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사람은, 그 마음은,  고립되어 있다.
마음은 이해받지 못하고 전해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는다. 때로는 전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다만 이쪽에서 멋대로 상대의 마음을, 이해한 것처럼 상상할 뿐이지,
사실은 결국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리가 없다.
그것은 부모든, 친구, 교사, 누구든 예외없이 마찬가지다.
마음은 알 길이 없다.
(...)
아무도 타인의 마음의 핵심에 접근할 수가 없다.
세계에 57억의 인구가 있다면,  57억의 고독이 있고, 
그리고 그 모두가 치유되지 못한 채 죽는다.

                          --후쿠모토 노부유키 <도박묵시록 카이지> 8권 중에서

 

스토리와 그림 연결없이 저렇게 옮겨 적고 보니 좀 썰렁하지만......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빚 때문에 어딘가로 끌려가 별 괴상망측한 짓들을 수행해야 하는 불쌍한 카이지.
이번에는 도심의 마천루, 지상에서 75미터 높이의 빌딩 사이에 걸친 외줄타기이다.
앞사람의 등을 밀어버려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전번  게임보다, 
각자 알아서 혼자 기어야 하는 이번 게임이 더 무시무시하다.

'57억의 고독'이라는 저 부분에서 뜬금없이 시인 함성호의 시집 제목을 떠올려 버렸다.
 <56억 7천만 년의 고독>,  내가 무지 좋아하는 시집. 잠시 보던 만화를 덮고, 시집을 꺼내 펼쳤다.


(......)
나도 뜨겁거나 차지 않은 것들은 모두
내 입 밖으로 뱉아버리겠습니다
당신의 그 지루한 기다림만큼
아무것도 제시할 수 없는 이 위증의 세계에서
나도 그댈 겁나게 기다립니다
당신은 오래 꽃과 비의 정원에서 서 계세요.
나는 넘치는 술잔을 들고 삼독번뇌의 바람을 기다리지요

                            
--함성호 詩  '56억 7천만 년의 고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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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2-14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일하시느라고 얼굴 안 비추시는 줄 알았더니, 만화책 보고 계신거였어요?

로드무비 2006-02-14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러면 안되나요?=3=3=3

숨은아이 2006-02-14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감하는 순간의 반짝임을 믿어요.

Mephistopheles 2006-02-1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이지를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놈은 아직까지 정신을 못차린 거야...'

치니 2006-02-1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함성호, 보관함으로.

커피우유 2006-02-1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가위바위보 하나에 인생전체의 철학이 담길수도 있다는거..카이지 보고 알았어요 ^^
그림체는 참 거시기한데..이상하게 매력있더라구요.

mong 2006-02-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전에 3호선 버터플라이 공연을 보는데
함성호씨가 나와서 시낭독을 했어요
3호선의 분위기와 잘 맞는 시인이네...하면서 혼자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

이누아 2006-02-1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를 잘 안 읽는데 한번 보고 싶네요. 책대여점 같은 데 가면 빌려 볼 수 있나요? 아니면 따로 구입해야 하나요? 30권이나 되는군요. 1권은 품절이고.

blowup 2006-02-15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성호 씨랑 성기완 씨가 친하지 않나요?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보다 말았는데... 지쳐 나가 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심리적으로 힘들지 않나요?
'57억의 고독'에서 함성호 씨의 시를 떠올리시다니. 로드무비 님도 참 멋지세요.

로드무비 2006-02-1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단순한 거죠.ㅎㅎ
제가 밑줄 그어가며 읽은 시들이 여러 편 있거든요.
성기완 씨는 음악평론가 아닌가요?
시인과 친한지는 잘 모르겠고.
카이지는 이제 9권 읽는데 아직까지는 재미있어요.^^

이누아님, 대여점에서 빌려 읽으세요. 무슨 수로 30권을 사겠어요.
이누아님이 아주 재밌게 읽으실 만한 만화입니다.^^

mong님, 건축을 전공한 이라 더 좋았던 것 아니에요?
이 시집 읽고 <정신착란의 뉴욕>인가 하는 책을 읽고 싶어
수첩에 적어뒀죠. 건축책인 것 같은데 아시면 좀...^^

커피우유님, 그러니까요.
인간의 극한을 밀어붙이는 힘도 그렇고 카이지 개인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고...재밌어요.^^

치니님, 보관함이 터져나가지 않나요?ㅎㅎ

메피스토님, 저는 대견해 죽겠더만.
그러는 님은, 정신 차리셨는지요?=3=3=3

숨은아이님, 저도요.^^*

Mephistopheles 2006-02-1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애 딸린 유부남이긴 하지만 철은 아직 안들었다고 보고 싶어요..

blowup 2006-02-1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기완 씨 이야기는 몽 님 댓글 때문에 했어요. 이 사람이 3호선 버터플라이라는 밴드를 하고 있거든요. 음악평론가, 시인, 번역가이기도 하죠(재능이 많아서 고민인 사람. 라디오 진행도 하는구나.)
함성호 씨의 아내인 김소연 씨(그이는 이런 표현을 싫어하긴 해요)의 시도 좋아해요. <극에 달하다>는 제가 선물할 때 자주 고르던 시집.(하이텔에 올라오던 그의 예민한 산문들에 열광했었던 시절이.)


mong 2006-02-15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맞아요 두분이 친하죠 ^^
성기완씨 평론도 꽤 재미있었는데~ㅎㅎ
로드무비님, 정신착란의 뉴욕은 렘 쿨하스라는 네덜란드 건축가가 쓴 책인데요
저도 읽어 보지는 않았는데요 [정신착란병의 뉴욕]이라고 책이 나와 있어요
렘쿨하스는 재미있는 설계도 많이 했구요 일본에서도 좋아라 하는 건축가랍니다
오만방자한 캐릭터에다 강연회도 했어요, 제 선생님중 한분과 막 싸우기도..ㅋㅋ
삼성에서 초빙해다가 리움 메인 디자인도 했어요 ^^

로드무비 2006-02-1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글고보니 밴드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듯.
씨네21에 한동안 글 썼잖아요.
정신착란병의 뉴욕으로 책이 나와 있다고요?
찾아볼게요. 감사!^^

namu님, 재능이 없어서 고민인 사람도 있는데 세상 참 불공평해요.ㅎㅎ
김소연 시인 시 저도 재밌게 읽은 적 있어요.
<극에 달하다> 읽어볼게요.^^

메피스토님, 나이나 결혼 유무와 '철'은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저만 보더라도......^^

날개 2006-02-15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진작에 읽었는데, 댓글은 이제 달아요...^^
워낙에 바쁜 몸이라...음하하~ (한 대 맞겠다.....히히~)
열심히 읽고 계시는군요.. 지금쯤 다 읽으셨을라나?^^

숨은아이 2006-02-15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도박묵시록 카이지, 날개님께서 빌려주신 거여요? 그럼 저도 빌려주시려나요? (내가 빌린 것도 아직 다 못 읽었으면서!)

날개 2006-02-1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숨은아이님.. 제가 빌려드린거 아니어요..^^ 이 책은 저도 없어요...

로드무비 2006-02-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만화는 우리 동네 대여점에서 빌려 보고 있습니다.
날개님이 꼭 보라고 하셔서.^^
(최강전설 쿠로사와를 읽고 이 작가에게 호감도 생겼고...)

날개님, 9권에서 일단 스톱이에요.
책장수님이 오면 빌리러 나가려고요.^^

로드무비 2006-02-1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이 그새 오시다니!^^

숨은아이 2006-02-1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