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광역버스를 타고 회사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곧이어 내 옆자리에 어떤 분이 앉으셨는데 나는 강의를 보는 중이라 시선은 앞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얼마 후가 지났을까 옆에 앉은 분이 툭 치더니 뭐라 뭐라 말을 하는데 이어폰을 낀 상태라 들리지가 않았다. 듣던 강의를 중지하고 이야기를 들으니 "이 버스 xx역은 안가나요?" "네?"

갑자기 이 버스가 역을 가는지 생각이 안나서 지도앱을 켜고 검색을 했다.

딱 앞을 가지는 않지만 근처까지는 간다. "x에서 내리셔야 할 것 같은데요."

밖이 워낙 춥다보니 여기가 어딘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뿌연 유리창을 닦아봐도 닦이지 않을 정도의 추위다.

그리고 다시 이어폰을 켰는데 뭔가 이상하다.

이 분이 내려야 할 버스정류장은 한참 전이었고 이미 버스는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나가는 중이었다.

이 버스는 광역이라 여기를 나가면 시외로 나가버리는지라 '어떻게!' 했다. '고속도로만 안 나가고 내렸더라도 그나마 나았을텐데...'

이 분이 계속 지도를 터치하는 것이 보였다. '어휴... 어쩌면 좋아. 이런!'

진작 좀 물어보시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 추위에 다시 돌아가려면 어쩌나 싶은 것이다. 

아무튼 그 분이 목적지에 잘 도착하길 빌었다.


어젯밤 옆지기가 무거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지방에 내려가야할 일이 생겼다고 말을 건넸다.

지인의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져서 요양병원에 데려가야한다고 했다. 50이 안 된 나이임에도 신장 투석을 하며 병원을 왔다갔다한 모양인데 이제는 그것마저 힘들어지고 거동이 불편하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하룻밤 우리 집에서 묵은 후 병원에 데려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낯선 이가 갑작스레 집에 온다는 것이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그 분의 건강이 염려되어서 알았다고 답했다.

홀로 아픔을 견뎌내야 한다는 건 역시 신체적 아픔보다는 정신적 고통이 더 클 거란 생각도 든다. 옆지기의 마음도 좋지 않은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날씨도 추운데 마음이 참 좋지가 않다.



통감절요 1은 한동안 또 강의를 등한시했더니 제자리 걸음이라 앞부분 다 까먹어서 결국 다시 보기 시작했다ㅜㅜ 하지만 다시 시 보니 처음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는 즐거움도 있다.


자사의 말이 이처럼 시의적절하게 들려올 때가 있었을까! 

대통령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말이 여기에 있다.




子思曰 以吾觀衛컨대 所謂君不君, 臣不臣者也로다

子思가 말씀하기를 “내가 衛나라를 살펴보건대 이른바 君主는 군주답지 못하고 臣下는 신하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夫不察事之是非하고 而悅人讚己하니 闇莫甚焉이요 不理之所在하고 而阿諛求容하니 諂莫甚焉이라

일의 옳고 그름을 살피지 않고 남이 자신을 칭찬하는 것만 좋아하니 어둠이 이보다 더 심할 수가 없고, 이치가 있는 곳을 헤아리지 않고 아첨하여 용납되기를 구하니 아첨함이 이보다 더 심할 수가 없다.


君闇臣諂하야 以居百姓之上이면 民不與也니 若此不已면 國無類矣리라

군주는 어둡고 신하는 아첨하면서 백성의 위에 있으면 백성들이 따르지 않을 것이니, 이와 같이 하기를 그만두지 않으면 나라에 남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였다.


子思言於衛侯曰 君之國事 將日非矣리이다

子思가 衛나라 임금에게 말씀하기를 “임금의 나라 일이 장차 날로 잘못될 것입니다.


