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아 랭 Dorothea Lange 열화당 사진문고 8
마크 더든 지음, 김우룡 옮김, 도로시아 랭 사진 / 열화당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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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들 파트리지가 찍은 도로시아 랭(1895^1965)

샌프란시스코의 최상류층과 부호들을 주로 찍던 그녀가 대공황기, 자신의 스튜디오 근처에서 구호물품을 타기 위해 줄 서 있는 실업자들을 찍기 시작한 것은 자신의 인생과 작품세계의 획기전인 전환이었다. 이때는 그녀 자신 화가인 남편과 파경을 맞는 등 개인적으로도 아주 어려운 시기였다.

화이트 앤젤급식소, 샌프란시스코, 1933.

랭이 거리로 나가 첫 촬영에서 얻은 사진.
급식소에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여러 사람들과 등을 맞대고 서 있는 이 늙고 수심에 찬 사람의 곤경이 생생하게 읽힌다.

랭은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이라도 그 대상의 내면적 힘과 탄력성을 포착하고야 마는데 이 이상의 우정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바퀴수레 옆의 남자, 샌프란시스코, 1934.

"여기의 이 사람은 머리를 묻고 벽에 등을 댄 채, 뒤엎어진 수레처럼
그의 삶 자체가 엎어져 있는 것으로 찍혔다."
랭이 후일에 한 말이다.

절망의 이콘...

이주민 어머니, 니포모, 캘리포니아, 1936.3.

임시천막에 머물고 있는 이주민 여인의 가족. 주위의 밭에 흩어져 있는 언 채소와 아이들이 잡은 새로 연명한다고 말했다는 이 여인의 나이가
서른둘이란다.

나이에 비해 엄청 늙어보이는 여인의 저 표정은 그러나 영국 여왕 못지 않게 단호하고 결연하다.

장애아, 섀크타운, 엘름 그로브, 오클라호마, 1936.

1960년대, 랭의 조수로 일했던 랄프 깁슨은 이 사진에 대한 재밌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을 찍은 지 30년 정도 지났을 때, 프린트를 다시 하기 위해 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던 랭은, 의지할 곳 없던 이 지체아가 당하던 학대에 대해 얘기하면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 한다.

증오와 체념과 독기...무시무시하고 슬픈 아이의 눈빛!

길 위의 가족, 중서부, 1938.

애리조나로 가는 길에서 마주친 이주 농업 노동자 가족. 오클라호마를 떠나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에서 감자와 목화 수확 일을 따라 이동하는 중이었다고.

길가 더러운 천막촌에서 지내다 병으로 죽는 아이들이 속출했다니...

여행중의 어머니와 아이들, 튤레이크, 시스카유 카운티, 캘리포니아, 1939.

그녀의 사진 속 가난한 이들은 무력하고 비천하며 가련한 희생물이 아니라,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어떤 위엄과 용기를 지니고 있는 당당한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

씻지 않아 꼬질꼬질하고 황망한 표정의 엄마와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무력감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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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5-05-1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이 더 가슴을 찌릅니다...

로드무비 2005-05-1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발~*님, 페이퍼가 아니라 포토리븁니다.^^

날개 2005-05-1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부 흑백인가요? 흑백이 참 잘 어울리는 사진들이군요..

인터라겐 2005-05-1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좋은책을 많이 갖고 계시네요...아 부럽다..

비로그인 2005-05-1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번째 사진은 문정현 신부님 같아요. 전 사실, 무섭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나라를 보면서 암담한 미래가 보여줄 우리들의 비참한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힘들어요. 아, 저 사진 속의 나라가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이 아니고..경제공황도 마찬가지겠지만요..무서버요..으..

2005-05-14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5-1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저도 무서버요.^^;;;
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저 사진 속의 남자 문정현 신부님 같기도 하네요.^^
인터라겐님, 사진집 좋아하는데 비싸서 살 수가 없어요.
열화당 사진집이 예전에 3000원이었는데 지금은 만 원이 넘는답니다.;;
날개님, 예. 흑백사진들이에요.^^

하루(春) 2005-05-14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화당 책 모으시나 보군요. 아니라면, 그저 좋아서 사다 보니까 그러셨을 수도 있겠죠? 좋은 사진과 님의 해설 혹은 감상 잘 보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5-05-14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몇 권밖에 없어요.
그리고 얼마 전 오랜만에 큰맘먹고 세 권 샀답니다.
사진 상태가 별로 안 좋은데 잘 보셨다니 제거 되려 고맙네요.^^

릴케 현상 2005-05-1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민 어머니 사진은 많이 본 것 같네요. 타인의 고통 표지였던가요?(음 아니네-_-그럼 뭐지?)

로드무비 2005-05-14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산책님, 저 사진집 표지예요.
그래서 눈에 익은 거 아닙니까?^^

icaru 2005-05-1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화당 사진 문고 시리즈 중에서 하나인가보네요... 몰랐던 작가예요...
서점에 가면 도로시아 랭 꼭 찾아봐야겠어요 ^^
님 덕에 또 한 작가를 알고갑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