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일요일 아침 7시, 남편은 쌀을 씻어 밥을 짓고 쌀뜨물을 받아 미역국을 끓여 아침상을 차려 놓고는, 나와 아이들을 깨웠다. 소박한 밥상이지만 아침부터 감동이었다.
어디든 나가자는데 나이 드는건지 집에서 쉬는 게 더 좋다. 점심에 집근처 맛집에서 밥을 먹고 간단히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와 또 휴식모드~
아이들이 준비한 케익에 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고 선물을 받고 사진을 찍고 가볍게 와인을 마신다. 남편은 소고기를 굽고 아이들은 먹성 좋게 먹는다.
딸아이는 얼마 전에 생긴 문화상품권으로 박성우시인의 <웃는 연습> 시집을 선물했다. 궁금했던 시집이기도 했고, 찜해두었던 시집이라 단숨에 읽는다. 물론 두고 두고 읽을 시집이긴 하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중심에세 멀어진다는 것//
먼 기억을 중심에 두고/ 둥글둥글 살아간다는 것//
무심히 젖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p82)
나이를 또 한 살 먹었어도 늘 현재가 좋고 지금이 좋다. 과거의 어느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늘 한결같이 사랑으로 보답해주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고맙고 고마운 오늘이라 더 행복한 날이다.
어제는 친정부모님을 찾아가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어렸을 때는 몰랐던 감사함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나서야 알았다. 아직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이제는 늙어가는 부모님들 생각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딸 생일이라고 아빠는 용돈을 챙겨 주셨다. 괜찮다며 뿌리치는데 엄마도 아빠가 얼마나 더 주실 수 있겠냐며 받으란다. 그 마음이 너무 짠해서 감사하게 받아왔다. 예전에 엄마 몰래 아빠는 간혹 용돈을 챙겨주셨는데 그때의 기억까지 떠올라서 어젯밤엔 잠도 오지 않았고,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도 생각나고, 살아 있는 지금, 살아 가는 오늘 정말 많이 행복하고 감사하고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감사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