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휴가를 내고 1박2일 구례-하동 여행을 다녀왔다. 마음으로는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보고 싶었으나 옆지기의 무릎이 안 좋은 관계로 많이 걷는 것은 자제하고 그냥 쉬엄쉬엄 돌아다녔다.



먼저 구례대나무숲길이라는 게 있다길래 가 보았다. 대나무가 연식이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대나무 모양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으니 길쭉길쭉하여 시원하게 느껴졌다. 아랫동네라 낮 즈음이 되니 약간 덥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곳에 들어오니 서늘했다. 


대나무숲에 들어가서 하늘을 보면 이런 모습이다. 숲 안은 마치 무협 영화의 배경인 것처럼 느껴진다. 칼 들고 싸워야 하나 읊조리고 있는 걸 보니 내가 참 무협영화에 많이도 빠져 있네 싶어 순간 웃음이 나왔다ㅋㅋㅋ



그리고 잠시 목을 축이러 찻집에 갔다. 

평소 녹차나 홍차를 잘 마시지는 않지만 하동하면 역시 차 아니겠는가. 한국 최초의 찻집이 있었던 곳이라는데 요즘 스타일에 맞춰 단장을 해 놓았다.

차주전자, 따라놓는 잔도, 마시는 잔도 정갈하고 예뻐서 보는 것만으로 눈이 즐거웠다. 기본 녹차를 시켰는데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세작이라고 한다. 역시 녹차는 세작이 맛있는 것 같다^^ 녹차 아이스크림도 서비스로 주셔서 먹었는데 전혀 달지 않고 쌉싸름한 맛이 개운하게 느껴졌다.




사실 본 목적지는 쌍계사였는데 찻집이 근처에 있어서 그 김에 갔던 것이었다. 쌍계사 올라가는길! 담장에 핀 꽃이 이제 지는 중이었지만 이 곳에서 보니 다르게 느껴졌다.



드디어 도착한 쌍계사 입구에는 '쌍계사'임을 알리는 비석이 떡 하니 있었다.


쌍계사는 삼신산쌍계사로 불린다. 쌍계사는 신라시대에 진감선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이며 '삼신산'은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을 일컫는 말이다. 일주문 현판 글씨는 그 유명한 해강 김규진 선생님이 쓰신 글씨라고 한다. 얼마 전 기사로 일주문이 국가지정 보물 문화재로 승격되었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래서인지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

9층석탑과 범종루의 범종, 대웅전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쉬는 날이 아니어서 경내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편했다.








얼마 전 토지를 완독해서인지 '하동'하니 <토지>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이 곳에 박경리문학관이 있다는 소리를 듣기도 해서 가보기로 했다. 

근처에 토지 세트장이 있어서 함께 둘러볼 수 있을 뻔 했으나 아쉽게도 최참판댁은 내부를 들어가볼 수가 없었다(촬영중이라고...). 용이네, 임이네만 보았는데 임이네 건물은 세트장인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인물을 생각하니 괜히 미움이 드는 것이 참 사람 마음이란.



문학관 내부는 이렇게 토지 주요 인물들을 형상화하여 그린 인물화가 배치되어 있었다. 상상하던 모습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모습인데 읽어보신 분들은 이 그림에 감정이입을 하실 수 있을것 같다.


여러 전시물이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박경리 선생님이 책에 둘러싸여 있는 이 사진이 가장 좋았다. 역시 선생님은 책과 함께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구나 느끼게 된다. 

문학관 외부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액자 모형이 세워져 있음) 전망도 좋고 기념도 되니 사람들이 모두 사진을 찍더라. 

산세도 멋지고 널찍하니 마을이 한 눈에 들어와서 전망이 굿!!!


최참판댁은 들어가보지 못하고 이곳에서 찍은 드라마나 영화들을 이렇게 나열해놓고 있다. 못 들어가서 아쉬운... 발걸음이 차마 안 떨어졌다.



펜션에 도착해보니 물줄기가 들리길래 어디지 돌아보다가 뒷 편에 이런 계곡이 있었다. 여름에는 특히나 인기가 많은 곳일 것 같다. 약간 날이 흐리고 늦은 오후 시간이라 후디만 입고 있기에는 살짝 추웠지만 그래도 잠시 멍타임을 가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먹자 타임!!!

이어지는 술-술-술 그리고 고기 파티. 청명주는 정말 부드럽고 깔끔한 것이 일품인 술이다. 살짝 비싸서 그렇지.


고기 냄새를 맡았는지 냥이가 등장했다. 고기 한 점을 던져줬는데 냅다 달려와 먹고는 도망갔는데 더는 주지 않으니 어디론가 가 버려서 보이지 않았다(아침에 일어나보니 식은 고기들을 다 해치우고 갔다). 


간만에 캠프파이어 하는 느낌으로다가... 불멍 타임 좋았다. 추웠는데 불피우니 따뜻해서 좋고 음악도 살짝 틀어놓고 오래도록 재미나게 놀았다.


이튿날 과음의 후폭풍으로 심신이 애매한 상태에서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겨우 일어났다. 


해장 전 그래도 유명하다는 빵집에 가야지 해서 빵에 커피를 먹어주고...?



올갱이 맑은 해장국...이 날 살렸다!ㅎㅎ 해장국도 일품이었지만 반찬도 맛있었다. 아... 해장엔 올갱이!!!



1년 여만에 지방으로 놀러다녀온 거였는데 즐거웠다. 길게 놀고 즐겼으니 이제 일상을 사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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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0-10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경리 선생님 사진 보니, 나따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 더 사도 되겠습니다. 껄껄.

잘 다녀오셨다니 다행이에요. 우리 열심히 일하고 읽고 쓰고 조만간 또 여행 다녀옵시다!! 즐겁게 살도록 해요!

