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처블 러브 스토리
김수연 지음 / 엘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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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막연하게 꿈꾸고 바라는 사랑은 행복한 동화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랑이 어렵고 힘들다.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말을 알려주는 동화는 어린 시절에만 존재했으니까. 그럼에도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살고, 사랑에 모든 걸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수연이 들려주는 알록달록한 사랑의 조각 모음집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를 읽다 보면 그냥 사랑이란 그런 거라는 걸 알게 된다. 어떤 설명이나 이유를 찾을 필요 없다는 걸 말이다.


이 책에는 모두 여섯 개의 사랑이 있다. 서로 다른 빛과 서로 다른 형태를 지닌 사랑이다. 누군가 그 사랑 중 하나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올 수도 있고 이미 지난 사랑을 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혹시 아는가? 죽었다고 여겼던 사랑의 세포가 다시 살아나 기지개를 펼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게 다가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그런 것이니까.


표제작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는 헤어진 연인의 영혼이 바꾼 이야기다. 헤어진 연인의 몸이 되었다고 상상해 보면 정말 싫을 것 같다. 그런데 살짝 미련이 있어가 이별의 이유를 찾아봐도 잘 모르겠다면 뭔가 기회가 있다고 여기지 않을까. 물론 소설에서는 그런 기미를 찾기는 어렵다. 여자친구의 몸이 된 남자는 직장 생활의 고단함을 알고 남자친구의 몸이 된 여자는 카페의 운영의 어려움을 알게 된다. 사흘 뒤 자신의 몸을 되찾고 드라마틱한 전개는 없지만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독자는 둘의 사랑이 다시 시작될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이런 게 연애 소설을 읽는 묘미가 아니겠는가.


“근데 생각해보니까…… 널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는데, 완전하게 사랑하긴 했었던 것 같아. 부정해봤자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면 그냥 인정해버리는 게 속 편할 것 같더라고.”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 85~86쪽)


그런 색다른 즐거움은 「전지적 처녀귀신 시점」에서 만날 수 있다. 제목에서 짐작했듯 ‘나’는 처녀귀신으로 이승에 남아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의 옆에 머물게 된다. 그러니까 성공한 귀신덕후라고 해야 할까. 평생의 소원을 죽어서 이룬 셈이라고 할까. 곁에서 바라보고 사랑하는 일, 그 사랑은 정말 행복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 덕질의 즐거움을 아는 이라면 처녀귀신의 입장을 이해할지도.


그런가 하면 가장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소도시의 사랑」이다. 지방의 소도시에 살던 남녀가 꿈을 찾아 도착한 서울. 그곳에서 만난 두 남녀. 배우인 태백의 여자, 뮤지션인 남해의 남자가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은 눈처럼 맑고 유자처럼 따뜻하고 달콤했다. 자연스럽게 남자의 집으로 여자가 들어왔고 함께 생활했다. 그러나 사랑이 전부가 될 수 없었다. 음악만으로 살 수 없었고 오디션에 붙는 일은 어려웠다. 둘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살짝 공개하면 작가는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 현실과는 매우 다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단편이 참 좋았다.


서울에 방(room)은 있지만 집(house)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의 집이 되어주기로 했다. 서울은 너무 잘게 쪼개져 있는 것 같아. 도시는 크고 집들은 너무 작고. (「소도시의 사랑」, 96쪽)


대도시에 산다는 것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장소에 간다는 것. 달리 말하면 상처받을 기회가 많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소도시의 사랑」, 103쪽)


남들 연애 운만 봐주는 타로 리더가 옛 여자친구 문제로 타로점을 보면서 단골이 된 손님과 가까워지면서 사랑이란 아주 가까운 곳에 있구나 느끼게 만드는 「타로마녀 스텔라」, 완벽한 이상형과 만남은 AI를 통해서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블라인드, 데이트」, 겨울만 존재하는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아로루아’가 외부 문명세계에서 온 여행자 ‘욘’을 만난 일상을 그린 판타지 「어느 꿈의 겨울, 아로루아에게 생긴 일」는 사랑이란 동화를 완성시킨다.


