양 전선에 재배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 - P295

았다. 따라서 적어도 "전쟁에 중국을 붙잡아두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1월에 장제스는 미국에 5억 달러의 차관을 요구했다. - P296

"나는 고별 연설에서 인도 해방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영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것이 영국에게 이득이되리라 굳게 믿는다." 그는 자신이 인도 독립을 지지하면서도 영국의 전쟁 수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네루가 모순적인 태도라불만을 드러냈다고 기록했다. 장제스는 그에게 모든 정치란 모순적인 법이며, 만약 그것이 좀더 명확할 수 있다면 이미 "정치가 아니라 철학일 것이라고 대꾸했다. 결국 1942년 2월은 아시아 전쟁이 막 시작된 순간이었다.
버마 전역이 열릴 참이었고 장제스는 인도가 일본군의 손에 넘어갈지 어떨지 (처칠이나 루스벨트 이상으로) 알 방법이 없었다.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 - P301

는 독립 지도자들이 그저 명목상 동의가 아니라 항일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인지가 장제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한편으로 인도 방문을 통해서이 전쟁이 아시아에서 새로운 반제국주의 연합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는 그의 생각은 한층 확고해졌다. "혁명의 기회란 찾기는 어렵고 놓치기는쉽다." 2월 21일 마지막 오찬에서 장제스는 네루를 이렇게 질책했다. "이것은 인도의 유일한 혁명의 기회가 될 것이다. 만약 놓친다면 그 기회는 다시오지 않을 것이다." 네루는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이해한 것 같았다." 장제스는 3월에 인도 지도자들을 향해 연합국의 지지를 또 한번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또한 영국인들을 향해서는 인도가 이미 중국을 제외한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군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신속한 독립을 약속한다면 이 나라에 한층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P302

마셜은 모든 전력을 유럽에 집중키로 결정하면서도, 미국인이 아시아에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또한 여전히 중요하다고 인정했다.
어쨌거나 미국에게 싸움을 건 쪽은 독일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하지만 그는 미 육군 병력을 중국에 배치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가 생각해낸 해결책은 중국군이 미군 참모장 한 사람을 받아들이도록 장제스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한다면 미국인이 중국인들과 나란히 하는 것처럼 생색은 내되,
실질적인 병력을 보내라고 요구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스틸웰은 그 역할을맡기 위해 마셜이 고른 사람이었다. - P303

스틸웰은 장제스의반대에 대해 조심성이 지나치다거나 심지어 겁쟁이라고 매도했다. 하지만 배수진을 치고 있는 일국의 지도자가 실전 경험도 없는데다 자신의 최정예 부대 두 개를 전멸의 위기로 내몰 수도 있는 외국인 장군의 대담하기 그지없는 전략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장제스는 자신의 신임 참모장과 갈등을 빚기를 원치 않았다. 따라서 불안감을안은 채 스틸웰이 자신의 전략을 실행하도록 수락했다. - P310

국제 전쟁으로 전환된 지 겨우 몇 달 만에 벌어진 버마의 참사는 중국의전쟁 수행력에 대한 서구 사회의 편견을 키웠다. 장교들(주로 미국인들로 특히스틸웰)의 눈에는 부패한데다 소극적인 중국 지도자 장제스의 희망사항을거스르고 중국이 좀더 열렬하게 싸우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쓸데없는노력처럼 여겨졌다. - P318

1942년 4월 18일, B-25폭격기 16대가 미 해군 항공모함 호넷Hornet에서 출격했다. 이들은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등지의 군사, 산업 목표들을 공습했다.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없었다. 하지만 그 공습으로 인해 일본의 방공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났다. 나중에 그 출격은 지휘관인 제임스 두리틀James Doolittle 중령의 이름을따서 "두리틀 폭격으로 유명해졌다. 공격 소식은 전쟁 수행을 위한 미국의대규모 선전 활동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장제스의 간담은 서늘해졌다. 폭격기들은 중국 동부 저장성에 있는 중국군 비행장에 착륙하기로 되어 있었다.
실제로는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모두 중국에 불시착했다. 그중 한 대만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착륙했고 그 뒤 1년 동안 그곳에 억류되었다. 하지만 일본군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셔놀트가 건설한 저장성의 모든중국군 비행장을 공격해 파괴했으며 인근 주민을 상대로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미국 대중의 사기는 확실히 높여주었을지 몰라도 중국의 전쟁 수행에는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한 셈이었다. - P3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이날부터 시작된 3일간의 연휴는 잘 보냈다. 어디 놀러갈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비가 연휴 내내 오기도 해서(어제 오후쯤이 되서어야 그쳤다) 읽고 있던 책들을 읽고 또 새로운 책을 읽기도 했다.


간단하게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소감을 정리해본다.


