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부터 시작된 3일간의 연휴는 잘 보냈다. 어디 놀러갈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비가 연휴 내내 오기도 해서(어제 오후쯤이 되서어야 그쳤다) 읽고 있던 책들을 읽고 또 새로운 책을 읽기도 했다.
간단하게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소감을 정리해본다.
토지 15권을 읽으면서 중일전쟁의 흐름을 다시 정리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이미 갖고 있던 책이 두 권 있음을 발견했는데 한 권은 시간이 없어 다 읽지를 못하고 부분적으로 읽었고 나머지 한 권은 한 번도 펼쳐보지 못했음을 인지했다. 두 권 다 읽을 수는 없고 결국 분량 문제로 선택된 것이 이 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일전쟁으로 생각하는 사건은 '난징학살'만이 아닐까. 중일전쟁이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서사를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중국에 많이 흩어져 있었고 중국의 전황에 따라 이들의 활동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초반은 신경(지금의 장춘)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홍이와 가족의 이야기(결국 임이네는 그 집에 눌러앉았네)가 등장한다. 홍이는 아내와도, 자식들과 큰 문제 없이 지내는 듯 보이지만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거리감을 느낀다. 그리고 아버지와 갈등 끝에 헤어졌던 영광이가 재등장했다. 일본에서도 계속 방황을 했었던 그였고 길상이의 지원도 거부한 채 갑작스레 딴따라(어른들의 시선에서)의 길로 들어선다. 그는 대체 뭐가 불만이었을까 싶었는데 어머니에 대한 배신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나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신분, 계급, 이 빌어먹을 것.) 신경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호열자가 발생해서 사람들은 죽어나갔고 전쟁으로 젊은이들은 언제 끌려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고 물자는 부족해졌다. 친일파는 날개 돋친 듯 활개를 쳤으며 창씨개명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서재 친구분이 남긴 소감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나는 소설을 겁없이 덜커덩 사는 타입이 아니여서 일단 도서관에 있는지 찾아보았다. 내가 가는 도서관에는 없었지만 다행히 다른 구역의 도서관에는 있었고 '상호대차'라는 편리한 시스템을 이용하여 빌릴 수 있었다. 비가 와서인지 마치 습기를 머금은 듯한 눅눅한 책 냄새가 소설을 읽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리뷰는 이미 올렸지만 많은 조선족이 국내에 들어와 있음에도 우리는 그들을 가깝게 느끼는가 물으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호'보다는 '불호'에 더 가까운 게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아예 무신경하거나. 조선족 뿐만 아니라 국내에는 많은 이주자들과 이민자들이 들어오지만 이들을 끌어안는 시스템은 아닌 듯하다. 점점 더 내부적 상황이 팍팍해지는 것도 소수자들에 대해 외면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건 아닌지.
서양이 바라보는 동양에 대한 시각을 인식할 수 있는 기본서다. 그 전까지 나는 서양이 바라보는 동양을 제국주의나 침략주의 만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서양이 바라보는 동양을 약자로, 침략하기 좋은 매개체로 인식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바라보는 것은 단편적임을 이해해가고 있는 중이다. 진작 읽었어야 할 책을 이제서야 읽는다니, 어쨌든 이제라도 읽고 있어서 다행이다. 서양인이 생각하는 동양의 이미지가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서양인들의 체험기는 텍스트화되었고 박물관화되어서 박제화되었다.
반 넘게 읽었다. 중반 이전까지는 내가 집중을 덜했는지 몰라도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잘 정리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논지가 흩어져있다는 생각도 했다. 분명 내가 논픽션을 읽고 있는데 픽션을 읽고 있나?하는 생각도 했다. 확인해보니 저자가 쓴 첫 논픽션이라고 한다. 소설은 여러 권 쓰신 것으로 나온다. 8장을 읽고 나서야(예술계 인사들의 미국으로의 입성기?) 그나마 좀 뒷부분이 궁금해졌다고나 할까. 아직까지는 별 3이다. 마저 읽으면 평가가 달라질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