무한 가능한 사랑의 세계, 사랑의 결말을 행복이라 불행이라 규정짓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도 사랑을 꿈꾸지 않을 테니까. 연애소설, 로맨스 소설 독자라면 놓치지 말길 바란다. 로맨스를 꿈꾸는 이라면 즐겁게 만날 수 있는 소설집이다. 연애 중이라면 잠시 미뤄도 괜찮다. 누구나 사랑을 할 때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는 소설의 주인공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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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현의 산문집 『환승 인간』 은 여행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환승’이란 말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소와 공간을 이동하는 뻔한 여행을 기대한 건 아니다. 경험하는 인간, 다른 나로 이동할 수 있는 삶 같은 그런 의미의 환승이었다. 갈아탈 수 있는 삶은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럴 수 없는 이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어쩔 수 없이 갈아타야만 하는 삶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삶에 대해 쓸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한정현의 소설은 단편 한두 개 정도가 전부였다.


한정현의 소설이 궁금하지 않았다. 적어도 『환승 인간』이란 산문집을 읽기 전에는 말이다. 그가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소설 속에 자기 이야기가 많다는 사실도, 그러니까 점점 더 나는 그가 쓴 소설이 궁금해지는 거다. 그는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 것일까. 이 산문집은 한정현이라는 인간의 삶의 이동경로인 셈이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좋아하는 것들, 좋아하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고 공부하는지, 그 모든 걸 그는 ‘환승’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자신을 설명하고 소설에 대해 말하는 방법, 하나의 관심사에서 다른 관심사로 이동하고 확장하며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 모두가 볼 수 있는 앞으로의 이동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뒷면이 궁금해 파고드는 사람. 그래서 하나가 아닌 다양한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한 줄의 기사에 숨겨진 이면을 보는 사람, 국가나 사회의 폭력으로 아픈 삶을 들여다보는 사람, 결국 그것을 소설로 써야만 하는 사람.


산문집을 읽으면서 좋아서 좋구나 하면서도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아니, 말하지 말아야 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알려주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프롤로그가 아닌 프롤로그 더하기의 이런 부분이 그랬다. 우리는 우리가 환승하고자 원하는 것들에만 관심을 둔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사회 속 일원으로 혼자만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므로 다른 삶의 환승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한정현은 바깥의 삶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환승하는 삶.

환승할 수밖에 없는 삶.

좋아하는 것에서 좋아하는 것으로 환승할 수 있지만, 사실은 좋아해야만 하는 것을 만들고 좋아하게 만들어야 살아지는 삶도 있다. 마음과 사랑이라는 것을 손쉽게 쓰지만 사실 요즘은 그런 것마저 만들어내야만 견딜 수 있는 삶도 많다고 느낀다. 그런 삶의 환승의 수가 빈번하게 높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무수한 환승을 경험하면서도 순간 나 자신의 바깥에 놓은 삶에는 또 한 번 무감했던 것 같다. (「프롤로그 더하기」, 18~19쪽)


그러다 또 이런 구절에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은 사랑에 한정된 것으로 생각한다. 사랑의 최초이자 최후의 환승지는 자기 자신이라는 말. 가만 생각하고 돌이켜보니 사랑의 시작은 과연 그러하다. 사랑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고 그래서도 한 되는 것, 그건 사랑의 끝이 이별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결국 나가 남는 것. 헤어짐의 슬픔이든 실연의 아픔이든 감당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최초이자 최후의 환승지는 자기 자신이다. 정말 좋은 사랑이라는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온전한 ‘나’가 남는 것이다. 오롯이 나로 환승하는 것이다. (69쪽)


