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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나무 ㅣ 창비시선 368
정희성 지음 / 창비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주여 용서하소서
그가 왕이 되었으니
나는 평생 역적으로 살았습니다
말로써 무엇을 이루겠나이까
나는 기교를 버렸습니다
지상에 눈이 어두운데
하늘의 일을 어찌 알겠습니까
비로소 여기
천지를 헤매다 가겠나이다
- 정희성 詩 <고백> 전문
지난주 연남동 기사식당 골목의 허름한 복(복어)집에서
1990년대 초 독서모임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을 만났다.
아현동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그때 우리가 집중적으로 읽은 책은 이기영, 한설야 등 신경향파 작가들의 소설이었다.
구성원들도 다양했다.
기자, 대학생, 회사원, 교사, 백수 등.
나는 늘 그렇듯이 책은 얼렁뚱땅 대충 읽고 가서 입도 떼지 않고 있다가
몇 차가 됐든 뒤풀이 술자리에 끝까지 남는 인간이었다.
나의 장점은 어떤 모임이라도 친구든 후배든 한 명 따로 챙긴다는 점이다.
그 모임에서 챙긴 건 지난주 만난 선배와 후배다.
어쩐지 마음이 가는 또래 친구도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는 지난해 연말 홍대앞 모임에 나오더니
우리를 타락한 백조파 작가 보듯 했다.
그러더니 얼마 전 우리 모임 카톡 방에서 퇴장해버렸다.
낮에 우리 동네 극장에서 혼자 봤던 <잉투기>가 재밌다고 떠들던 참이라
무참했다.(그 심사가 짐작이 되어서!)
내가 얘기하는 중에 누가 참지 못하고 방을 나가다니,
사는 건 충격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