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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소나타 - Tokyo Sonat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내가 사람이라는 게 싫을 때가 있다
나는 양복점에도 들어가보고 영화관에도 들어가본다
이발관 냄새는 나로 하여금 쉰소리로 흐느껴 울게 한다.
내가 오직 바라는 건 돌이나 羊毛처럼 가만히 놓여있는 것.
그렇게도 많은 일을 겪은 뒤에, 그다지도 머나먼 거리를 지나온 뒤에,
어떤 왕국인지도 모르고 어떤 땅인지도 모르는 채
가련한 희망을 갖고 돌아다니고
내 식구인 거미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파괴들 속에서
나는 내 잃어버린 자아를 사랑하고, 내 흠 있는 성격,
내 능변의 상처, 그리고 영원한 내 상실을 사랑한다.
내가 땅에 붙인 이름, 내 꿈들의 가치,
내 쓸쓸한 눈으로 분배한 끝없는 풍부함,
이 세계가 이어가는 나날들
물고기 뼈처럼 버려진 식당; 나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강이 돌들을 끌고 지나가는 황량한 방
끝의 박살난 컵, 그리고 커튼을. 그건
비(雨)의 토대 위에 세워진 집이고,
필요한 수만큼 창이 있는 이층짜리 집이며
모든 점에서 충실한 덩굴포도가 있는 집이다.
그건 단지 황폐한 식당,
나는 슬프고 또 나는 여행을 하고,
그리고 나는 땅을 알고, 그리고 나는 슬프기 때문에
나더러 어디 있었냐고 묻는다면
"어쩌다보니 그렇게 돼서......"라고 말할밖에 없다.
'산보' '소나타와 파괴들' '가족 안의 우울' 등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읽는데
얼마 전 본 영화 <도쿄 소나타>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어쩌자고, 네다섯 편의 시를 마음대로 엮어설랑 영화 리뷰라고 올려본다.
(정현종 옮김, 민음사 刊,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