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일흔하나의 엄마,
다리가 아프셔서 절절 매신다.
이번 설에 유독 심해져서 오른쪽 다리가 붓고 아팠다는데
그래도 명절이라고 차례 음식 다 준비하시고, 식혜까지 해 놓으셨었다.
다리는 아파서 절절 하시면서도 이것저것 분주하다.
그 모습보고, 가슴은 아픈데, 말은 곱지 않게 나가고
힘든데, 뭐하러 나물이며 전이며 음식들은 잔뜩 해놓으냐고......
결혼 전부터 여태 집안일로 잔뼈가 굵어지고, 틀어지고, 이제는 그만 편하게 살면 좋으련만,
결혼해서는 시어머니 시집살이, 시동생들 뒷바라지,
나이들어 며느리보고는 며느리 시집살이까지
하나밖에 없는 아들네, 손주 키우느라 쉴 새도 없고,
아들네랑 함께 살아도 매일 아침, 저녁 상차리기가 바쁘다.
일하는 새언니 배려하는 시어머니 마음도 알겠지만,
당신 몸이 아플때는 아프다고, 못하겠다고 말하면 좋겠는데, 그런 말도 할 줄 모르고,
손아래 시누이가 손윗 올케한테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도 싶지 않고,
친정 다녀오면 속만 상한다.
관절에 좋다고 수영이라도 하라고 등록하겠다고 하면 수영하러 갈 시간없다고 괜한데 돈쓰지 말라고 하시고,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할줄 모르는 엄마가 답답해 또 곱게 말하지 못하고,
어디든 모시고 다니고, 언제든 가서 설거지며 청소라도 해주고 오면 좋겠는데, 애들한테 매여 우리집 챙기기도 바쁘다보니,
마음만 앞서고, 실제로 돕지도 못하고, 속상한 마음만 든다.
내리사랑이라 그런가, 마음은 엄마 아프게 보이는데, 내 아이들이 먼저고, 내 앞가림이 먼저이니,
누구에게 뭐라할 수도 없고, 마음만 아프다.
마요네즈에 나오는 엄마처럼, 자꾸만 자신을 위해서 뭐든 요구하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자꾸만 뭐든 해달라고 해야, 엄마께 뭐라도 하나 더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우리 엄마는 자신을 위해서는 뭐든 해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무언가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도 필요없다고, 됐다고, 거절만 하시니, 이 거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없고, 무엇을 해드려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엄마를 부탁해의 엄마처럼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리면 어쩌나 두렵고, 걱정된다.
엄마가 사라진다는 생각만으로도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