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0 소설 보다
강화길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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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의 「가원(佳園)」이 좋았다. 이야기의 전개과정도 흥미롭고 가장 역할의 외할머니와 백수라 할 수 있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이전에 만났던 강화길의 소설에 비하면 부드럽고 유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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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에 대한 생각 - 세계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의 식탁은 왜 갈수록 가난해지는가
비 윌슨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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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과 고찰이 흥미롭다. 최초의 인류와 음식에 관한 연구보고서로도 충분하다.식단광고, 다이어트, 배달음식, 간편요리, 일상을 파고드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삶에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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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에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30
전이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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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그림이다. 거기다 깊을 울림을 주는 글까지. 제목 그대로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고 그와 함께 보고 싶은 책이다. 단순한 그림책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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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인디언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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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길 때마다 빨리 시간이 흘러 이 순간이 지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삶에 그런 마법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잔인하게도 모든 과정을 견디고 겪어야만 한다. 설령 그것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 발생하고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야 할 때 주변을 둘러본다. 이미 경험한 자, 혹은 경험했을 법한 어른을 찾는다. 답을 알려줄 누군가가 필요했으니까. 여든 살의 ‘칙디야크’와 일흔다섯 살의 ‘사’도 그랬을 것이다. 늙고 병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부족에게 버림을 받았을 때 말이다. 그러나 그들을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자신과 곁에 있는 늙은 친구뿐이었다.


극심한 추위와 배고픔으로 가득한 알래스카의 설원에 남겨진 칙디야크와 사는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껏 도움만 받고 살아온 그들에게 하루하루를 견디는 일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친구보다 나이가 많은 칙디야크가 느끼는 절망은 사의 그것보다 훨씬 무겁고 컸다.


그들 주의의 모든 것이 은빛 달빛으로 싸여 있었다. 수많은 나무 아래 그리고 야영지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두 여인은 잠시 동안 둑 위에 서서 그 특별한 밤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쉬었다. 사는 자신 같은 사람, 짐승, 나아가 나무까지 압도하는 대지의 힘에 감탄했다. 그들 모두 대지에 의존하고 있었다. 대지의 법칙에 복종하지 않는 부주의하고 무가치한 생명에는 즉각 죽음이 닥칠 터였다. (60쪽)


둘이라는 숫자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녀들이 잊고 있던 삶을 떠올렸고 더 따뜻하고 더 안전한 야영지로의 이동을 결정했다. 먹을 것을 찾아 나섰다. 눈과 바람을 뚫고 이동하고 자작나무와 가죽끈으로 눈 신발을 만들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부족에서 함께 살았을 때는 알지 못했던 대화도 나누며 감정을 공유했다. 태어날 때부터 약하고 늙은 여자는 아니었다. 부족에 도움을 주는 구성원이었고 딸에게 전부였던 엄마였다. 언제부터 수동적인 삶을 살았을까. 이제는 아니었다.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죽음과 상관없이 능동적으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칙디야크와 사가 둘이서 헤쳐나간 1년의 시간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늙었다는 이유로 가치 없는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말이다. 그것을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는 오직 스스로에게 있을 뿐이다.


두 늙은 여자의 힘겨운 여정을 따라가는 동안 나는 몹시 두려웠다. 그녀들이 굶어죽는 건 아닐까, 얼어죽는 건 아닐까. 거대한 포식자의 등장으로 죽는 건 아니었다. 어째서 나는 이 책이 생존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죽음만 생각했을까. 그들이 살아오는 동안 경험한 삶의 태도와 현명한 지혜가 아닌 죽음에 대한 공포만 떠올렸을까. 어쩌면 그녀들에게 나의 미래를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난과 빈곤의 독거노인, 고독사로 이어지는 100 세 시대의 삶을 말이다. 누군가는 알래스카 인디언의 삶과 우리의 그것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여든 번의 여름과 일흔다섯 번의 여름의 힘을 무시하고 서른 번의 여름과 마흔의 여름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잊을 만하면 힘든 일이 찾아온다. 생이란 무릇 그렇다. 고난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되기를 바라는 신의 선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때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면 조금은 괜찮아진다. 내일 어떤 시련이 닥칠지 모르며 겨울밤을 함께 보내고 새로운 아침을 맞은 두 늙은 여자가 그랬던 것처럼.