토지 15권을 읽으면서 중일전쟁의 흐름을 다시 정리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이미 갖고 있던 책이 두 권 있음을 발견했는데 한 권은 시간이 없어 다 읽지를 못하고 부분적으로 읽었고 나머지 한 권은 한 번도 펼쳐보지 못했음을 인지했다. 두 권 다 읽을 수는 없고 결국 분량 문제로 선택된 것이 이 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일전쟁으로 생각하는 사건은 '난징학살'만이 아닐까. 중일전쟁이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서사를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중국에 많이 흩어져 있었고 중국의 전황에 따라 이들의 활동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초반은 신경(지금의 장춘)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홍이와 가족의 이야기(결국 임이네는 그 집에 눌러앉았네)가 등장한다. 홍이는 아내와도, 자식들과 큰 문제 없이 지내는 듯 보이지만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거리감을 느낀다. 그리고 아버지와 갈등 끝에 헤어졌던 영광이가 재등장했다. 일본에서도 계속 방황을 했었던 그였고 길상이의 지원도 거부한 채 갑작스레 딴따라(어른들의 시선에서)의 길로 들어선다. 그는 대체 뭐가 불만이었을까 싶었는데 어머니에 대한 배신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나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신분, 계급, 이 빌어먹을 것.) 신경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호열자가 발생해서 사람들은 죽어나갔고 전쟁으로 젊은이들은 언제 끌려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고 물자는 부족해졌다. 친일파는 날개 돋친 듯 활개를 쳤으며 창씨개명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서재 친구분이 남긴 소감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나는 소설을 겁없이 덜커덩 사는 타입이 아니여서 일단 도서관에 있는지 찾아보았다. 내가 가는 도서관에는 없었지만 다행히 다른 구역의 도서관에는 있었고 '상호대차'라는 편리한 시스템을 이용하여 빌릴 수 있었다. 비가 와서인지 마치 습기를 머금은 듯한 눅눅한 책 냄새가 소설을 읽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리뷰는 이미 올렸지만 많은 조선족이 국내에 들어와 있음에도 우리는 그들을 가깝게 느끼는가 물으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호'보다는 '불호'에 더 가까운 게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아예 무신경하거나. 조선족 뿐만 아니라 국내에는 많은 이주자들과 이민자들이 들어오지만 이들을 끌어안는 시스템은 아닌 듯하다. 점점 더 내부적 상황이 팍팍해지는 것도 소수자들에 대해 외면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건 아닌지.



서양이 바라보는 동양에 대한 시각을 인식할 수 있는 기본서다. 그 전까지 나는 서양이 바라보는 동양을 제국주의나 침략주의 만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서양이 바라보는 동양을 약자로, 침략하기 좋은 매개체로 인식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바라보는 것은 단편적임을 이해해가고 있는 중이다. 진작 읽었어야 할 책을 이제서야 읽는다니, 어쨌든 이제라도 읽고 있어서 다행이다. 서양인이 생각하는 동양의 이미지가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서양인들의 체험기는 텍스트화되었고 박물관화되어서 박제화되었다.



반 넘게 읽었다. 중반 이전까지는 내가 집중을 덜했는지 몰라도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잘 정리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논지가 흩어져있다는 생각도 했다. 분명 내가 논픽션을 읽고 있는데 픽션을 읽고 있나?하는 생각도 했다. 확인해보니 저자가 쓴 첫 논픽션이라고 한다. 소설은 여러 권 쓰신 것으로 나온다. 8장을 읽고 나서야(예술계 인사들의 미국으로의 입성기?) 그나마 좀 뒷부분이 궁금해졌다고나 할까. 아직까지는 별 3이다. 마저 읽으면 평가가 달라질지는 모르겠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5-08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데어라 혼의 첫 논픽션이란 말씀에 검색해보니 번역된 소설은 한 권도 없네요? 저는 소설도 한 권쯤 읽어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정희진 쌤이 극찬하신 책이라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곧 읽어볼게요!!

거리의화가 2023-05-08 14:07   좋아요 0 | URL
소설은 4~5권 쓰신 것 같던데 번역된 것은 없었군요. 음...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요? 아무튼 저도 마저 집중해서 읽어보려구요^^

건수하 2023-05-08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리엔탈리즘, 언젠가 읽어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죽은 유대인 아직 시작 안했는데 논지가 흩어져있다니... 그런거 괴롭지만 ㅠㅠ 그래도 읽어보렵니다. 화가님의 평을 기다릴게요!

거리의화가 2023-05-08 17:35   좋아요 1 | URL
제가 집중력이 부족해서일수도 있어요^^; 문장 스타일이 미사여구가 많은 느낌? 그런 문장을 제가 좀 안 좋아해서... 암튼 좀 더 집중해서 마저 읽어볼게요^^

