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6 - 2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6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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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반상의 구분은 사라졌다는데 한쪽은 지시하고 다른 한쪽은 수용할 수밖에 없는건가. 결국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마는 두 사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는데 풀칠을 위해서라지만 동족을 잡기 위해 앞장서는 건 아니지 않니. 형과 동생의 반대로 가는 행보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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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avian-> First Citizen, August Caesar

Sermon the Mount

"We won‘t call you king, then," the senators promised him.
"We‘ll call you the ‘First Citizen‘ instead."
Then the whole Senate met together and voted to makeOctavian the "First Citizen" of Rome. In Latin, the word for "first citizen" is princeps. Our English word "prince" comesfrom the word princeps. A prince is the most important citizenin his country. And even though Octavian was called "FirstCitizen," he acted like a prince. He ruled Rome, led the army,
and had complete control over the whole Roman Empire. Hewas actually the first emperor of Rome.
The Senate also gave Octavian a new name. His old namewas "Octavian Caesar," because he was Caesar‘s adoptedBut his new name was "Augustus Caesar."
son. - P276

Here are some of the things that Jesus taught:Blessed are the poor,
for the kingdom of God belongs to them.
Blessed are the merciful,
for they will receive mercy.
Blessed are peacemakers,
for they will be called the children of God.
If someone strikes you on the cheek, don‘t fightback. Turn the other cheek instead.
Love your enemies, and pray forthose who are mean to you. - P281

Do not judge other people,
or you will be judged.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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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특징은 인구 이동성이나 월경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에 따라 구별될 수 있을 것이다. - P15

전 지구적인 역사 해석은 그것에 적합한 자체적인 시간적 편차를만들어 내는 것이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사전에 만들어 놓은 시대구분의틀 안에 억지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니다. - P30

물론 ‘근대‘라는 명사는 오랫동안 그리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그것이 처음 등장한 것은 - P31

사실 19세기 후반부였다. 이 새로운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것은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1821~1867)였다. 그는 ‘근대‘라는 용어를 통해도시적 삶의 일시적이고 덧없음을 표현했으며, 그 과정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의 급격한 단절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시간 개념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수많은 동시대인들은 보들레르보다 훨씬 먼저, 그리고 ‘근대성‘ 개념(독일에서는이 개념이 1895년에 처음으로 브로크하우스 백과사전Brockhaus-Enzyklopadie』에 수록되었다.)이 확립되기 훨씬 전에 매일의 일상 속에서 근대 세계를 접하고 있었다.
따라서 ‘근대적‘이라는 것은 역사를 살아가는 행위자 자기의 생각, 곧 자기자신을 이해하는 개념이었다. 나아가 자기들의 위상을 입증하는 데 쓰일 수 있는 개념이기도 했다. - P32

전 지구적인 동시성의 형성을, 전 세계에 적용되는 표준과 규범의 형성을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시에 수많은 다른해석이 있었는데,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해석이 이념적 성격을 지녔으며 정치적 논쟁에서 무기로 사용될 수 있었다. 많은 해석은 근대사회가 형성되는과정이나 세계가 전지구적으로 통합되어 가는 과정이 각각 동시에 진행되면서 서로 연관된 과정이라고 보았다. 이를 좀 더 일반화해 표현하면 이 두 가지 과정은 19세기에 서로 경쟁하면서 수많은 영역에 흡수되어 서로 중첩되고보완되었던 두 개의 핵심 서사였다. 근대화로 가는 길을 한편에서는 친숙한것과 낯선 것의 교환으로 인식했던 반면에, 다른 한편에서는 불가피하게 지구상의 모든 사회에 도달하게 될, 이미 정해진 방향성을 가진 시간의 화살과 같다고 생각했다. - P35

다양한 지역에서 진행된발전들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그들 사이에는 어떤 관계와 접촉이 있었으며 그 관계와 접촉들은 각 지역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각 사회는 전 지구적인 도전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리고 조망할 수 있는 거리 안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과 과정들은 어느 정도로 세계가 전 지구적으로 통합한결과였을까? 이러한 접근법은 교환, 네트워크 형성, 전 지구적 맥락에 주목한다. 우리가 이 책을 집필할 때 선택한 특별한 문제 제기와 특수한 관심사가 수반한 결과다. 물론 이와 같은 연구 방식 때문에 과거의 다른 차원들이 가려질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이 사실은 기존의 다른 역사 서술들을 통해 충분히 조명되어 왔다. - P45

