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내를 둘러싼(싸고) 여러 사태를 보고 있다 보면 분노와 짜증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외면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들이 노리는 것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싶어 주먹을 불끈 쥐고 두 눈을 부릅뜨며 이성을 차린다.
눈이 절로 가는 일들이 있다. 기사를 보더라도 주목하게 되는 기사들이 있는 것처럼. 이는 내가 관심을 거기에 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1923년 9월 1일 꼭 100년 전 간토대지진(관동대지진)이 발생했다. 일본은 중부 간토 지방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해서 국내 여론을 의식하여 구실이 필요했고 이에 일본 내각부는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있으니 경계하라"는 전문을 전국에 보냈다. 이 때 그곳에 발을 붙이고 살던 조선인 구학영은 경찰서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그런데 자경단이 경찰서에 난입하는 바람에 그는 죽창에 60여차례 찔린 후 ‘벌 일본 무죄(罰 日本 無罪)’라는 글을 바닥에 쓰고 눈을 감았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83109490002450
일본 군경과 자경단은 조선인 6600여명을 무참히 학살했다(그 때 조선인이 잘 하지 못하는 일본어를 발음하게 해서 학살 대상자를 골라냈다는 사실은 이제 국내에도 제법 알려져 있다). 사실 저 통계가 믿을만한지는 모르겠다(더 많지 않을까). 심지어 당시 일본 내무성과 조선총독부는 사상자 규모를 축소하였고 현재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전문가들의 의견일 뿐 일본 정부 견해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조선인 폭동을 일으켰다'가 유언비어라는 것이 드러나자 일본 정부는 조직적으로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시신은 불태워지고 강에 버려졌다). 그리고 매년 일본 우익은 학살을 부정하는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올해는 추모비 바로 앞에서 감행한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 와중에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제대로 된 해명 조차 요구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분노를 일으킬 수밖에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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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는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와 민병래 작가가 함께 쓴 책으로 지난 수십 년간 간토대학살의 진실을 규명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백년 동안의 증언>은 일본의 시인 쓰보이 시게지(1898~1975)의 장시 '15엔 50전'이 최초로 번역돼 실렸다. '15엔 50전'은 일본어로 발음했을 때 '쥬우고엔 고쥬센'으로 읽히는데, 학살 당시 탁음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조선인을 분별하는 데 쓰였던 어구였다.
<1923 관동대학살>은 다큐 시집으로 관동 대학살의 참상을 표현한 시를 모은 것이다. 200여 명 자료와 생존자의 실화와 증언을 바탕으로 책을 저술하였기 때문에 시지만 참상이 드러나 읽는 것이 무척 참담할 것으로 생각된다.
<관동대지진, 학살 부정의 진상>은 하버드대학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2019에 발표한 논문 「경찰 민영화: 일본의 경찰, 조선인 학살 그리고 민간 경비 회사」에서 ‘관동대지진’의 혼란에서 조선인을 학살한 일본 자경단은 기능부전의 사회가 만들어낸 경찰 민영화의 한 사례라고 주장하며 이는 정당한 방위 행위였다고 강변했다. 저자는 그의 ‘학살 부정론’을 검증하기 위해 책으로 펴냈다.
토지 10권에도 관동대지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가는 현실을 무시해도 되는가에 대해서 관련하여 대화를 나누다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를 비롯해서 관동대지진(책에서는 '관동대진재'로 자주 표현됨)은 다른 권에서도 인물들의 대화 속에 수시로 튀어나오는 걸 보면 이것이 조선인들의 기억 속에 뿌리 박힌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떼죽음을 당했는데 어찌 참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침 8월 1일부터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간토대학살 관련 전시를 진행 중이다.
https://youtu.be/sIle_nh1eTs?si=XDlvcfWadhuKpimm
'기억해야 한다'라는 말이 '지겹다'라는 말로 변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건을 잊기는 너무나 쉽고 일본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일지 모르니까 말이다.
더불어 홍범도 장군 관련해서도 책을 읽어볼 참이다. 집에 평전이 있었는데 그것을 읽을지 올해 한길사에서 새로 나온 책을 읽어볼지 고민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