독서괭 2023-05-08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토지 15권 읽고 중일전쟁 딱 펴시는 화가님👍죽은 유대인~ 나머지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거리의화가 2023-05-09 09:40   좋아요 0 | URL
중일전쟁 사두기만 하고 제대로 안 읽었는데 마침 잘되었죠. 책은 이렇게 읽게 되나 봅니다ㅎㅎㅎ 음. 죽은 유대인은 생각이 복잡해요. 제가 제대로 몰라서일수도 있고(사전 정보 부족?)...ㅎㅎ 암튼 어떻게든 정리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3-05-08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계획대로 착착착 (특히 토지 진행하는 모습이 넘 멋져요) 책읽고 정리하는 모습이 정말 부럽습니다.
두껍고 어렵다는 오리엔탈리즘도 곧 완독하실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듭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3-05-09 09:40   좋아요 0 | URL
토지랑 잃시찾은 어쩌다보니 올해 계획 리스트에 포함되어버려서... 둘 시리즈는 길기도 길어서 따로 진행했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이미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는 거구요ㅎㅎ
요즘은 저도 정리 시간은 부족해서 사진찍고 밑줄긋는 것으로 거의 대체중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중간에 생각이 얼추 들 때 올리는 소감이 나중에 리뷰 쓸 때도 도움이 되더라구요^^
오리엔탈리즘은 생각 이상으로 재미나요. 아마도 금주 내에 완독할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3-05-09 0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토지 16권이군요. 대단하십니다~!!
게다가 연계독서에다가 폭풍독서까지~!!
나름 즐거운 연휴셨을거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3-05-09 09:39   좋아요 1 | URL
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저는 공부하면서 지적 희열을 느낄 때가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라서요ㅎㅎ 토지는 고지가 보입니다. 아마도 괭님이 먼저 완독하실 것 같고요!^^ 응원 감사합니다.
 

게르망트라는 이름이 내 눈에 어떤 모습으로 비쳤는지는, 지금의 나는 당연히 알 수 없었다. 나의 첫 유년 시절은 이미 내 안이 아닌 내 밖에 있으며, 태어나기 전의 일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 내 안에서 지속되는 이름이 연이어 일고여덟 가지 서로 다른 모습을 띠는 것을 발견한다. 첫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 즉내꿈은 점차 현실 때문에 더 이상 자리를 지킬 수없어 포기해야 했고, 그래서 조금 더 뒤쪽에서 새로이 방어진지를 구축하다가 끝내는 더 뒤쪽으로 물러가야 했다. - P21

내가 생각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마치 피기그의 오아시스에서 낮잠을 자기만 해도 이미 아프리카에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우리의 상상력과 믿음만이 몇몇 물건이나 존재를 다르게 하고 특별한 분위기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포부르생제르맹의 이 그림 같은 풍경이나 자연스러운 사건들, 지방색 짙은 진기한 물건과 예술 작품 사이로 결코 발을들여놓지 못하리라. 그리하여 공해상에서(영영 상륙할 희망도없이) 돌출된 회교 사원 첨탑이나 첫 번째 야자수, 또는 이국적 산업과 식물 재배의 시작을 알리는 표시를 바라보듯이 그 해안에 놓인 낡은 신발 깔개를 바라보며 몸을 떠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 P52

말이 한두 번 쥐피앵 가게의 진열창을 망가뜨렸고, 이에 쥐피앵이 변상을 요구하자공작은 몹시 화를 냈다. "공작 부인이 이 집이나 이 교구에 베푸는 숱한 은혜는 생각하지도 않고, 아무개가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하다니 기가 막히군." 하고 게르망트 씨가 말했다. 그러나 쥐피앵은 공작 부인이 어떤 ‘은혜‘를 베풀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꿋꿋이 버텼다. 물론 게르망트 부인은 은혜를 베풀긴 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베풀 수는 없었으므로 어느 한 사람에게 베푼 기억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는 그 은혜를 베풀지 않았는데, 이는 그 은혜를 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불만이 되었다. 자선을 베푸는 관점을 떠나 다른 관점에서 보아도, 이 동네가 꽤 멀리 떨어진 곳까지 ㅡ 공작에게는 자기 집 안마당의 연장선이나 그의 말이 달리는 보다 넓은 주행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 P53

우리는 한 인간의 몸속에 그 인간이 지닌 온갖 삶의가능성을, 그가 아는 이들이나 방금 헤어지고 다시 만나러 가는 이들의 추억을 담는 탓에, 만약 프랑수아즈를 통해 게르망트 부인이 걸어서 파름대공부인 댁으로 점심을 들러 간다는말을 들은 후, 그녀가 정오 무렵 살구빛 새틴 드레스를 입고석양의 구름과도 흡사한 미묘한 빛깔 얼굴로 집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면, 그 순간 나는 내 앞에 조개껍질의 반짝이는 분홍빛 진주모 사이로 포부르생제르맹의 온갖 쾌락이 그작은 부피 안에 담겨 있는 모습을 보는 듯했으리라. - P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2부 오리엔탈리즘의 구성과 재구성

제4장 순례자와 순례, 영국인과 프랑스인

지식은 지극히 완만한 과정을 통하여 발달한다. 지식의 발달이란, 지식이 단순히 양적으로 부가되고 누적되는 과정이 아니라, 연구상의 합의라고 불려 온 것의 내부에서 지식의 선택적인 누적, 배척, 말소, 재배치, 강조가 행해지는 과정이다. - P3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임신 B.C.1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