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플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읽고 있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은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이태준의 중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중단편이라 잠깐 짬이 났을 때 읽기에도 부담이 없어서 읽고 있다. 오랜만에 이태준의 소설을 읽지만 역시 좋은데 그시절 인텔리의 삶이 아니라 소시민들의 일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장들이 섬세하고 아름다운데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비애와 슬픔이 어린 아름다움이라 더 값지다. 예를 들어 「그림자」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고요한 달 아래 고요한 밤길이다.

그러나 이렇게 고요하고 아름다운 달밤에 나뭇잎들의 가지에서 흩어지는 슬픔도 있다. 이것을 자지 않고 길 위에서 굴리고 있는 심술궃은 바람도 있다.

어느 날 어느 곳에서 그가 나의 옷깃을 스치며 지나간들 내가 무엇으로 그의 걸음을 막을 수 있으랴.

모두가 한낱 그림자로다.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스스로의 인생이 온통 그림자로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겠지만(이것은 사회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인생의 특정 시기를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되어 살아가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을 것 같다.



또 김초엽의 신간 소설을 읽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SF 장르임에도 허상처럼 느껴지지 않고 계급과 환경, 차별 등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금속 피부를 이식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던지 여러 개의 자아를 현실화한 이야기 등등.

인간과 지구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도 돋보인다. 

이제 반 정도 읽은 것 같은데 역시 김초엽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면서 그의 이야기는 현실 SF 문학이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2.

3개월 반만에 인바디를 측정했다. 보통 6개월 정도 지나서 잰다고 하던데 지금 내가 운동을 잘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져서 재보았다. 근력이 조금은 늘었을 거라고 예측했으나 예상 수치보다 더 많이 나와서 놀랐다. 근력이 연령대 기준 표준 이하 범위였기 때문에 사실 운동하면서 표준 범위에만 들어와도 좋겠다 생각했다. 이번에 근소하기는 하지만 표준 범위에 들어왔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체중을 늘리지 않으면 안 되었었다. 체지방이 살짝 늘기는 했으나 골격근량이 1kg 늘고 기초대사량도 늘었으니 근력 운동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다. 

어제는 하체 운동을 했다. 마지막에 정리 운동을 하면서 플랭크를 하는데 마지막 세트에서 30초를 못 버틴 것이 아쉬웠다. 마무리로 런닝머신에서 15분을 걷고 나왔는데 살짝 힘들기는 했지만 버틸만했다. 한달 전 하체 운동하고 나서 집에 갈 때 다리가 후들거렸던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3.

다음주 여행을 앞두고 있다. 앞선 추석 연휴가 길었지만 그때는 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은 어딜 가나 인산인해일 것이라 예약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막상 2주도 안 되서 휴가 내고 여행을 가려니 살짝 민망하다. 다행히 큰 일이 없어서 일 때문에 못 가는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 휴가 내는게 눈치보여서 그렇지^^; 하지만 연차가 아직 10일 가까이 남아 있기 때문에 쓰는 데는 문제가 없다. 11월에는 옆지기와 함께 갈 여행도 계획되어 있어서 하반기는 여행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한다.

이번에 여행을 준비해보니 10년 만에 가는 거라 그런지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무계획으로 가볼까 싶었으나 그러기에는 성격상 불안하여 지난주부터 준비한다고 하는데 뭐가 이리 할 게 많은 것 같은지. 핸드폰 데이터 안 되면 결제조차 막히고 구글 지도도 안 통하는 곳이라 걱정이 크다. 더군다나 혼자 가는 여행으로는 근 13~4년 만이다(정작 옆지기는 별 걱정 안하는 것 같음). 불안해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해보려 노력중이다. 


내내 비만 내리고 우중충했었기에 어제, 그제 반짝 내비치는 해가 참 좋았다. 걷고 운동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 되었는데 볕 쏘이고 일상을 충분히 즐기며 매일을 보내시길 바란다.