1750년대에서 1920년대 사이의 기간을 다루는 우리의 연구는 세계의 모든 지역에 전 지구적으로 동일한 시간성을 부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분석 단위로서 지역에 집중할 것이다. 대서양 혁명은 유럽과 서반구에서 중요했지만, 동아시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편전쟁은 동아시아의 정치 엘리트들에게 매우 중요했지만, 서아프리카나 북아프리카의 무슬림 엘리트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오스만 제국의 탄지마트 개혁이나 무함마드 알리 Muhammad Ali 치하의 이집트에서 시도된 개혁이 더중요했다. 이처럼 장기 19세기 동안에 제국들이 처한 다양한 상황과 지정학적지역에 따라 근대로 가는 전환점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제국들 사이의 연결과 지역들 사이의 연결이 갖는 의미뿐 아니라 다지역적·국제적이고 전 지구적인 추세가 갖는 무게도 마찬가지로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초제국주의 시대에 다양한 지정학적·지역적 상상력들 사이에 연결 관계가 형성된 것은 전 지구적인 규범과 권력 구조가 갖는 유럽 중심적 성격에 관해 공유하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 P55

19세기의 세계 질서가 세계화되어 가는 모습을 다루기 전에 18세기 중반의 상황을 제국이 중심이던 세 지역의 질서와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이 시기에는 몇몇 제국이 전 세계에 걸쳐 정치를 주도했는데, 당시의 정치 무대는 대체로 지역이자 문화권인 세 곳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동아시아권,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에 광대하게 뻗어 있는 이슬람권, 유럽과 서반구를 포괄하는 기독교적 유럽권이다. 하지만 이 세 지역 혹은 세 문화권이 서로 뚜렷하게 구별된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그들은 상호 연관성과 공통점뿐 아니라차이점도 보여 준다. - P61

18세기의 전쟁 비용 상승과 빈번하게 발생한 전쟁이 세계의 제국적 질서를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대서양 혁명을 촉발시킨 배경이었다. 전 지구적으로 살펴볼 때 대서양 혁명 이후에 형성된 제국적 질서의 변화는, 그리고 유럽 내부와유럽 주변에서 진행된 제국 간의 경쟁 관계는 유럽 제국이 전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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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0-24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구 이동성이나 월경˝.. 첫 인용문의 시대 특징 구별법을 잘 이해 못하네요^^;;

거리의화가 2022-10-25 09:02   좋아요 1 | URL
인구 이동성은 사람의 이동을, 월경은 영역(땅의 경계)의 이동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2022-10-25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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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
용맹한 함성이 나니와 연안을 가로지른다. 싸우자, 싸우자, 그것이야말로 구원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함성이 사람들을 고무한다. 전국시대를 연 오닌의 대란으로부터 어느덧 백 년, 전국 방방곡곡 전쟁이 없는 땅은 없어 수많은 집들이 생겨나고 또한 사라져갔다. 기아와 질병, 전쟁은 서로 나쁜 인과를 초래하는 악인(惡因)과 악과(惡果)가 되어 현세를 고통으로 채웠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힘차게 전진하라, 싸우다 죽으면 극락왕생이 보장된다. 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이다! 함성은 끝도 없이 되풀이되었다. - P13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노부나가와 반대로 행동하리라. 노부나가와 같은 길을 간다면 그것은 곧 아라키 가문의 멸망을 뜻하기 때문이다. - P143


주인공은 오다에게 반기를 든 아라키 무라시게. 무라시게의 투구에는 아라키 가문 당주, 셋쓰노카미, 셋쓰 일대의 지배자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아리오카성을 비롯해 아마가사키성, 미타성, 그 밖의 수많은 변두리 성에서 농성하는 아라키 병사들의 목숨도 걸려 있다. (P221) 
그는 오다에게 반기를 들 때 만반의 준비를 했다. 보병을 고용했고 철포를 사들였으며 병량 창고를 몇 채나 지어 쌀과 소금을 채웠다. 그래도 아리오카에서 부족한 것이 있다면, 사람이었다.(P280)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전술, 전략 등이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가 승패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얻으려면 역시 믿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성주는 자고로 위엄을 지키기 위해 저택에 머무르며 경솔히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만, 무라시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아야 할 것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들어야 할 것은 두 귀로 직접 듣는 신조다. 성안을 둘러보는 무라시게가 누군가를 견책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가신들은 무라시게의 시선을 유독 두려워했다. - P168

아리오카성의 성주가 된 무라시게는 성 안에 숨어 지시만 하지 않고 필요한 일이 있으면 직접 행동에 나서며 앞장서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무라시게는 자신을 위해 모여든 가신들과 백성들에게 신뢰를 쌓았다.

