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저의 직책을 위해서 시가전에서든 감옥에서든 기꺼이 죽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겠지요. 그러나 저의 마음은 '당원'이라기 보다는 '박새'인 것입니다.'
(--여래총서 1. <로자 룩셈부르크> 1983년, 도서출판 여래 刊)
아주 오래 전 로자 룩셈부르크를 읽었다.
그의 생애와 사상, 편지를 묶은 책이었는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는 투사적인 면보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전율을 느꼈다.
그런데 운동권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니었던 내가 왜 젊은 날 그에게 그토록 끌렸었는지
좀전 거의 20년 만에 책꽂이에서 눈에 띈 책을 꺼내어 읽다가 나는 깨달았다.
자신의 임무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죽음을 각오하고 있지만, 사실 자신은
공산주의 열혈당원이라기보다 한 마리 '박새'와 같다고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박새'는 '참새' 정도 되지 않을까? 가장 흔하고 평범한 새.......
그는 자신의 각오대로 시가전이나 감옥에서보다 더 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1919년 겨울, 군용트럭의 화물대에 거칠게 내팽개쳐져 한 병사의 총, 개머리판에 맞아 절명했다.
철없었던 나는 어쩌면 그의 드라마틱한 죽음에 마음이 끌렸는지도 모른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사상적인 면으로는 강철과 같은 태도를 견지했지만, 자신의 연인에게는
한없이 여리고 다감한 모습으로 다가갔다.
--저는 어느 때인가 당신과 함께 들판을 거닐거나 부엌의 유리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싶군요.
(1916년, 연인 레오 요기헤스에게 보낸 편지 중)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읽을 당시 나는, 연인에게 너무 다정하고 어찌 보면 비굴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모습에 극심한 혼란과 배신감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어느듯 너무나 솔직하고 인간적인 고백에 마음을 빼앗겼으니,
그것이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겠지!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우리 가족이 꽤 열심히 다니던 영등포의 작은 민중교회 목사님은
30대 초반의 여성이었는데 어느 날 알고봤더니 메일 아이디가 '로사(rosa)'였다.
예배후 밥을 먹으며 물어봤더니 나의 짐작이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2004년 여름, 어쩌다 저쩌다 알라딘 서재에 흘러들어온 나는 또 한 명의 '로자'를 만났다.
넌지시 물어봤더니 역시 그 로자!
그리고 알라딘에는 또 한 분의 로쟈님도 계시고, 로쟈님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가는 곳마다 그의 팬들을 한 사람씩 만난다.
기분 좋은 일이다.
생각난 김에 검색해 봤더니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그이의 평전이 나와 있어
장바구니에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