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이벤트 중에 지난 한 해 다이어리 중의 한 페이지를 찍어 올리는 것이 있다.
몇 명을 뽑는 건지, 한 명을 뽑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상금이 10만 원.
10만 원이면 책이 도대체 몇 권이야, 혼잣말을 하면서 며칠 전 밤 내 다이어리를 훑어보았다.
("10만 원이면 고기가 도대체 몇 근이야?"가 알라딘 서재 입성 이전 내 입에 달린 말이었다면
믿어지시는지? ......믿어진다고요?)
그런데 12월, 뒤쪽부터 훑어나갔다.
왜냐하면 근래 내가 얼마나 터무니없이 살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쪽에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좀 신통한 스토리가 기록되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나의 2005년 다이어리는 몇몇 인터넷 서점과 내가 잘 가는 가게의 거래장부
혹은 간단한 기록장에 불과했던 것이다.
유아블루님에게 빌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를 읽고 리뷰를 쓰기 위해 메모를 좀 해놓은
페이지가 눈에 띄었는데 그 페이지를 사진 찍어 올려 이벤트에 참여해 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다.
그러나 난 금방 그 야비한 생각을 접었다.
빌려 읽은 책 리뷰로 연속 15만 원 돈이나 번 게 미안해 내딴에는 좀 거한 규모의 이벤트를 펼쳤었다.
사람들은 아무도 모를 거야. 뭔가 떳떳하지 못했던 그 심리를. 빌려 읽은 책으로......
(<닭털 같은 나날> 리뷰였으면 나는 이벤트를 벌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벤트 하는 게 리뷰 뽑힌 거 자랑하는 걸로 보였는지 즐찾이 몇 명 확 줄었던 기억.
그때 참 무안했었지.
"아줌마는 그 나이에 그러고 살고 싶소?" 하는 골방족 청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해서.
나는 남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없지만 누군가 나 때문에
조금이라도 좌절감이나 스트레스를 받게 하고 싶지는 않다.
고백하자면 나는 청년 시절 그렇게 많이 만났던 멋진 어른들로부터 제대로 된 위안을 얻지 못했다.
내가 먼저 스스럼없이 손을 벌리거나 마음을 털어놓은 적도 없었지만.
그러면서도 당신은 자리를 잡은 어른이니까 내게 뭔가 희미한 빛이라도 비춰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어른들은 한결같이 돈과 명예는 어느 정도 획득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모르는 자기만의
사정으로 바빴고 도무지 여유가 없었다.
그냥 본인이 죽지 않고 잘 살아주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인 사람도 많았다.
지금 나는 그들의 사정을 100퍼센트 이해한다.
어느덧 나도 그 나이에 이르른 것이다.
조금 전 로그인을 하지 않고 오랜만에 내 방을 구경했다.
선물 페이퍼만 주르르륵.
크리스마스라고 하여 뭐를 기뻐하고 축복해야 한다는 말이냐는 사람들이 보기엔 내 방의 불빛이
너무 밝았다. 겉으로 보기엔.....
거기다 2005 다이어리를 보니 한숨만 나온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마무리를 잘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