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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따뷔랭 - 큰책
장자끄 상뻬 지음, 최영선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7월
구판절판
생세롱의 자전거포 주인 라울 따뷔랭은 자전거에 정통한 사람입니다. 자전거 수리에 관한 한 그를 따라올 자가 없죠. 마을 사람들은 자전거를 보면 아예 따뷔랭이라고 부를 정도이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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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따뷔랭 말고도 그런 귀재가 두 사람 더 있습니다. 햄 만드는 비법의 귀재 오귀스뜨 프로냐르. 마을 사람들은 그의 가게에 가서 "햄 주세요!" 하지 않고 "프로냐르 두 쪽만 주세요, 프로냐르 씨!" 한답니다.
또 한 명은 안경점 비파이유 씨. 마을 사람들은 안경을 썼다고 하지 않고 비파이유를 썼다고 말합니다. 이 세 사람의 자부심은 대단한 것이었죠.
그런데 따뷔랭에겐 말 못할 고민이 있답니다. 자전거의 달인으로 칭송받는 그가 사실은 자전거를 못 탄다는 사실. 어찌 된 일인지 그는 어릴 때부터 자전거 위에서 균형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어려서 자전거를 연구하다보니 자전거포 주인이 되어 있었던 거죠.
따뷔랭은 어느 날 큰맘먹고 사모하는 여인인 조시안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는데...
"사,사, 사실 저, 저, 저는 자전거를 못 타는데요."
조시안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가버립니다.
피구뉴라는 사진사가 어느 날 나타나 마을 입구 아케이드에 사진관을 차립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의 특징을 사진으로 어찌나 잘 잡아 내는지... 이것 보세요. 꽃을 좋아하는 르게 여사, 책을 좋아하는 랑뜨봉 선생님의 사진을......
그런데 이 피구뉴가 어느 날 가슴 철렁한 제안을 합니다. 자전거를 멋지게 탄 친구 따뷔랭의 모습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고 싶다나요? 그의 간청에 못 이겨 따뷔랭은 못 마시는 포도주까지 한 병 벌컥벌컥 마시고 언덕 위에 섰습니다. 그의 다리가 사시나무 떨 듯 흔들립니다.
장 자끄 상뻬의 <라울 따뷔렝>을 읽었다. 자신의 비밀에 스스로 갇혀 전전긍긍하느라고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라울 따뷔랭은 사소한, 혹은 심각한 비밀 한두 가지씩 가지고 쩔쩔매며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지. 더구나 사진사 친구 피구뉴도 어느 날 자기자신에 관한 놀라운 비밀을 털어놓는데......
'우리가 내색하지 않는 어떤 사소한 것이 점차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가는 인생의 수수께끼를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조망한 작품이다.'(책 날개의 작가, 작품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