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잠깐 친구를 만나고 돌아와 책을 펼쳤다. 간결한 글 속에 빠져들어 자꾸 책장을 넘기는데 방해꾼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일단 책을 덮었고 필요한 준비물을 사러 나갔다가 돌아와 저녁 준비를 했다. 쇠미역을 데치고 달래를 쫑쫑썰어 달래장을 만들고 돼지고기 듬뿍 넣은 김치찌개를 끓였다.
남편은 늦겠다고 지금 막 전화를 하고 아이들은 피아노 학원 다녀온다고 나가서 지금 온다고 전화를 한다.
책을 다시 펼치려면 아무래도 몇시간은 더 있어야겠다. 다시 펼치는 순간 책을 덮기가 싫어질 것 같아 잠시 미뤄둔다. 그런데 자꾸 그녀 이야기가 듣고 싶어 책에 눈길이 간다. 손으로 한번 책표지를 쓰다듬어 주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이따 밤에 만나, 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