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당일이나 내일이 아닌 출고일'과 '품절'과 '절판'의 유혹에 흔들려 허겁지겁 책을 사들였다. 



이정우의 세계철학사 1, 2, 4권을 샀다. 4권이 알라딘의 새로 나올 책 리스트에서 슬그머니 빠져서 어떻게 된 건가 궁금해하고 있었다. 가능하면 국내 저자의 철학서를 읽고 싶은 마음이 커서 시리즈가 완간되면 사려고 기다리던 중이었다. 알림 설정을 해둔 덕분에 4권이 재입고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자마자 바로 결제해버렸다. 역시 이런 책은 사두는 게 답인가라는 합리화를 해 본다. 품절이나 절판은 왜 이리 빠른지. 3권도 이참에 재입고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지난달 마지막 날 국역 금사 시리즈를 사들였다. 장바구니에 있은지 몇 달째였는데 볼 때마다 출고일이 점차 늦어지는 게 아닌가. '이러다가 책이 품절되면 안되!'하는 압박감에 결국 사들였다. 요사는 3권이지만 본기 자체도 분량이 길지 않은데 비해 금사는 열전의 분량이 많아서인지 4권이 꽉 들어차 있다. 결제해놓고 '너무 무리한 것 아니야?' 했지만 받아놓고 보니 든든하다. 여러 모로 도움이 될 책임에는 분명하니 마르고 닳도록 참고서로 잘 활용해보는 것으로 하려 한다. 내게 금나라의 역사는 김용의 소설 속 배경이다. 김용 소설이 재미나긴 하지만 그럼에도 정사도 잘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11세기에 이어 12세기 금나라는 한반도의 고려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국가였다. '악비'와 '진회'는 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된 인물이다. 







벤야민 전집 중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흔히 〈역사철학테제〉로 알려져 있음)가 포함되어 있는 5권을 샀다.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는 벤야민의 마지막 저작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이것부터 읽어보는데 당시의 배경을 잘 알지 못하니 무슨 말인지 단번에 알아 듣기가 힘들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그러다 '역사적 유물론'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게 되었고 각주에 친절하게 앞 편의 글을 참고하라고 적혀 있었다. 

〈수집가이자 역사가 에두아르트 푹스〉는 모르는 인물과 역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읽어나갈 수가 있었다. 물론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 대해서 상대적인 것이다. 

벤야민은 보편적인 역사적 통용의 개념을 부정한다. 당시만 해도 19세기의 실증주의적 역사론이 대세를 이룰 때였는데 그는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대표적으로 역사의 사료는 검증 가능해야 한다 주장하는 명제 등등... 그런데 그 사료를 믿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은 19세기의 역사관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의 말을 사람들이 파격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총 18가지 테제(명제)인데 비슷하거나 기본을 심화한 확장 버전의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역사는 시간의 연속성 위에 놓여 있지 않고 특정 시점의 이미지나 사진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가장 놀라웠다. 사실 역사는 과거를 다루는 학문에 비판하거나 역사는 언제나 진보한다를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그는 역사의 연대기적 서술을 비판하는 것인가. 지금도 나는 내가 어느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한다고 여겨서 그 주장이 명확히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과거의 나는 특정 시점의 이미지나 사진으로 볼 수 있을 따름이긴 하다. 더 나아가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역사관도 있었다. 역사는 취사 선택된 사람과 기록만 들어 있을 뿐이므로 소수자의 이야기는 찾아 발굴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명제다. 이것은 지금 꽤나 대세가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야금야금 전자책도 사들이고 있다. 《속자치통감》 시리즈와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귀신들의 땅》이다.

김승섭 교수의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를 읽으며 후속작으로 읽어보겠다 생각했던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는 이미 읽고 리뷰도 남겼다. 남은 책들도 조금씩 잘 읽어나가보아야겠다. 《귀신들의 땅》은 왠지 모르게 궁금해서 사 두었다. 내용이 모호할까봐 걱정은 되는데 까짓것 읽어보지 뭐.




사는 속도만큼 읽는 속도가 따라가야 하는데 힘에 부치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다 읽겠지 하는 마음으로 합리화를 해 본다.



설 연휴 첫째 날 쌀국수를 먹었다. 연휴라 문 연 곳이 많지 않아 돌고 돌다가 이 집에 들어갔다. 알고 보니 맛집이었는데 나는 처음 갔던 곳이다. '오! 맛집일만하네.'했다. 양도 푸짐하고 가격대도 합리적이어서(소고기 쌀국수: 만원)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집은 '갈비 쌀국수'가 특별 메뉴라고 하는데 가격은 5천원 차이 난다. 나는 원래도 갈비를 안 좋아해서 깔끔하게 소고기 쌀국수를 시켰고 옆지기는 갈비 쌀국수를 시켰다. 갈비 쌀국수도 괜찮다고 한다. 