감당하기 어려운 일,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삶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이름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 이름으로 환승하여 다른 이름 뒤에 숨어 버리는 일은 재미있다. 소위 부캐라고 할까. 여려 명의 나로 존재하여, 각각의 역할을 부여하면 비대한 하나로 힘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가 다운 발상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한 번쯤 시도해 봐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니까 우리도 다른 우리로 환승하면 조금 쉽고 괜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작가의 산문집은 작가의 생각과 관심사, 가족, 친구에 대한 개인적인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는 무척 좋아할 것이고 누군가는 별로 일 것이다. 나는 경계에 있다고 해두겠다. 한정현 작가가 뉴질랜드에 갔다가 그곳에서 더 공부하게 되고 친구들을 사귀고 그들의 우정이 그를 살리고 위로가 되었다는 건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너는 한국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외국인 친구의 질문. 그것은 그의 소설과도 연결되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다르다는 것. 그러니가 이 산문집을 읽고 그의 소설을 읽는다면 소설과 훨씬 더 가까워질 거라는 말이다.


영자원(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본 영화 이야기, 아빠와 함께 비디오테이프로 본 히치콕의 영화 <새>로 인해 생긴 조류 공포증부터 다양한 영화 리뷰도 흥미롭다. 그가 소개하는 영화는 제목도 낯선 영화가 많았는데 그 가운데 <이다>, <마스터>,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무척 궁금한 영화로 남았다.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 어쩌면 나만 몰랐던 영화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영화를 통해 보고 전하려는 건 약자의 삶, 전쟁의 상흔, 진정한 자유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삶, 다수의 목소리에 가려진 소수의 삶, 잊힌 개인의 이야기.


『환승 인간』에 대한 글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게 내가 원하던 바일 수도 있다. 나처럼 조금 더 한정현이 궁금해지기를, 한정현의 소설이 궁금해지기를 바라니까. 나는 읽지 않은 그의 소설이 궁금해졌다. 더 좋은 나로 환승하는, 더 좋은 쪽으로 나가는 그의 소설에 대한 기대가 생긴 것이다. 『마고』, 『줄리아나 도쿄』, 『소녀 연예인 이보나』에서 들려줄 한정현이 궁금해졌다. 그의 할아버지 ‘주희’가 어떻게 등장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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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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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 한국 역사에 대해 근대사만 조금 알 뿐 그 이전의 역사는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배운 게 전부다. 고조선을 시작으로 유적지 지명이나 빗살무늬 토기 같은 걸 외운 정도 말이다. 그 역시 시험을 위한 공부가 전부였다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대하드라마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상한 건 나이가 들면서 대하드라마를 보면서 재미를 느낀다는 점이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 드라마가 아닌 정통 대하사극 말이다. 드라마 속 실존 인물에 빠져들며 인물의 심리에 동화되고 감정 이입이 되면서 역사적 사건의 배경을 배운다고 할까.


11월에 방송 예정인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가제)의 원작 소설 《고려거란전기 : 겨울에 내리는 단비》를 쓴 길승수 작가의 『고려거란전쟁』을 읽으면서 잠깐 드라마의 한 장면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현종과 그의 무한 신뢰를 받은 강감찬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강감찬이 동북면병마사가 되어 군대를 지휘했던 나이가 65세라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말 그대로 노익장이 아닌가 싶다.


책 이야기를 해보면 이 책은 『고려거란전쟁』란 제목 그대로 고려와 거란의 전쟁을 다룬 책이다. 후 삼국을 통일한 왕건은 고려를 건국했다. 고구려의 명맥을 잇기 위해 나라의 이름을 고려라 짓고 북방 개척 의지가 강했던 건 알려진 일이다. 왕건이 지방 호족과 결혼하여 수많은 아내와 자식을 둔 것도 하나의 정책이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래서 왕족의 족보가 아주 복잡하다. 왕권과 권력을 위해 친척과의 혼인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진 가계도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림과 사진 자료를 풍부하게 실어 이해를 돕는다. 고려의 모자에 대한 설명만 봐도 그렇다. 성종은 10세 이상 남자는 모두 모자를 쓰고 다니도록 법으로 제정했고 고려가 본격적으로 발전을 시작한 때가 성종이 다스릴 시기였다.





