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프랑스로 출장을 떠났던 올케가 돌아왔다.
4박 5일 예정이었는데  일이 꼬여 사흘을 더 잡아먹고 어젯밤에 돌아왔다.
공교롭게 동생도 남편도 늦는다고 하여, 올케가 먹고 싶다는 아귀찜을 시켜
우리끼리 저녁을 먹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출발 전, 나이가 지긋한 그 비행기의 기장이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와
편안하냐고 물으며 인사를 하더란다.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응시하며.
좀 독특하다고 생각했지만 건성으로 그 인사를 받았는데.
비행기 착륙  직후 아까 그 기장님의 목소리가 방송으로 흘러나오더라나.

"승객 여러분, 오늘이 제 30년 비행 인생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모시는 승객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싶어서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비행기에서 내리시기 직전 바쁜 시간에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짐을 챙겨 나오는 승객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었다고 한다.
승객들도 진심을 담아 그동안 그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날을 축복했다고.

듣기만 해도 코끝이 찡했다.
한편으로 쓸쓸했겠지만, 얼마나 홀가분했을 것인가.
사회적인 노동의 임무 완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고,
건강하게 무사히 그 기간을 채우고,
웃으며 그렇게 직장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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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07-06-29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어제오늘 아귀국(?) 먹었는데.. 탕도 아니고 국도 아니고 어정쩡하게 비린 데다가 못생긴 게 뼈도 많더군요..- -; 저도 지금 하는 일 육십 넘어서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제 인사 받아줄 고객은 없겠지만..

Mephistopheles 2007-06-2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장님 멋지신 분 같아요..자기일에 그만큼 애착을 가지지 않았다면...
저런 모습이 나오질 않았겠죠...기장님도 기장님이지만 승객들이 감동
제대로 받았을 듯..^^

마노아 2007-06-2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찡해져요. 장인 정신이 느껴집니다. 승객분들도 오래오래 기억할 테죠. 아름다운 이야기에요. ^^

비로그인 2007-06-2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습니다. 정말 멋진 분입니다.

비자림 2007-06-2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네요.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당당함과 너그러움이 느껴집니다.

조선인 2007-06-2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텔레스님의 표현을 빌자면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말이 되겠지만 퇴직할 때 *** *** 산업의 초창기 에피소드를 회고하는 연설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3=3=3

네꼬 2007-06-2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이런 얘기 들으면 진짜로 울어요. 울어버렸어요. 뭉클하고 아름다워라.

라주미힌 2007-06-30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다니면서 원망하고, 떠나면서 저주하는데.. ㅡ..ㅡ;
저 기장의 일과 삶을 엿볼 수 있는 말이네용. 부럽당.

향기로운 2007-06-3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장님의 말씀이 멋지세요.. 좋은 추억을 가진 승객들에게도 축하해요~

홍수맘 2007-06-3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케분이 의미가 깊은 비행기를 타셨군요.
제가 다 마음이 짠~ 해와요.

로드무비 2007-07-0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고맙습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 인생의 그런 가슴 벅찬 순간을 맞이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