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베이징에 4박 5일 간 여행을 다녀왔다.

대부분 인생에 한 번쯤은 자금성과 만리장성에 가보는 꿈을 꿀 것이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 버킷 리스트에는 유독 어딘가를 여행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많았다.
내게 무언가를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은 그때부터 내게 소중한 가치였던 셈이다.

베이징에 대한 인상은 상하이와는 완전 달랐다.
상하이는 금융 도시이자 경제 특구로 일찍부터 개방되어 외국인들, 관광객들이 많아 음식도 그렇고 글로벌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베이징은 중심가를 제외하면 골목에 옛 정취가 남아 있어 로컬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지역 범위가 넓어 가려는 곳을 걸어다니기는 무리인 만큼 지하철도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나 있는 편이었다(총 17호선이었던가?).
상하이는 도보를 많이 했고 항저우는 디디를 많이 이용했다면 베이징은 지하철을 정말 많이 이용했다.

베이징은 상하이보다 확실히 정치적인 느낌이 있다.
어딜 가든 보안 검색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경찰서가 거의 도로 한 블럭마다 존재했고 돌아다니는 군인과 경찰이 많았다. CCTV는 말할 것도 없고^^
또 봄철 황사가 워낙 악명이 높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심했다.
폭우가 내린 한 날 빼고 대기질이 불쾌하다고 날씨앱에서 계속 알림이 왔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은 예사인지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는 분들이 많았다.

만리장성 가기 전날 폭우가 내렸다.
봄철 베이징에는 비가 거의 안 내린다는데 폭우 수준으로 내리다니 아무튼...
당일 오전 7~8시 무렵까지 비가 내려서 걱정했는데 11시가 넘으니 구름이 걷히면서 해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후가 날이 좋았어도 아침 일찍부터 이동하지 않았다면 인파에 떠밀려 사진 찍기도 어려울 뻔 했다.
게다가 운무에 쌓인 만리장성은 제법 운치가 있었다.
케이블카와 리프트-루지 코스가 있었는데 나는 체력을 생각해서 케이블카를 골랐다(사방이 뚫린 곳은 고소공포증 때문에 어렵기도 하고).
14번에서 18번 코스까지 다녀왔다. 19, 20번은 깔딱 고개라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천안문과 자금성은 보통 같은 날 관광하는 경우가 많다.
천안문은 처음에는 개인으로 갈까 했는데 사전 예약이 갈수록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자금성은 공부 안하고 가면 건물만 보다 올 것 같아 해설을 들으려고 투어를 신청했다.
단체라도 사전 예약이 어려워서 못 가는 경우도 많다는데 다행히 되어서 다녀올 수 있었다.
오전부터 황사가 심했고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천안문를 입장하는 데까지는 직진 코스를 다 막아버려 빙 둘러가야만 했다.
검문소 앞을 도착했을 때는 10시도 안 된 시간이었는데 이미 사람이 꽤나 되었다. 개인 줄은 이미 몇 바퀴를 돈 상태였고 단체 줄은 좀 적었다. 보통 개인 줄이 단체 줄보다 훨씬 길다고 한다. 심한 날에는 3~4시간도 서는 경우가 있다고. 그늘 하나 없는 볕에서 30분 넘게 서 있으니 이미 지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 정도에 끝나고 천안문 광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운이 좋은 것이었다.
천안문 광장하면 떠오르는 모택동. 나는 이것이 사진인 줄 알았는데 그림이란다. 게다가 매년 그림을 바꾼다고. 예전에는 전담 화가가 있었는데 현재는 미술 대학 교수와 재학생들이 합작해서 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금성은 역시나 노란? 황금? 기와가 인상적이었다. 물론 우리나라 궁궐처럼 자연스런 느낌은 아니고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긴 하다. 한줄로 쭉 선 궁궐들은 고압적인 느낌이 강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었다.
전세계의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긴 하지만 국내 방문객의 경우 지방 곳곳에서 올라오기 때문에 특별한 추억을 갖고자 하기에 대부분 명, 청 시대의 전통 복장과 화장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도 고궁 방문 때 한복을 입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처럼 이곳도 그런 것인가보다. 아무튼 복장이 정말 다양하고 화려했다.


베이징 하면 경극이 유명한데 사실 볼까 말까 망설였다.

내용을 하나도 이해를 못할 것 같아서...

그치만 현지에 가서 경극을 볼 기회가 또 있을까 싶어 과감하게 질렀다.

대부분 관광 상품은 여러 극의 레파토리를 짜집기하여 1시간 남짓으로 구성하고 차를 곁들여 공연하는 것이 많았는데 나는 그런 방식은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모로 찾아본 끝에 완전한 극본의 풀 공연을 하는 곳을 찾아 사전에 예약하여 찾아갔다. 경극 배우로 유명했던 매란방을 기려 만들어진 공간인 매란방 대극원이었고 제목은 <옥잠기>다.  

사랑 이야기라 잘 알아 듣지 못해도 극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전방 좌우로 대본이 나와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여행 기간 동안 보고 걷고 먹고 쉬고 그러면서 지냈다.
책은 한 자도 안 읽었다(혹시나 해서 종이책을 가져갔지만 역시나 그대로 가지고 왔다는^^;).
이번에도 서점은 한 곳을 다녀왔고 페이지 서점이라고 내부가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다.
특히 어린이 책 코너가 참 잘 되어 있다고 느꼈다. 나도 그 코너에서 2시간쯤 머물면서 책을 읽다가 졸다가 하며 보냈다.
그리고 나오기 전 ‘역경(주역)‘ 관련한 만화책이 있길래 한 권 구입해서 왔다.
위화 등단 40주년 기념으로 된 책 ‘인생‘이 있었는데 살까 말까 하다가 무거워서 제외했다. 이미 읽기도 한 내용이니까.

온몸이 욱씬욱씬 여독이 풀리려면 며칠 걸릴 듯 하다. 그래도 언젠가 경험해보고 싶었던 곳을 다녀와서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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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4-20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다녀오셨군요. 만리장성에 루지가 생겼다고요…? 놀랍네요 정말… 전 2001년에 갔었는데 옛 모습은 천안문광장과 자금성에서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