거란과 전쟁 당시 고려의 결정적인 무기인 ‘검차’라고 불리는 수레도 흥미롭다. 표지에서도 볼 수 있는 검차는 수레에 창이나 칼을 꽂아 방어력을 높인 무기로, 수레가 연결되면 마치 성곽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검차는 기병을 상대하는 데 효과적인 무기였다. 드라마에서는 모자에 대한 고증과 더불어 검진차를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해진다.





고려를 중심으로 여진족, 거란, 송나라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거란과 고려가 전쟁을 하는 동안 실리에 따라 고려와 송나라의 관계, 송과 거란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볼 수 있다. 그 시절에도 외롭고 힘든 일게 외교였다는 사실도 함께. 거란은 꾸준하게 고려를 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란이 993년 1차 침공을 시작으로 1018년 구주대첩(우리가 알고 있는 강감찬이 활약한 귀주대첩을 말한다. 책에서는 구주로 통일하며 구주는 지명이다), 나아가 1023년 7차까지. 무려 7번의 전쟁이 있었건 것이다.


거란과의 전쟁에서 고려가 어떻게 대비하고 방어하며 승리를 이끌었는지 배경과 지역적 상황과 시대별로 등장한 거란의 고려의 인물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고려와 거란의 전쟁을 생각하면 누구나 서희를 떠올리게 된다. 알려진 바로는 서희의 외교담판으로 한판승을 이룬 것 같지만 그 뒤에는 서희와 함께 거란의 소손녕을 방어하기 위한 성종의 기개가 있었다. 조선의 인조와 확연하게 비교되는 왕이다.


성종은 왕으로서의 책임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고, 왕이라면 위험을 무릅쓰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방법이 반드시 적중한다고 볼 수는 없어도, 적어도 그는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왕이었다. (71쪽)


길어지는 전쟁에 어쩔 수 없이 현종이 황후의 피난 길 여정이며 그 과정에서 위협을 당하기도 한다. 고려라는 나라가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실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나라가 위험에 처했는데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관리가 있고 그런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나라와 왕을 생각하는 관리가 있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운 건 현종의 태도였다. 현종은 나중에 그들을 무척 너그럽게 대했다는 점이다. 무릇 왕이라면 자신과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을 섬멸하려 할 텐데 현종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든 역사서가 그러하듯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그래서 어려웠다. 물론 역사에서 성종, 서희, 천추태후, 현종, 강감찬만 알면 안 되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거란, 송나라의 인물과 고려의 관리의 이름을 기억하는 건 쉽지 않았다. 드라마가 방영되면 책 속 인물과 비교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고려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다는 사실과 우리가 모르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또 얼마나 될까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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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9-0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하 역사드라마를 최근 들어 더 보시게 됐다는 말씀이 흥미롭네요^^ 11월에 방영 예정인 이 드라마 안 그래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서 그 전에 관련 책을 좀 읽어볼까 생각중이었습니다. 이 책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어봐야겠네요. 자목련님이 역사 관련 책 리뷰 써주시니 반갑습니다^^

자목련 2023-09-07 17:06   좋아요 0 | URL
역사드라마에 흥미를 가지면 나이든 거라고, ㅎㅎ
역사 관련 책은 등장인물도 많고 어디다 초점을 두고 써야할 지 모르겠어요. 그런 점에서 화가 님의 리뷰는 정말 대단하고요! 11월에는 드라마 이야기도 나눠 볼까요? ^^

책읽는나무 2023-09-0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하사극이 방송될 예정인가 보군요?
저도 학창시절 배웠던 역사가 대부분이어 시간이 지나니 역사적 시대와 인물의 이름들이 좀 헷갈리곤 하더군요.
역사 드라마 보는 거 재밌던데 이 드라마도 재밌으려나요?^^

자목련 2023-09-07 17:08   좋아요 1 | URL
네, 11월에 시작한다고 합니다. 등장 인물이 많아서 힘들겠지만 기대하고 있어요^^

잉크냄새 2023-09-07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통사극의 대명사 최수종이 강감찬역으로 나온다고 하더군요. 오랫만의 대하사극이라 기대중입니다.