오다를 향해 칼 끝을 겨눈 무라시게는 그와의 일전을 위해 준비를 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오다의 군사인 구로다 간베에가 찾아오는데 무라시게는 그를 죽이지 않고 지하감옥에 가둔다. 쓸모가 있다 생각했던 것일까.

한편 아리오카성에서 겨울, 봄, 여름 순차적으로 기괴한 사건이 발생한다. 겨울의 인질 살해, 봄의 수훈 다툼, 그리고 여름의 철포 저격, 이 세 가지 사건은 부처의 벌이라는 소문이 퍼졌다는 한 점으로 귀결된다.(P460)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부처가 벌을 내린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성 안의 민심은 어지러워지고 군사들은 기강이 해이해진다.
무라시게는 이대로 가다가는 위험하다 생각하고 구로다 간베에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는 그 때마다 힌트를 건넨다.

당시는 전국시대, 다양한 종교들이 난립해 있었다. 
전쟁으로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믿을 곳을 찾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보인다. 종교에 귀의함은 사람과 직업을 가리지 않았다. 하다못해 싸움에 나서야 하는 무사들도 설사 내일 죽게될 운명이여도 기도를 하며 가문의 안녕을 빌었던 것이다.

전쟁은 결국 운이다. 자기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운명으로 사람은 어이없게 죽고, 예상을 뛰어넘어 살아남는다. 수훈을 세우는 것도, 치욕에 빠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운에 따른 것이다. 그 운명의 한복판에서 누가 신불을 믿지 않을 수 있으랴. 무사가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문의 영예를 위한 일이다. - P222

이 책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믿음이 아닐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신벌보다 주군의 벌을 두려워하라. 주군의 벌보다 신하와 백성의 벌을 두려워하라.'
'신하와 백성의 마음이 떠나면 반드시 나라를 잃는 법, 기도하고 사죄해도 그 벌은 피할 수 없으리라.'
'그렇기에 신벌, 주군의 벌보다 신하와 만민의 벌이 가장 두려우니라.' - P523



역사에 추리를 가미한 소설이다. 


추리 소설을 간혹 읽는데 역사적 배경에 추리하는 맛까지 곁들여지니 읽는 재미가 더했다. 배경 때문에 무협지를 읽는 느낌도 나고 추리가 뻔하게 흘러가지 않아서 흥미로웠다. 반전의 묘미까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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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24 0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글쓰기 능력은 이제 역사 추리 까지!ㅎㅎ
곧 영상으로 제작 된다고 합니다

흑뢰성!찜! 👆

거리의화가 2022-10-24 08:38   좋아요 2 | URL
오 그렇군요! 영화 제작까지. 영상미가 더해지면 어떨까 궁금합니다ㅎㅎㅎㅎㅎ

희선 2022-10-26 0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하와 백성의 벌을 두려워하라는 말을 보니, 백성이 하늘이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 말 목민심서에 있는가 봅니다 그뿐 아니라 예전엔 그런 생각 많이 했겠지요 지금도 그럴지... 그러지 않을 것 같기도 하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26 09:15   좋아요 2 | URL
저는 저 구절 보았을 때 맹자가 떠올랐어요^^ 맹자가 주장한 사상이 백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였거든요. 통치자가 저 구절을 염두에 두고 통치를 한다면 백성이 살기 좋을텐데 말입니다. 자기 욕심 채우는데 진심인 통치자들만 가득한듯해서 씁쓸해요ㅠㅠ

mini74 2022-10-30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아라키 무라시게 이야기군요. 왜 반기를 들었는지 궁금했는데. 흑뢰성~ 도서관에 있나 한 번 봐야겠어요 ~

거리의화가 2022-10-31 09:05   좋아요 1 | URL
최근작이긴 하지만 아마도 도서관에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상호대차로 빌려서 읽었어요^^
 

내 마음의 상태나 그에 뒤따르는 모든 환경은 새롭고 확고하고 대담하며 어쩌면 필사적이기까지 한 행동을 하기에 알맞았다. 내겐 잃을 것이 없었다.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싫은 과거의 황량한 삶으로는 결코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 하려는 일에서 실패한들 나 말고 고통을 당할 사람이 누가 있는가? 내가 먼 곳에서
‘집에서 먼 곳에서‘라고 말하려 했으나 내게는 집이 없었다―잉글랜드에서 먼 곳에서 죽은들 누가 울어줄 것인가?
고통이야 따르겠지만 나는 고통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죽음 자체에 대해서도 나는 곱게 자란 사람들이 갖는 두려움이 없었고, 차분히 죽음을 지켜본 적도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계획을 세웠다. - P75

돌벽이 있다고 감옥이 되는 건 아니고철창이 있다고 새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네.