++ 추가) 페이퍼 쓰기 전 이 이야기를 제일 먼저 한다는 걸 다른 이야기 때문에 정작 빼먹었다.


아침에 신문을 읽다가 반가운 인물의 이야기를 접했다. 어릴 적 한때나마 꾸었던 직업인의 최신 소식이었던 것. 여전히 멋진 삶을 살고 계신 듯하여 참 좋았다(과거 좋아했던 사람이 나중에 보니 망가져있다던지 그러면 솔직히 기분이 좀 그렇지 않나). 

그때는 무슨 자신감으로 그 직업을 꿈꾸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는데... 그때는 무얼 모를때니 직업인의 진짜 세계에 대해서 생각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꿈꾼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래도 그분을 좋아해서 직접 쓴 책도 사서 읽어보고 했던 기억이 새록하다.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생각한다. 그게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나이가 들면서 더 느끼게 된다. 부디 오래도록 건강하고 멋진 삶을 살아가시길 소망했다. 물론 나도 그러려고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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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0-1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연차가 10일이나 남았어요! 부러워요. ㅋㅋㅋ 전 이제 딸랑 3일 남았습니다.. -_-
그리고 십몇 년 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도 설렐 거 같아요. 어디로 가시는지는 지켜보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5-10-17 11:39   좋아요 0 | URL
ㅎㅎㅎ 10일 딱 하루 모자른 9일 남았더라구요^^ 상반기에 안 쓰고 아껴놓았죠ㅋㅋ
십수년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 설렘 반, 불안 반입니다. 그치만 어떻게든 되겠죠. 가볍게 가고 싶어서 노트북은 안 가져가지 않을까 싶어요. 가져간다고 해도 체력상 매일 글쓸 것 같지도 않아서!ㅎㅎ 후기는 나중에라도 남겨보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5-10-1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력도 늘었고 혼자 여행도 앞두고 계시고…왠지 좋은 일이 많이 생기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겁쟁이라 혼자 어행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네요. 그래서 혼자 여행하시는 분들 참 존경스럽고 좀 부럽기도 합니다.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저도 매의 눈으로 잘 지켜보겠습니다.ㅋㅋ

거리의화가 2025-10-17 12:06   좋아요 1 | URL
근력은 정말 살기 위해 키워야했어요. 컴퓨터 앞에서 거북목에 어깨, 허리 다 안 좋아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제 슬슬 폐경도 생각해야 하니까 골다공증도 우려되다보니!ㅎㅎ
저도 겁 무척 많습니다(번지점프 아직 한 번도 안 해본 일인). 근데 여행에서의 경험은 책에서 받는 경험과 감동과는 다른 직접적인 체험이라 와 닿더라구요. 정말 오래간만에 혼자 가는 거라 많이 긴장됩니다. 그래도 잘 되겠죠뭐ㅎㅎ

페넬로페 2025-10-1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여전히, 꾸준히 열심히 책 읽으시는 모습에 감명받습니다.
혼자서 여행도 가시고.
넘 부러워요.
저는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요.
사랑이 아니라 길 찾기 용도로도
꼭 남편을 대동하거든요.
늘어난 근력과 함께
혼자만의 여행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목적지가 궁금합니다.

거리의화가 2025-10-17 12:11   좋아요 0 | URL
여행도 체력이 될 때 해야하잖아요. 가면 갈수록 체력도 한계가 있다보니 지금 미루면 나중에는 더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도 쫄보라 여행하면서 무서운 적 많은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에게 묻게 되더라구요(길치에 방향치라). 다행히 지금까지 여행지에서 경험한 사람들이 대부분 친절하고 좋았었어요. 무사히 여행 잘 하고 오겠습니다. 여행지에서, 또는 다녀와서 후기로 인사드릴게요.