자목련 2023-09-07 17:09   좋아요 0 | URL
역할까지는 몰랐는데 강감찬이군요. 기대에 부응하는 재밌는 드라면 좋겠습니다^^

yamoo 2023-09-07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려 거란 전쟁이 사극으로 제작되어 방영되는가 봅니다. 헌데 우리나라 역사는 모두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모두 첫 단추를 잘못끼웠던 게 원죄이죠. 우리나라 역사는 일제시대 조선사편수회에서 편찬한 조선사에서 거의 바뀐게 없습니다. 특히 각국의 강역면에서는요. 교과서가 개정되고 문화면이 아주 많이 바뀌었지만(그만큼 유물발굴이 많이되서) 강역은 일제시대와 대동소이 합니다. 그 이유는 서울대 국사학과의 계보가 친일사학자 이병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요.

뭐 어쨌거나 고려의 대 거란 전쟁도 교과서를 읽어보면 우리나라 평양 및 청천강 유역에서 싸웠던 걸로 기억되는데, 최근에 출간된 고려의 대외항쟁사를 보면 대 거란과의 전쟁은 만주지방에서 있었습니다. 교과서의 거란 전쟁과의 지명과 전쟁상황을 보면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되는 지점이 많아요. 모순되는 지점도 널렸구요. 이걸 요하로 설정해서 읽어보면 아주 딱딱 맞습니다.

이 페이퍼를 보니, 예전에 제가 아주 충격적으로 읽었던 고려의 대외항쟁사에 대해 리뷰를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중국의 사서에는 통일신라 이후 한반도의 영토가 요하(정확히는 산해관)을 경계로 나뉜걸로 되 있는데, 일제 사학자들이 요하를 대동강(이게 엣 지명이 패수인데, 아무 설명도 없이 일본 학자가 설정했다. 근거 없이 자기가 보기에 패수는 대동강이라고 쓴 한 줄 때문에 우리 역사가 아주 고착화됐다)으로 설정하여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역사의식을 설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날조한 역사입니다. 이 페이퍼를 보니 울컥하네요..^^;;

자목련 2023-09-07 17:17   좋아요 1 | URL
저는 역사서를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이번 책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어떻게 검증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대표적인 인물 외에는 잘 모르고 시대에 따라 주목하는 지명이나 인물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도요.