돌아온 부족에게 충분한 음식을 주고 그들을 용서하고 협력하여 살아가는 아름답고 숭고한 결말은 깊은 울림을 전한다. 내가 알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모든 삶에 대해 겸허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걸 깨닫는다. 어떤 삶에 대해 함부로 단정 짓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 말이다. 곳곳에 살고 있는 수많은 칙디야크와 사의 삶을 응원한다. 죽음이라는 소멸의 미래를 사는 게 아니라 지금 순간을 살아가는 삶을 축복한다. 어제와 같은 듯 다르지만 하루하루 이어지는 생과 끊임없이 세상을 논하고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늙은 여자의 그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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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러시아 고전산책 5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김영란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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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읽는 동시에 바로 멈춤이 된다. 그런 책은 도전이 필요하다.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하거나 거대한 분량에 지레 지친다. 고전의 경우도 그러하다. 고전은 따분하고 재미없다는 생각 말이다. 『파우스트』란 제목만 보고 그랬다. 내가 아는 파우스트는 괴테를 떠올렸으니까. 매번 시작만 하고 말았던 그 소설로 알았다. <첫사랑>의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가 쓴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대충 제목만 보는 나의 이 불량함을 어찌할까. 그러니 이반 투르게네프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과 섬세한 묘사에 반하고 말았다고.


『파우스트』엔 이반 투르게네프의 세 가지 중단편을 엮었다. 표제작인 <파우스트>, <세 번의 만남>, <이상한 이야기>모두 매력적이다. 첫 번째 <세 번의 만남>은 제목 그대로 세 번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다. 화자인 ‘나’가 묘령의 신비한 여인을 세 번 만나는 이야기. 정말 운명적인 만남이 아닐까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면서 읽었다. ‘나’가 그 여인을 처음 만난 건 이탈리아의 소렌토였고 그녀와 한 남자의 은밀한 만남의 목격자였다.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그녀를 러시아의 한적한 영지의 저택에서 다시 만났다.


정말 그녀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반짝이는 초록빛 자연 속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여인의 모습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모자 아래 살짝 드러난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 홍초를 띤 하얀 얼굴, 살짝 곡선을 그린 가는 목덜미, 긴 회색 옷을 따라 부드러운 햇살이 흘러내렸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인 행복을 과연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30쪽, <세 번의 만남>)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다. 저택에서 일하는 이들도 주변 사람도 그녀를 알지 못했다. 그녀를 향한 ‘나’의 사랑은 더욱 커졌지만 그녀에 대해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놀라운 건 페테르부르크의 가면 무도회에서 그녀를 만난 것이다. 이번이야말로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였다. 지난 만남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고백했지만 그녀는 기다리는 이가 있었다. 첫 번째, 두 번째 만남에 항상 그녀 곁에 있던 남자였다.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끝나버린 아쉬운 사랑이지만 그녀를 만날 때마다 떨리며 흥분했던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소설이다. 어쩌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욱 그 사랑을 아름답고 절절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표제작인 <파우스트>는 9편의 편지로 구성된 소설이다. 주인공 파벨에게 일어난 일을 친구에게 편지로 알려주는 이야기로 괴테의 <파우스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벨은 과거 첫 사랑이었던 베라와 재회한다. 대학 동창의 아내로 말이다. 가혹한 운명이었다. 과거 파벨은 베라와 결혼까지 결심했지만 그녀의 어머니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베라에게 어머니는 신과 같은 존재였고 무조건 복종하는 대상이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베라에 대한 파벨의 사랑은 되살아났다. 베라는 스물여덟 살에 세 아이를 둔 엄마였고 친구의 아내였다. 베라와 만난 파벨은 그녀에게 과거에 어머니의 반대로 접하지 못했던 문학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 처음이 바로 괴테의 <파우스트>였다.


베라에게 파우스트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솟구치는 욕망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남편을 두고 사랑하는 파벨에게 갈 수 없었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신했지만 방법은 없었다. 베라는 병이 들었고 죽음을 맞이한다. 베라의 욕망은 죽음으로만 감당할 수 있는 것이었을까.


오랫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내 청춘이 눈앞에 되살아나 환영처럼 어른거리더니 온몸의 혈관을 따라 불길처럼, 독약처럼 뛰어다니는 거야. 심장은 확장된 채 수축되지 않았고 심장의 혈관이 온통 약동하지 시작했지. 그리고 욕망이 끓어오르기 시작했지……. (74쪽, <파우스트>)


앞의 두 편이 사랑과 욕망에 관한 것이었다면 마지막 <이상한 이야기>는 종교에 관한 것이다. 이야기는 H가 드려주는 과거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H는 우연하게 순수하고 맑은 소녀 소피를 만났다. 좋은 기억이었기에 소피가 가출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업무차 방문한 곳에서 소피를 발견한다. 소피는 ‘바슬리’란 순례자를 돌보며 희생하고 있었다. 가출의 이유도 그래서였다. 소피는 과거와 달라졌다. H는 소피가 집으로 돌아가도록 설득했지만 그녀는 완고했다. 자신이 믿는 것을 따르고 실천하는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파국으로 끝났지라도 말이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아름답고도 섬세한 묘사로 만난 사랑, 욕망, 종교를 향한 몸부림은 여전히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 중 하나다. 고전을 통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마음처럼 닿을 수 없고 쉽지 않은 게 인생이라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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