다락방 2025-10-17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이 혼자 여행을 가신다면, 그곳은 중국의 어디쯤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근력 늘었으니 충분히 여행도 잘 즐기실 수 있으실것 같네요. 여행 가서도 글 올려주셨으면 좋겠는데, 생각해보니 글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소식 또 전해주세요!

거리의화가 2025-10-17 14:15   좋아요 0 | URL
앗 역시 다락방 님 단 번에 맞추시는!
데이터용 이심을 가져가긴 하는데 이게 제발 문제가 없어야만 하는. 데이터만 문제가 없다면 글은 올릴 수 있으나 그곳은 항시적으로 짐 검사를 하기 때문에 번거로워서 노트북은 안 가져갈 것 같아요ㅠㅠ 어쨌든 소식 전하겠습니다^^

독서괭 2025-10-18 12:48   좋아요 0 | URL
오오 화가님 그동안 갈고닦은 중국어 실력 발휘하고 오시는 건가요!!

거리의화가 2025-10-19 17:29   좋아요 1 | URL
괭 님 읽는 것은 그래도 좀 시간이 주어지면 어떻게든 하지만 말은 또 별개의 영역이더군요. 가면 긴장되서 쉬운 단어도 생각이 안 날 것 같아요-_-;(작년에 대만 갔을 때를 떠올리면) 그래도 최대한 파파고에 의지하지 않고 여행해보려구요^^;;; 그래도 이번엔 중국 가서 꼭 서점 가서 책은 사올겁니다!ㅎㅎㅎ

단발머리 2025-10-1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가시는 여행이시라니 부럽습니다!! 이번 여행 후에 멋진 사진이랑 후기를 자세히, 길게길게~~ 써주세요!
여행 소식도 부러운데 근력을 위해 체중을 늘려야 했다~~ 이 부분도 부러워요. 이 메카니즘을 잘 모르는 저라서요. 체중을 늘려야 한다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신나는 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5-10-18 13:40   좋아요 1 | URL
혼자 하는 여행이 사진 찍을 때 불편한 거 빼곤 다 좋아요. 누구 기호에 맞출 필요도 없고 내 컨디션에 따라 다닐 수 있으니까요.
15년 넘게 체중 변화가 없는 사람이어서 살 찌우는데 좀 애먹었어요. 원래 밥을 많이 못 먹는데 평소보다 더 양을 늘리고 주식 중간에 단백질 관련 음식을 계속 먹어줬네요. 체중이 늘지 않으면 원래 있는 체중에서 근력량을 늘리기가 거의 힘들다고 해요. 그래서 체중을 늘리는거라고!ㅎㅎ

희선 2025-10-18 0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한 효과가 나타났군요 처음보다 많이 좋아져서 기분 좋으실 듯합니다 앞으로도 근력을 키워가시기 바랍니다 운동을 하면 버릇이 들어서 안 하면 뭔가 빼먹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겠네요

혼자 어딘가에 가시는군요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오시면 좋겠네요 안전하게 잘 다녀오시기를 바랍니다 아직이지만, 그때가 다가오면...

거리의화가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5-10-18 13:42   좋아요 1 | URL
네. 3개월여만에 1킬로그램 찌는 게 쉽지 않다고 하는데 어쨌든 운동효과가 있어서 참 다행이죠. 점점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라는 생각을 몸이 체득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여행 다니는 중이나 다녀와서 찾아뵐게요.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오는…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시길^^

독서괭 2025-10-18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꾸준히 운동하신 보람이 있겠어요! 저도 요즘 운동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인바디 궁금하네요. 좀 좋아졌으려나.
혼자만의 여행 부럽습니다! 충분히 즐기고 오시면 좋겠어요^^

거리의화가 2025-10-18 13:45   좋아요 1 | URL
괭 님도 열운동 중이시군요^^ 운동을 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도움이 되어서 독서할 때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열심히 하셨으니 인바디 좋아지셨을겁니다.
즐겁게 여행하고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