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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하느님, 감사합니다! 다시는 책을 내지 않겠다던 보네거트가
약속을 깨뜨리게 해주셔서.(스터즈 터클, 방송인)
이 책 커버 뒤에 실린 홍보용 문구.
1997년 <타임 퀘이크> 이후 은퇴를 선언했던 커트 보네거트는
열혈독자들에게 이 회고록 한 권을 던져주고 올 봄 세상을 떠났다.
며칠 전 그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회고록 따위는 쓰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인데?'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그의 생각과 사적인 이야기를 좀 들어볼 수 있겠다 싶어 반가웠다.
--기업은 뇌물을 줘도 괜찮고, 환경을 조금 파괴해도 괜찮고,
가격을 담합하거나 멍청한 소비자들을 우롱하거나 공정거래를 위반해도 괜찮고,
파산시 국고를 낭비해도 괜찮다.
맞는 이야기다. 그것이 자유시장 체제다.
맞는 이야기다. 빈민들이 가난한 것은 과거에 큰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자식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맞는 이야기다. 자유시장 체제면 충분하다. 자유시장은 자율적인 사법체계다.(86쪽)
제목이 왜 '나라 없는 사람'인가 했더니 부시 같은 얼간이나 자신만 아는 못된 기업가,
그리고 권력 주변부의 인간말종들과 한 편이기 싫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유들유들 한쪽 다리를 흔들면서 한다.
전쟁을 반대하고 지구의 내일을 걱정한다. 휘파람을 불면서......
그의 그런 자세가 좋다.
--만일 부모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싶은데 게이가 될 배짱이 없다면
예술을 하는 게 좋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예술은 생계수단이 아니다.
예술은 삶을 보다 견딜 만하게 만드는 아주 인간적인 방법이다.
잘하건 못하건 예술을 한다는 것은 진짜로 영혼을 성장하게 만드는 길이다.
샤워를 하면서 노래를 하라. 라디오에 맞춰 춤을 추라. 이야기를 들려주라.(32쪽)
자신이 좋아하는 앨버트 아인슈타인과 마크 트웨인은 생애 말년에
인류에 대한 희망을 버렸다고 하면서 자기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한다.
인간에 대해 두 손 두 발 다 들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나에겐 어쩜 그리 꿀처럼 단지......
사람들은 그를 '러다이트'라 불렀다 한다.
최신식 기계를 증오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다른 도시에 사는 타이피스트에게 자신의 원고 타이핑을 부탁하기 위해
봉투를 파는 가판대에 줄을 서고, 집에 와서 풀로 봉해 다시 그걸 부치러 우체국에 가는
그의 뒤를 따라다녀 보았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대문을 나서서 뭔가 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리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냄새를 피우기 위해서다.
누군가 다른 이유를 대면 콧방귀를 뀌어라.(66쪽)
커트 보네거트 씨, 당신의 글이 있어 이 삶이 조금 견딜 만합니다.
골초인 당신에게서 풍기는 냄새도 제법 구수했습니다.
한나절 뒤를 따라다녀 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