몸이 건강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 특히 자유의 날개를빌릴 수 있고 희망의 별빛의 인도를 받는 한, 위험과 외로움과 불안한 미래는 우리를 짓누르는 악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 P85

아주 쉬운 영어로 말하자 그녀가 통역을 했다. 나는 지식을 넓히고돈을 벌기 위해 어떻게 조국을 떠났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나쁜 일이나 비열한 일만 아니면 쓸모 있는 일은 어떤 것이라도 할 준비가되어 있으며, 유모나 하녀 일이라도 좋고, 내 기운으로 할 수 있다면 집안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베끄 부인의 표정을 살펴보니 마음이 동하는 모양이었다.
"영국 여자들은 모두 모험심이 대단하군요." 그녀가 프랑스어로말했다. "여기 이 여자분처럼 영국 여자들은 모두 대담한가봐요!" - P99

감시라는 방법으로 학교를 다스리는 만큼 베끄 부인은 당연하게도 감시원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이런 도구들의 자질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가장 더러운 일에 가장 더러운 도구를 거리낌없이 쓰고는, 그런 인간들을 즙을 다 짜고 난 오렌지 껍질을 버리듯이 내던졌다. 반면에 깨끗한 용도를 위해서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가장 순수한 금속을 찾아냈다. 그리고 일단 녹이 슬지않은 흠없는 도구를 발견하면 비단과 솜에 싸서 소중히 보관했다.
그러나 그녀의 믿을 만한 도구가 이해관계에 들어맞는 지점을 한치라도 넘어서서 그녀에게 의지하려고 든다면, 남녀 불문하고 큰화를 당할 것이었다. 이해관계야말로 베끄 부인의 성격의 핵심이자 동기의 주요 원천이었고, 삶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 P112

"앞으로 갈 거예요, 뒤돌아 갈 거예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처음에는 사택과 통하는 작은 문을 가리키고 다음에는 교실로 통하는커다란 이중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앞으로 가겠어요." 내가 말했다.
"그런데," 내가 상기되자 오히려 그녀가 냉정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적대감에 부딪히자 나는 도리어 힘이 나고 결심이 확고해졌다. "학생들을 대할 수 있겠어요? 너무 흥분한 건 아니에요?"
그녀는 약간 빈정대는 투였다. 과민한 흥분을 부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 돌처럼 차분해요." 나는 발끝으로 판석을 치며 말했다. "그리고 부인처럼요." 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덧붙였다. - P118

나는 그 첫 수업과, 그 수업에서 시작된 새로운 인생과 새로운나란 인물에 대한 모든 암시를 잊을 수 없다. 그때 처음으로 소설가나 시인의 이상인 ‘소녀‘와 실제 ‘소녀‘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나는POTE앞줄에 앉은 세명의 귀족자제들은 어린아이를 돌보는 하녀" 따위에게는 영어수업을 받을 수 없다는 결의에 차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전에도 싫어하는 선생을 쫓아내는 데 성공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베끄 부인이 학생들 사이에 인기 없는 선생은 언제라도 내쫓 - P120

고 시원찮은 선생은 자리보전하는 걸 도와주지 않으며, 싸울 힘이나 이길 재주가 없는 선생은 나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스노우 선생님‘을 보며 그들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 P121

빌레뜨는 국제적인 도시였고, 이 학교에는 유럽의거의 모든 나라에서 온 각계각층의 소녀들이 있었다. 라바스꾸르는 국가의 형태는 공화국이 아니었지만, 실제로는 공화국이나 다름없어서 전반적으로 평등이 실현되고 있었다. 베끄 부인의 학교책상에는 백작의 딸과 부르주아의 딸이 나란히 앉았다. 겉모습만보고는 누가 귀족이고 누가 평민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귀족들은 오만과 기만이 교묘하게 균형을 이룬 태도를 보이는 반면, 평민들은 훨씬 더 솔직하고 깍듯한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 P124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베끄 부인은 유쾌하고 사랑스럽고 호감을 살 만한 역할은 독차지하고, 성가신 위기가 닥치면 선생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다. 위기 상황에서 적절하고 신속하게대응해봐야 인기만 떨어질 뿐인 걸 부인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믿을 사람은 나 자신뿐이었다. - P126