야무 님의 말씀처럼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고 제대로 된 역사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도 중요하구나 싶어요. 자세한 설명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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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탁하게 만드는 불순물과 찌꺼기가 있다. 그게 무엇인지 알면서도 귀찮다는 이유로 내버려 둔다. 상념과 상심, 복잡한 것투성이다. 마음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그 마음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 그러다 그 마음에 누구가 자리를 잡는다. 그에게는 보여줘도 괜찮을 것 같다. 마음의 불순물과 찌꺼가 따위는 사라지고 오직 한 사람만 남는다. 순수한 사랑인 것이다. 이꽃님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정화된 마음의 반짝임을 보았다고, 연두와 초록으로 가득한 여름을 닮은 싱그러운 마음이었다고.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기대하는 마음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꽃님의 소설을 몇 권 읽었지만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라는 말처럼 나도 이 소설이 제일 좋았다. 상처를 치유하고 한 단계 나가는 성장에 중점을 둔 게 아니라 갈팡질팡하는 마음의 상태를 잘 묘사하고 그 마음이 어떤지 들여다보는 것, 이꽃님이 그려내는 소설의 특징이다. 속내를 다 보여줄 수 있는 용기라고 할까.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속 찬과 지오를 통해 보여주려는 것도 그러하다. 혼자만 간직하고 있기에 버거운 마음, 비밀을 건넬 수 있는 누군가를 갖는 일, 그리하여 비밀이 비밀이 아닌 조금 특별한 일상이 되고 편안해지는 것. 닫혔던 마음이 열리는 일이라고 해도 좋겠다. 소설 속 찬과 지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린 그 여름, 그 여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지오는 엄마에게 전학을 통보받는다. 유도부가 유명한 고등학교,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빠가 있는 곳으로 전학을 온다. 그곳에서 한 아이를 만난다. 5년 전 화재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사는 아이 유찬. 외지에서 온 자신에게는 찬바람이 부는 동네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아이. 그 아이가 자꾸 지오 앞을 맴돈다. 교실에서도 유도부에서도 찬은 지오 곁에 머문다.


찬은 5년 전 화재 사고 후 이상하게 다른 사람의 마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마음은 소음이었고 귀찮은 일이었다. 그런데 지오가 곁에 있으면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신기하고 좋았다. 마음이 편해졌다. 지오도 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열여덟에 혼자 자신을 낳은 엄마가 아픈 것도, 몰랐던 아빠의 등장으로 마음이 복잡하다는 것도. 화풀이처럼 내뱉은 말은 찬은 가만히 들어준다.


“그깟 마음 좀 들린다고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 마음? 네가 들린다는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 줄 알아? 사람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어. 하루는 조금 괜찮았다가, 그래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 이해해 보려고 했다가, 또 하루는 미칠 것처럼 화가 나 죽겠다고.” (57쪽)


그렇게 찬과 지오는 이제껏 혼자만 감당했던 마음을 서로에게 흘려보낸다. 지오는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들었던 상처가 된 말들, 엄마가 좋아해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유도를 시작한 일을 찬에게 들려준다. 찬은 자신을 살리고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방화의 범인을 용서하는 동네 사람들을 향한 미움을 말한다. 지오와 찬이 잘못해서 생긴 게 아닌데도 지오와 찬의 마음에는 미안함이 쌓였다.


지오가 아빠 없이 엄마와 살아온 일, 찬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살게 된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그냥 바라봐 주면 되는데 어른들은 애정과 관심이라는 이유로 숱한 말과 시선으로 거든다. 그 말과 시선이 지오와 찬을 아프게 하고 비밀을 만들고 그 세계로 파고드는 걸 모른다. 그런 어른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어 나는 미안하다.


지오와 찬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이꽃님은 너무도 예쁘고 담아냈다. 단 하나의 여름으로 남은 여름이다. 그건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느 여름이 특별한 이유는 그 여름을 보낸 누군가 때문이다. 지오와 찬이 그런 것처럼. 찬의 뜨거운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어 찬을 지켜주겠다는 지오의 다짐처럼.


바람이 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나뭇잎이 초록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날은 아니었다. 어떤 잎은 아주 연한 연두색이었고 어떤 잎은 짙은 초록색이었다. 또 어떤 잎은 쨍한 초록색이었고 어떤 잎은 연둣빛이 사라져 가고 있었고 어떤 잎은 눈이 부시게 푸르렀다. 그 모든 잎들이 하나하나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때, 그 순간 유찬의 머리 위로 그토록 다양한 초록 잎들이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85쪽)


지오와 찬은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두었던 질문들을 꺼내고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어른들의 마음을 어림한다. 그것들의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찬과 지오는 성장할 것이다. 지오와 찬이 맞이할 앞으로의 여름을 기대한다. 벅차고 아름답게 빛나는 여름, 싱그럽고 맑은 마음의 열매가 단단해지는 눈부신 여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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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9-0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예쁜 소설이겠구나 생각하게 되네요. 싱그러운 아이들을 만나면 마음이 절로 정화될 것 같습니다^^

자목련 2023-09-06 08:38   좋아요 0 | URL
아리면서도 예쁜 소설이었어요. 여름과 잘 어울리는 그런 소설이라고 할까요^^

페넬로페 2023-09-05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단락의 문장들!
그저 예술입니다.
이 문장만으로도 소설의 느낌을 알것 같아요.