연휴 동안 빠짐 없이 한 것이 있다면 산책일 것이다. 이 곳은 신도시라 학교들이 많이 세워지고 있는 중이다. 3년 전 내가 이 아파트에 살러 들어왔을 때만 해도 이 학교는 없었다는. 어쨌든 요즘에는 학교를 보면 마음이 묘하다. 전날 드라마를 보다가 과거에 학교 다녔을 때 기억까지 거슬러 갔는데 그 기억이 셔터를 누르게 했던 것 같다. 과거의 학교 이름은 진작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막상 간다면 추억의 공간이 다 없어졌을까봐 겁이 나서 선뜻 가지 못하는 것 같다. 또 이미 먼 곳으로 이사를 가 버려서 가기도 쉽지 않아졌고(이제 공간조차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하늘 사진이 빠지면 섭섭하지^^ 낮에 산책하는 길은 이렇게 구름이 많았다. 지난 번에도 이런 비슷한 모양의 구름이 형성되었을 때가 있었는데 오늘도 그러했고 신기해서 찍었다. 마치 하늘에 연못 하나가 만들어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일상에서 이런 순간을 발견하는 일은 늘 경이로운 것 같다.





오늘은 금요일! 역시 그래서 뭔지 모르게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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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2-16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 님은 급박하게 산 책이 아니라 절판 압박감에 책을 사시는군요!
전 요즘에 가격이 좀 생각보다 싼 책 있으면 바로 삽니다..... 이 책 재쇄 때는 틀림없이! 정가 인상하겠구나!!!!!! 싶어져서요. ㅋㅋㅋ

거리의화가 2024-02-16 17:38   좋아요 1 | URL
보통 사려는 책이 1쇄 이상 안 찍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2~3년을 못 넘기고 품절이나 절판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말씀처럼 가격이 오를 뿐이지 내려가지는 않을테니 가능한 소장할 책은 미리 사둘수록 이득인 것 같습니다^^ 결국 살 핑계긴 하네요ㅋㅋㅋ

자목련 2024-02-19 16:58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 재쇄 때는 틀림없이! 정가 인상할 것 같은 책, 알려주시면 안 되나요? ㅋㅋ

독서괭 2024-02-16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옷 제 눈에는 하늘 연못이 뿔달린 도마뱀으로 보입니다. 귀여워요 ㅎㅎ
절판 전에 사시는 현명한 화가님!!👍

거리의화가 2024-02-17 12:45   좋아요 1 | URL
앗! 뿔달린 도마뱀ㅋㅋ 그런 것도 같네요.
절판되면 더 이상 구할 수도 없고 그것 때문에 결국 온갖 도서관을 헤매게 됩니다. 그마저도 있으면 다행인데 없는 경우도 있어서 난감하더라는.

여울목 2024-02-16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정우님의 세계철학사 제4권이 언제 나오나했는데 이번에 나왔군요.
금사는 인물들이 낯설어서 도표를 만들어서 읽었습니다.명군인 금세종사후 대략 40년 만에 멸망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금나라의 최후는 장렬하다고 느꼈고,사관의 금 애종에 대한 평은 감명깊었습니다. 조선의 고종과는 대척점에 있는 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사와 금사는 이미 오래전에 나왔으니 이제 원사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거리의화가 2024-02-17 12:48   좋아요 0 | URL
세계철학사 4권 작년에 나온다고 하더니 계속 미뤄지다 어느새 사라져서 출판사가 안 내놓는것인가 걱정을 했더랍니다. 다행히 늦게나마 나와서 좋은데 3권은 품절이라... 재입고되면 좋겠어요.
금사 이미 읽어보셨군요^^ 원사는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나오게 된다면 분량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설사 늦어지더라도 꼭 나오면 좋겠네요.

단발머리 2024-02-17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판 전에 서둘러 사시는 그 마음 너무 공감됩니다. 전, 거리의화가님이 사신 책들을 서둘러 사야한다는 절박감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늘 사진이 제일 예쁘네요. 쌀국수 사진 다음으로요^^

거리의화가 2024-02-17 12:50   좋아요 1 | URL
ㅋㅋㅋ 진짜 절판되면 답이 없어요ㅠㅠ 이거다 싶으면 꼭 미리 사두셔야 합니다. 살 책인지 애매한 경우는 희망도서로 도서 신청해놓고 읽어본 뒤 바로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하늘 사진은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ㅋㅋ 자주 찍어서 핸드폰의 70% 이상이 하늘 사진 같아요ㅎㅎ

자목련 2024-02-19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 님은 책을 정말 꾸준하고 성실하게 책을 읽으시는 것 같아요. 저는 요즘 꽤가 나서...
최근에 어떤 소설을 읽다가, 아니야 하고 덮어두고 다른 소설을 꺼냈다가, 아니야 다시...
결국 세 번째 펼친 소설을 읽고 있는데...

거리의화가 2024-02-20 09:18   좋아요 0 | URL
저 이번 달은 은근 게으름 피우면서 읽고 있는 것 같은데... 기준이 저마다 다르니까요^^;
저는 원래도 여러 책을 읽는 편인지라... 이 유형의 단점은 완독하기까지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이죠^^ 욕심이 많으면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언젠간 읽는다는 생각으로!ㅎㅎ

그레이스 2024-03-11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사 장바구니에 담으러 가요
저도 3권 나오길 기대합니다

거리의화가 2024-03-13 08:57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지난 주인가 3권 재입고되었다고 알림이 와서 저는 주문했어요. 참고하십시오^^

그레이스 2024-03-13 09: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