"현재 내 관심사는 약속이나 맹세를 해서 이런저런 남자에게 매이는 게 아니라 젊음을 즐기는 거야. 이지도르를 처음 만났을 때, - P139

첫눈에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 그 역시 내가 예쁘기만 하만족하리라고 생각했지. 우리가 두마리 나비처럼 만나고 헤어지고 날갯짓을 하며 행복해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하, 그런데 이것 봐! 그는 때로 판사처럼 엄숙한데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남자더라고. 쳇! 난 그런 사색가나 진지하고 열정적인 남자는 밥맛이야!"
나한테는 알프레드 드 아말 대령이 훨씬 더 잘 맞아. 잘생긴 멋쟁이에다 근사한 바람둥이면 돼! 즐거움과 쾌락 만세! 위대한 열정과엄격한 정조 따위 물러가라!"
그녀는 장광설을 늘어놓고 대답을 기다렸으나 나는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
"멋쟁이 대령이 난 좋아." 그녀가 계속 말했다. "그의 라이벌을좋아하게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거야. 난 부르주아의 부인 따위 되고 싶지 않아!" - P140

이 아이는 연기를 잘했으며 그 어머니의 연기는 그보다 한수 위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뻔히 알면서도 베끄 부인은 놀랄 정도로 뻔뻔스럽게 그 말을 믿고 걱정하는 시늉을 해냈다.
내게 놀라운 일은 존 선생―젊은 의사는 피핀더러 자기를 그렇게 부르라고 가르쳤고, 우리 모두 그녀를 따라 이렇게 불러서 그것이 습관이 되어버렸으며, 포세뜨가에서는 그 이름만 알고 있었다―이 암암리에 베끄 부인의 술수를 받아들이고 동조했다는이었다. 사실 그는 잠시 우스꽝스럽다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딸과어머니를 번갈아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자문하더니 마침내 기꺼이 이 소극에서 자신에게 할당된 역할을 맡기로 결심했다. 데지레는 아귀처럼 먹어대면서 밤낮으로 침대에서 겅중대고 시트와담요로 텐트를 치고 베개를 쌓아놓고 터키인처럼 길게 눕거나, 심심하면 하녀에게 신발을 던지거나 동생들에게 인상을 쓰는 것으로 기분전환을 했다. - P148

수녀원과 고해성사가 있는 이 나라에서 ‘여자기숙학교‘에 그렇게 젊은 남자가뻔뻔스럽게 드나드는 것은 쉽게 허용되지 않았다. 온 학교가 쑤군대고 부엌에서 속삭이며 시내에 소문이 퍼졌고, 부모들의 비난 편지와 방문이 쇄도했다. 베끄 부인이 심약한 사람이었다면 분명히물러섰을 것이다. 십수군데의 경쟁 학교들에서는 이 잘못 만일이것이 잘못된 조치였다면을 이용해 그녀를 파멸시킬 태세였다. 그러나 베끄 부인은 심약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어느정도는음흉한 구석이 있었음에도, 그녀의 유능한 태도와 숙련된 솜씨, 강인한 성격, 확고한 결의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마음속으로 "브라보!"를 외쳤다. - P153

"베끄 부인에게 젊은 의사에 대해 충고하는 게 낫지.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어?"
베끄 부인은 스스로에게 충고한 듯했다. 그녀는 나약하게 행동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사실 극복해야 할 정도로 강한 감정도, 비참하게 고통에 빠질애정도 없었다. 그녀에게는 중요한 사명이, 시간을 채워주고 기분을 전환시켜주고 관심을 분산시켜줄 진정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녀가 평범한 여자나 남자가 가지지 못한, 진정으로 훌륭한감각을 지닌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런 여러 장점들이 결합되어 그녀는 현명하게 행동했다. 다시 한번, 베끄 부인 브라보! 당신은 편애라는 아바돈"에 맞서서 아주 잘 싸웠고, 그리고 이겼군요!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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