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11시 상상나눔씨어터구로에서 구름빵 영어 뮤지컬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아침 9시 30분 뮤지컬을 보러 가는게 무리라고 말리는 남편에게 운전을 시켜서 구로에 갔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속을 달리는 마음내내 공연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였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비는 쏟아지고 또 쏟아졌다.

10시 40분 상상나눔씨어터에 도착해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데 공연이 취소되었다고 전화가 왔다. 이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공연이 취소되었다고 다음 공연에 다시 초대하겠다고 했다. 정말 울컥했다. 남편 구박받으며 찾아갔는데 공연 20분전에 취소되었다고 전화를 하다니......좀 너무했다. 좀 더 일찍 연락을 했다면 고생을 덜 하지 않았겠느냐 말이다. 알라딘 초대 이벤트에 당첨되고 참석하지 않으면 다음번 이벤트에 제외된다는 글귀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움직였던 것인데 결국 공연은 취소되었고, 아이들은 엄청나게 울었다. 특히 현수는 구름빵...구름빵...하며 돌아오는내내 징징거렸다. 다음에 다시 오자는 말로는아이들을 위로할 수 없었다. 그나마 현준이는 다음엔 꼭 보자고 말하고는 시무룩했지만 그래도 오빠답게 괜찮다고 해주었다. 

공연이 취소되었기에 다른 놀거리를 찾아줄 생각에 큰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도중 전화가 끊겼다. 다시 걸어보니 전원이 꺼져 있단다. 그래서 집으로 전화했더니 조카가 전화를 받았고 엄마는 큰이모랑 병원에 갔단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큰이모가 수술한다고 어제부터 입원을 했었단다. 알았다고 하고 작은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작은 언니 전화를 큰 언니가 받았고 병원에 있다고 했다. 작은 언니가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며 말하기를 꺼려한다. 그래도 결국 얘기하기를 유방암이었단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서 일찍 수술하는거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하지만 어찌 걱정하지 않겠는가. 바로 병원을 향해 차를 돌렸다. 여전히 비는 쏟아졌다.

병원에 도착하니 그때 막 회복실에서 입원실로 올라왔단다. 4시까지 자면 안된다고해서 옆에서 이런저런 아무 의미없는 이야기들을 꺼내놓으며 계속 언니에게 말을 시켰다. 머리가 어지럽고 통증이 있다고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겁에 질린 것 같다. 파리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는 언니는 괜찮다며 오늘이나 내일 퇴원하게 될거라며 걱정하지 말란다. 하지만 보통 수술하면 3박 4일 입원해야하는게 아닌지......수술하신 선생님 기다리느라 5시 넘어까지 기다렸다. 수술하신 의사선생님은 말씀을 많이 아끼시며 괜찮다고 수술은 잘 되었고 조직검사 6~7일 정도 걸리니 그때 다시 이야기 하자신다. 다른 곳에 전이된 것은 아닌지 정말 괜찮은 것인지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으니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조기 발견해서 수술했으니 다행이다 생각하고 앞으로 식이요법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라고 얘기하고 매일 즐겁게 살아가자고 했다. 언니로 인해 주변 사람들도 더 조심하며 살게 될테니 그나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언니도 수술 결과 듣고는 돌아가라고 한다. 조금 쉬고 싶은 것 같아 언니를 두고 병실을 나오긴 했는데 여전히 걱정은 된다. 다른 곳에 전이되지 않았기를 바라고 또 바라야할 것 같다.  

비가 많이 내려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기도 하고 여기저기 물난리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를 보았다. 또 대부분의 공연도 취소가 되었단다. 구름빵 공연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언니가 아팠다는 얘기를 나중에 듣게 되었을테고, 그랬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를 생각해보니 그나마 비가 많이 내린 것이, 구름빵 공연이 취소된 것이 다행인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5월말쯤 알게 되었다는데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다른 사람들이 걱정할 것을 걱정한 탓이란다. 하지만 가족들에게는 일찌감치 아프다는 말을 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아직 엄마께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말이다. 잠깐 큰언니와 작은언니네 집에 들렀는데 작은언니네 집으로 엄마께서 전화를 하셨다. 비는 많이 오고, 괜찮은가 전화하셨단다. 큰언니가 대충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작은언니는 여전히 엄마께 얘기하기를 꺼린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얘기를 해도 하겠다는 것이다. 

