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슬플 때 비룡소의 그림동화 140
퀸틴 블레이크 그림, 마이클 로젠 글, 김기택 옮김 / 비룡소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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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이 아주 클 때가 있습니다.
슬픔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나를 온통 뒤덮지요.
(표지 그림)

로알드 달 책의 삽화가 퀸틴 블레이크의 그림,
김기택 시인의 번역이 눈에 띈다.
(클릭하면 큰 글씨와 그림으로......)

-- 여러분은 그림 속의 내가 행복해 보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실은 정말 슬프지만 행복한 척하는 겁니다.
내가 슬퍼 보이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봐.

사람들이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
그리고 본연의 나는 정말 똑같을까?


-- 그럴 때 나는 이런 모습입니다.
슬픔 앞에서는 꼼짝할 수가 없습니다.

가벼운 터치로 저렇듯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슬픔이라니......

-- 이 세상에 없는 에디, 가장 행복했던 때......

갓 태어나 목욕시킬 때 세숫대야 물이 망망대해 같더니,
이제 내 딸아이도 제법 종아리가 여문 소녀로 자랐습니다. 아이의 종아리를 뽀득뽀득 씻겨줄 때 늘 감동이 입니다.


--슬퍼서 미친 짓을 할 때도 있습니다. 샤워하면서 비명을 지르거나......

샤워하며 끙, 신음소리를 내거나 고함을 지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최인훈의 소설 주인공 구보 씨는 어떤 일이 생각나 괴로울 때 "에잇, 神哥놈!" 하며 머리를 쥐어뜯었지요.

--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 내 마음 속에 슬픈 곳이 생겨났습니다.
모든 게 예전 같지 않아서......

모든 게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 사실은 그냥 받아들여야 합니다.
의문을 품으면 안 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 슬픈 것은 무서운 것과 다르다고 중얼거려 봅니다.
나는 슬퍼하는 거지 무서워하는 건 아니거든요.

좋아하는 시인의 번역이라 뭔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지에 도시락 반찬통의 김치국물 스미듯 젖어드는 문장......

-- 누가 슬픈가?
모든 사람이 슬프다.
슬픔은 모든 사람에게 오고 너에게도 온다.

사람들에게는 내가 모르는 저마다의 슬픔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댔자 그게 크게 위로가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 그래요, 촛불은 꼭 있어야겠죠.

누구의 생일이든, 생일을 정말 좋아하던 아이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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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5-0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위로가 안되는 책이라는 말씀이신가요?
...

로드무비 2006-05-0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좋으니까 사진 찍어 리뷰도 올렸지요.

이누아 2006-05-06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퍼가요. 감사. 님은 가장 슬플 때 그냥 사라지고 싶으신가요?

검둥개 2006-05-0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선 펜자국 위로 수채물감이 번지는 저런 풍의 삽화가 아주 잘 어울리는 글이네요.
덕분에 독서하고 갑니다. ^^ (사실은 레포트 써야 하는데 =3=3=3)

2006-05-06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06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 2006-05-0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슬픈가? 모든 사람이 슬프다......
글 좋고 그림 좋고. 님 덕분에 그림책이 새롭게 보여요.

sudan 2006-05-0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동화책은 주하양 보여주려고 사신거에요 아니면 로드무비님 보시려고 사신거에요?
(그냥 같이 읽으시려고 사신건가? ^^)

nada 2006-05-0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종아리 씻겨 주면서 매일같이 눈물 짤 거예요. 정말이지 그런 끔찍한 엄마가 되느니...어휴.

로드무비 2006-05-0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눈물은 안 나는데, 아이의 매끈한 종아리 씻어주면
가슴이 뭉클하면서 기분이 참 좋아요.
언제 마이 도러 종아리 빌려드릴까요?^^

수단님, 이 책은 제가 읽으려고 샀어요.
제목과 역자의 이름을 보고.
일러스트도 끌렸고.^^

우울과몽상님, 어른에게도 그림책이 필요해요.
특히 이런.^^

저마다의 슬픔님, 얼마든지 칭얼거리세요.
누군가에게 칭얼거리는 순간 슬픔이 좀 감해지잖아요.
아무튼 잘 마치셨다니 축하드리고요,
조급해 하지 않고 차분하게만 하시면
멋진 놈을 낳으실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검둥개님, 그래, 레포트는 쓰셨나요?^^

이누아님, 네.
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2006-05-07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6-05-0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쿠엔틴 블레이크 그림이군요. 그림 쓱쓱 대강 그리는 것 같은데... 이렇게 그리는 사람들 신기해요.

2006-05-08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뚜유 2006-05-0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보관함에 오래도록 넣어두기만 했어요. 김기택 시인의 번역이라서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만나보네요. ^^

로드무비 2006-05-0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슘두유님, 발견하는 순간 막 땡기는 책 있잖아요. 사정없이.....
좋았습니다.^^

두 번째 그림의 얼굴님, 경황이 없어 엽서도 못 썼어요.
급히 보내느라.
궁금합니다. 님의 ..기.^^
(페이퍼 올려주실 건가요?)

하루님, 그죠? 저도 무지 신기해요.
꾸불텅한 선, 대강대강 그리는 것 같은데.^^

자꾸 웃음이 님, 이 페이퍼 보며 웃음이 나왔다니 다행이고요.
그 느낌 알 것 같습니다.
슬픔이나 고민을 대수롭지 않게 취급해 버리면
정말 대수롭지 않은 것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가끔 뒤통수를 맞을 때도 있지만.....
님의 댓글 읽고 저도 빙그레 웃습니다.^^

아영엄마 2006-05-09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퀜틴 블레이크 책이군요. 뒤늦게 발견...^^;;

로드무비 2006-05-10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대부분 갖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