君出言에 自以爲是어든 而卿大夫莫敢矯其非하고 卿大夫出言에 自以爲是어든 而士庶人이 莫敢矯其非하야 君臣이 旣自賢矣어든 而群下同聲賢之하니 賢之則順而有福하고 矯之則逆而有禍하나니

군주가 말을 하고는 스스로 옳다고 여기면 卿‧大夫가 감히 그 그름을 바로잡지 못하고, 卿‧大夫가 말을 하고는 스스로 옳다고 여기면 士‧庶人이 감히 그 그름을 바로잡지 못해서, 군주와 신하가 이미 스스로 어질다고 하면 여러 아랫사람들이 똑같은 소리로 어질다고 하니, 어질다고 하면 윗사람의 뜻에 순하여 福이 있고, 바로잡으려면 거슬려서 禍가 있습니다.


如此면 則善安從生이리잇고

이와 같다면 善이 어디로부터 생겨나겠습니까?


詩曰 具(俱)曰予聖이어니 誰知烏之雌雄고하니 抑亦似君之君臣乎인저

《詩經》에 이르기를 ‘모두 내가 聖人이라고 하니,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는가.’ 하였으니, 또한 임금의 君臣과 같습니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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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23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동이 불편 할 정도로 ㅠ,ㅠ 화가님 남편분의 따스함으로 그분 빠른 쾌유 바라지만 화기님의 마음 심정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12-23 11:09   좋아요 0 | URL
저도 아주 잘 아는 분이라 마음이 더 안 좋네요. 부디 건강을 회복하길 바랄 뿐입니다.

새파랑 2022-12-23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은 한문도 다 읽으시는군요. 저는 요거 어떻게 읽는지도 모르겠습니다 ㅋ

요 문구 좋네요~!! 저도 지인분의 건강이 회복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12-23 12:53   좋아요 1 | URL
요즘은 강의록에 친절하게 이렇게 번역이 되어 있어 편합니다^^ 물론 직접 쓰면 훨씬 도움이 되겠지만 시간상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있어요ㅎㅎㅎ

새파랑님 말씀만으로 고맙습니다.

독서괭 2022-12-23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그 지인분은 가족이 마땅히 안 계신가 봅니다ㅠㅠ 홀로 아픔을 견디는 건 정말 외롭고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화가님과 옆지기님의 도움이 마음의 고통을 조금 덜어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12-23 12:56   좋아요 1 | URL
음. 그분이 미혼이고 혼자 살면서 잘 챙겨 드시지 않고 술담배를 가까이 하다보니 건강이 많이 망가진 상태입니다. 같이 사는 분이 있다면 그나마 나았을 수도 있겠지만 혼자 두면 도저히 안될 상황이라 이렇게 결정을 한 것 같더군요. 괭님 마음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12-23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강이 참 중요합니다.
미혼이신데 큰 병을 어떻게 다스리실지?
남편 분도 근심이 크시겠네요. 그래서 도움을 주시고자 하실테고~~화가님도 곁에서 뭐라고 하시지도 못하실테고...남편 분의 얼굴을 생각해서라도 허락하신 일은 잘 하셨어요. 남편 분의 마음을 헤아려 주신 점은 말 없는 위로를 건네 준 것이라 생각하실 것 같네요.
모두들 건강해야 할텐데 말입니다.
통감절요는 청와대랑 국회에서 필독인 책이로군요?

거리의화가 2022-12-23 13:40   좋아요 1 | URL
이런 책을 읽기나 할지 모르겠습니다. 싸움질만 해대고 있으니 말이죠!-_-;
음... 해가 갈수록 건강이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저도 술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지나치면 좋지 않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네요. 부디 병원에서 건강이 회복되면 좋겠습니다. 사실 하룻밤일 뿐인데요^^; 남편이 걱정이죠뭐ㅠㅠ 나무님도 건강 잘 챙기셔요!

희선 2022-12-26 0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자 살고 아프면 더 힘들겠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지내야 한다니... 몸이 나아지시기를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님 남편 분이 요양병원에 함께 가셔서 그분 조금 괜찮으셨겠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잘 지켜야 하죠


희선

거리의화가 2022-12-26 09:50   좋아요 0 | URL
혼자서 병원에 있으려면 힘들겠지만 주변 분들과 말 트고 지내면 좀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나아지시길 바랄 뿐이죠. 건강은 누가 지켜주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