자목련 2023-09-06 08:41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의 댓글로 즐거운 하루 시작합니다!

구단씨 2023-09-0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마음이 들리면 참 속이 시원하겠구나 싶었거든요.
근데 찬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이 들리는 것을 소음이라고 느끼는 순간, 제가 얼마나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알았어요.
듣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듣게 되니, 그게 소음이고, 찬이에게 정말 괴로운 일이겠구나 싶더라고요.
더위가 먼저 생각나는 여름이지만, 이 소설 읽으면서 이 말이 가장 많이 떠올랐어요. 싱그럽다... ^^

자목련 2023-09-11 09:07   좋아요 0 | URL
그쵸? 알다가도 모를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마음이라는 게 참 어렵죠. 말씀처럼 이 소설, 참 예쁘고 반짝이는 싱그러움이었어요^^
 

9월이 되었고 책을 샀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책을 사고 책을 쌓아두고 책을 읽는 일 말이다. 8월에는 더위가 책 읽기를 이겨버렸다. 그러니 당연 기록하는 일도 진 것이다. 9월의 셋 째 날이지만 실내 온도는 30도다. 가을이 오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언제쯤 진짜 가을과 마주할까.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졌지만 뜨거운 커피를 마시지 않고 얼음을 넣은 커피를 마신다.


9월의 첫 책은 세 권이다. 최은미의 장편소설 『마주』, 단편에서 확장된 이야기가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했던 삶을 고스란히 마주할 것 같다. 더 멀어지고 소원해지거나 더 가깝고 밀접해진 우리의 관계. 『마주』의 표지는 평온하고 나른한 오후의 연상시킨다. 평화로움, 그러나 소설이 마냥 평화로울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읽은 최은미의 소설에서 평화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브라이언 딜런의 『에세 이즘』은 가장 흔하고 쉽다고 생각하는 에세이에 대한 고찰이 아닐까 기대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그것을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장르가 달라진다. 소설이 되거나 산문, 시가 된다. 진정한 에세이란 무엇인가 배울 수 있을 것도 같고. 아직 읽지 않았으니 뭐라 말할 수는 없다.







이꽃님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풋풋한 첫사랑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제목이다. 첫사랑의 기억이라고 해도 맞을 것 같다. 이꽃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쁘지 않았고 이 소설도 그렇다. 문득 이꽃님이라는 이름은 필명일까, 본명일까 궁금하다. 필명 쪽으로 기우는데 본명이라면 더 좋을 것 같은 엉뚱한 생각.


9의 책이 아닌 9월의 첫 책인 이유는 주문하고 싶은 책이 또 생겨서다. 소설 보다 : 가을 2023』과 아코타 크리스토프의 『잘못 걸려온 전화』. 어쩌면 오후에 주문할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 책들은 또 그 책들의 이야기가 있을 터. 9월에는 8월 보다 조금 알차고 촘촘한 책 읽기를 하고 싶다. 독서의 달이라고 하니, 나만의 독서의 달 계획을 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책과 나른한 오후를 꿈꾸지만 덥다. 선풍기나 에어컨과 함께 가능한 나른한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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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9-0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꽃님 작가의 연애소설이라니... 좋을 것 같긴 하네요.

자목련 2023-09-05 08:55   좋아요 1 | URL
완벽한 연애소설은 아니지만 풋풋하고 소중한 감성이 담긴 소설이라 말씀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