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를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국어선생님의 휴가로 젊은 기간제 선생님과 수업을 할 때였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고 그날따라 을씨년스럽고 유난히 음산했었다.
아이들은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 재밌는 얘기 해주세요. 하며 예쁘고 젊은 선생님을 졸랐다.
선생님은 웃으며 첫사랑이나 재미난 얘기보다 무서운 얘기를 더 많이 안다며 무서운 얘길 해도 되면 하겠다고 했고, 무서운 이야기도 좋다며 호들갑을 떨며 박수를 치는 아이들도 있고 나처럼 잔뜩 겁이 나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그 자체만으로 오싹한 기분을 느끼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선생님은 먼 동굴 속에서 울려 나올 것 같은 저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고 나는 정말 점차 겁에 질려갔었다.
정확한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강의 내용은 한밤중에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에 대한 것이었다.
조용한 밤중 어디선가 들려오는 북소리, 장구소리, 징소리......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환청에 시달리던 사람들의 이야기, 결국 그들은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었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 한밤중에 어디선가 어떤 소리라도 들려올까봐 겁에 질렸던 순진한 내가 떠올랐다.
한밤중 들려오는 방울소리, 그나마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라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그 궁금중과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중장비를 동원하여 호기심을 충독하는 멘시키, 비밀스럽고, 궁금중을 자아내는 그의 정체가 궁금해서 자꾸 책장을 넘긴다.

하루키를 오랜만에 읽는다.
1Q84도 아직 못 읽었는데 벌써 7년이라니,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하루키 책이다.
내가 변한 건지, 하도 오랜만이라 잊고 있었던 건지, 이 책을 읽으며 섹스에 관한 세밀한 묘사가 거슬린다.
상당히 남성 중심적이며, 전혀 공감이 안 가는 인물들의 행위에 내가 갖고 있던 하루키의 이미지가 왜곡되고 조작되었던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방울을 찾아낸 깊은 구덩이, 이 부분의 이미지는 예전에 읽었던 어느 소설 속에서 본 것 같다.
태엽을 감는 새였던가,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였던가 정확한 기억이 나진 않지만 오래된 우물 속에 가만히 들어 앉아 있던 남자, 그 남자가 누군지 떠오르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은 휙휙 잘도 넘어가고 궁금해서 자꾸 읽게 되는데도 틈틈이 일이 생겨 아직 다 읽지를 못했다. 얼른 시간을 내서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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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8-01-0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이다. 작년한해도 감사드리고 새해에도 잘 부탁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꿈꾸는섬 2018-01-01 21:39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님 반겨주셔서 감사해요. 올 해에도 좋은 글 읽으러 종종 들를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 2018-01-0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오늘부터 2018년 새해가 되었습니다.
새해에는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하루, 희망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꿈꾸는섬 2018-01-01 21:40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새해에 원하는 것들 모두 이루시길 바랄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년에도 감사했고 올 해에도 따뜻한 글 읽으러 들를게요.^^

순오기 2018-01-0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꿈섬님 글 반가워 새해 인사 남겨요. 식구들 모두 잘 지내지요?♥
무서운 이야기는 오싹하는 맛에 듣거니 읽는 건데~ 꿈섬님은 무섬타는 군요.^^
나는 하루키 하나도 안 읽어서 몰라요. 그래도 뭐 궁금하지도 않고. 세상엔 정말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

꿈꾸는섬 2018-01-01 21:44   좋아요 1 | URL
순오기님도 가족들과 모두 편안히 지내시죠? 저희 가족들도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요.
무서운거는 여전히 싫긴한데 애들 낳고 많이 용감해졌어요.
ㅎㅎ하루키 오랜만에 읽는데 예전 책들과 겹치는 것도 같고, 그래도 술술 읽혀요. 궁금해서 책장이 휘리릭 넘어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다음에 또 뵈요.^^

단발머리 2018-01-03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섬님~~ 잘 지내시죠?
오늘 순오기님 페이퍼에 꿈섬님 나와요~~~~~~~ ㅎㅎㅎㅎㅎ
얼른 가서 보시어요^^
방학이라 아이랑 실랑이 하며 보내고 있어요. 방학한지 하루만에 넉다운 ㅠㅠ

올 한 해도 건강하시고요,
공부하시는 일, 계획하시는 일 모두 뜻한대로 이루시길요~~
제가 꿈섬님, 쑥님, 야나님 첨 만난 날이, 2016년 1월 7일이더라구요.
그 날,,,, 그 저녁이 생각나네요. 참 좋았던 시간과 시간들.

꿈꾸는섬 2018-01-03 11:32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와락~~쪽~♡
잘 지내시죠?
우리 올 해는 세검정돈까스에서 뵈어요.^^
건강하시고, 새해에도 멋진 글들 기대할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프레이야 2018-01-04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꿈섬 님.
이 책 선물 받고 아직 못 읽고 있어요. 올해에는 읽는 일에 좀더 잡중하고파요.

꿈꾸는섬 2018-01-04 22:5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두번째 책 잘 받았는데 아껴두느라 아직 못 읽었어요.
차분히 읽고 싶어서 미뤄뒀는데 기사단장 읽고 바쁜 일들 정리하고 읽으려구요.
읽고 쓰는 일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어요.
그리운 프야님~^^ 또 뵈어요.^^
두번째 책 출간 축하모임은 벌써 하셨나요?

프레이야 2018-01-04 23:03   좋아요 0 | URL
이번엔 고교친구들 열명이서 부산에서 조촐히 했어요. ^^
고마워요 그리운 꿈섬 님.

꿈꾸는섬 2018-01-04 23:17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조촐히~
알라디너들과도 함께 하는 날도 있으면 좋겠어요.^^ 어디든 달려갈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