잠자냥 2023-10-10 16:52   좋아요 1 | URL
엥? 결론이.....????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10-10 17:1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왠지 다락방님은 그런 결론을 내실 줄 알았습니다!ㅎㅎ 책은 사고 사도 왜 살 것이 넘쳐나는지 모를일이에요ㅋㅋㅋ
2주 후에 집안에 행사가 있어서 놀러다녀올 것 같지만 이번 여행 같은 느낌은 아니겠죠!ㅎㅎ 간만에 산멍물멍 시간 좋았습니다^^

자성지 2023-10-10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향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까지 다녀오셨군요.
외가가 있어 구례는 어렸을 적 남매가 방학 때면 사나흘씩 다녀오곤 하였답니다.
최참판 댁에 드라마 촬영 중인 모양입니다.

거리의화가 2023-10-10 17:17   좋아요 0 | URL
외가가 그쪽이시군요^^ 자주 들락날락하셔서 친근한 곳이실 듯합니다. 저는 제대로 여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쌍계사도 처음이었어요. 단풍철에 갔으면 화려한 절을 구경했겠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을 것 같아서 이번에 간 것으로 만족합니다.
최참판 댁이 촬영중이라 못 들어가본게 아쉬워요ㅠㅠ 언제 다시 가볼 기회가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10-10 1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나게 잘 놀다가셨군요^^
최참판 댁...아쉬웠겠습니다.
거기 대청마루에 올라서 평사리 들녘 바라보면 참 좋았을텐데요. 우린 애들 어릴 때 설 연휴 무렵 하동 최참판댁에 들렀었는데요. 한복 입은 어르신이 곰방대를 물고 안방에 앉아 계시더군요. 그러곤 애들한테 빨리 세배를 하라고 막 으름장을?! 애들이 눈치 보며 들어가서 세배를 드렸어요. 그랬더니 애들한테 각각 천 원씩 세뱃돈을 주시더군요.ㅋㅋㅋ
퍼포먼스였나 봅니다.^^
쌍계사도 다시 보니까 겨울비 맞으며 둘러봤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리고 목월빵집!!!
저흰 구례갔을 때 빵 다 팔려서 못사먹었어요. 그래서 집에 와서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먹었네요.ㅋㅋ
구례에 대나무숲길이 있었군요.
저흰 산수유 마을만 다녀왔던 것 같아요.
암튼 좋은 추억이 되셨겠어요.
좋은 술도 드시고 불멍도 보시고...
에너지 충전 잘 하시고 가신 듯해 제가 다 뿌듯합니다.^^

거리의화가 2023-10-10 17:21   좋아요 1 | URL
최참판댁은 두고 두고 아쉬워요. 애들에게는 좋은 추억이었을 것 같은데요?ㅎㅎ 세뱃돈 퍼포먼스라니 참판댁이라 가능한 것이었나봅니다!ㅋㅋ 못 가본 것은 아쉽지만 이번만이 기회가 아니다 생각하고 아껴두자 좋게 생각하려구요^^;
이제 막 들어선 가을의 쌍계사는 아직은 초록빛이 강했습니다. 늦가을 단풍철에 오면 또 다른 근사함일 것 같더군요.
목월빵집 안 그래도 일찍 안가면 줄서거나 빵 품절된다고 얘기하더군요. 저희는 일찍 도착해서 푸짐한 빵셔틀을 할 수 있었습니다!ㅎㅎ
충전 잘하고 왔어요. 너무 먹었더니 살만 쪘습니다! 잘 먹었으니 됐죠뭐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0-10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휴를 알차게 보내셨군요... 나무님도 위에 쓰셨지만 보는 제가 뿌듯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3-10-10 17:23   좋아요 0 | URL
평소에도 나름 잘 놀고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아무래도 도심에 있을 때는 이런 풍경을 자주 마주하지는 못하니까 이런 기회를 통해 즐거움을 더 느끼는 듯합니다^^

페넬로페 2023-10-10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좋은 시간 보내고 오셨네요.
저는 재작년 봄에 쌍계사 다녀왔는데, 가을에 보는 쌍계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 독후활동까지 하시고👍👍

거리의화가 2023-10-10 17:58   좋아요 1 | URL
금요일에는 책 한 줄 안 읽었어요. 놀러갈 때 책 들고 가봐야 안 읽더라구요.
몇몇 후기를 보니 늦가을에 쌍계사가 참 근사할 듯하더군요. 저는 특히 김규진 선생님 글씨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토요일까진 시체처럼 뻗어있다가 2틀은 쭈욱 읽었어요!^^

새파랑 2023-10-10 19: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연휴의 진정한 승자는 화가님이시군요~! 사진만 봐도 즐거워 보입니다~!!
인문학 투어를 하셨군요 ^^

거리의화가 2023-10-10 21:2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잘 놀고 쉰 것 같습니다. 인문학투어라고 하기에는 민망합니다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ㅎㅎ

희선 2023-10-11 0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쪽을 돌아보셨군요 구례 하동... 대나무숲 멋집니다 쌍계사에 가시고... 《토지》에 나오는 인물 그림도 있군요 가장 가운데가 서희일까 했는데, 맞았네요 다 돌아보지 못해서 아쉬웠겠지만 좋은 시간이었겠네요 즐겁고 편안한 시간 보내고 오셨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10-11 09:07   좋아요 0 | URL
구례와 하동은 바로 붙어 있어서 얼마 안 멀거든요. 함께 여행하기 좋습니다^^ 쌍계사 한산해서 쉬엄쉬엄 둘러보기 적당했어요. 여행은 원하는 대로 모두 이루어지지는 않아서 그것이 또 묘미인 듯 싶습니다. 희선님께도 사진으로나마 힐링이 되셨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