 알라딘에서 찾아보니 유방암에 관한 책들도 여럿 있다. 그 중 괜찮아 보이는 책들을 담아야겠다. 책을 찾아 읽어보고 유방암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야겠다. 

 

 

 

 

 

 

하루종일 하늘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 같다. 차 창문으로 쏟아져내리는 비는 앞을 분간하기도 힘들게 만든다. 하늘에 구멍이 생긴 듯, 내 가슴에도 구멍이 생겨난 것 같다. 같은 병실 췌장암으로 입원하신 할머니는 그나마 유방암은 괜찮은 거라고, 젊은 엄마는 남편에 자식도 있을텐데 뭘 그리 걱정하냐고 남 모르는 이야기를 쉽게 내뱉으신다. 그 말에 아무 대꾸를 할 수 없었다. 혼자인 언니는 늘 하나뿐인 자식을 걱정할 수밖에 없고, 아무리 도와준다해도 언니의 빈 구멍을 메워줄 수가 없다. 언니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지가 않다. 

집으로 돌아와서 너무 피곤해서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잠시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아이들이 이불 밖 바닥으로 내려가 자고 있는 것 끌어 올려놓고 다시 자려고 해도 뒤척거리기만하고 잠이 오질 않는다.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다. 자꾸 기침이 쏟아져 나온다. 어떤 책이 좋을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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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28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진짜 너무했군요... 이게 11시 공연이라 시간 다 되어 급박하게 취소 통보를 했나보네요.
오늘은 정말 고생하셨을건데. ㅠㅠ

그리고 언니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꿈꾸는섬 2011-07-28 03:09   좋아요 0 | URL
비가 정말 많이 내렸죠. 그 빗속을 뚫고 공연을 보러 간 제가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언니의 수술은 정말 충격이에요. 전번주에도 봤는데 아무 말도 안했거든요. 게다가 내일은 조카랑 수업도 있거든요. 미리 얘기해주는 게 제 생각엔 좋은데 언니는 제가 운전하고 돌아갈때 사고라도 날까봐 말할 수가 없었대요.ㅜㅜ

그런데 언니 왜 이리 늦게 주무세요?

마녀고양이 2011-07-28 03:18   좋아요 0 | URL
방금 제 서재에 달린 댓글 보고 놀랐잖아요.
꿈섬님은 이 시간까지 모하세요?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친언니 일은 미리 알아서 다행이다, 금방 나으실거다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셔요.
그래야 힘이 되어드리지요. 불안은 전염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말씀하시는 것 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거 같네요. 맘 편안하게, 릴렉스~~~

꿈꾸는섬 2011-07-28 03:28   좋아요 0 | URL
잠이 오지 않아요.ㅜㅜ
유방암 관련 책 찾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언니한테는 괜찮다고, 일찍 알고 수술 잘 되었으니 잘 된 일이라고 말했는데도, 막상 집으로 돌아와 쉬려고하니 잠이 잘 안 오네요.
올해 작은엄마가 폐암으로 돌아가셨잖아요. 또 언니네 시댁쪽에도 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계시대요.
언니의 경우엔 괜찮기는 한데 아직 조직 검사 결과가 안 나와서 걱정이에요.ㅜㅜ

무스탕 2011-07-2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꿈섬님 동네도 비가 끝장나게 내렸을텐데 그 비를 뚫고 왔건만 취소라는 소식을 들었으니 속이 확- 뒤집히는건 당연하죠!
언니분의 소식은 형제의 입장에서 정말 놀랐겠어요. 부디 치료 잘 마치고 얼른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꿈꾸는섬 2011-07-29 13:22   좋아요 0 | URL
남편의 구박이 계속이에요.ㅜㅜ

언니가 얼른 낫길 바라는 마음뿐이에요.

pjy 2011-07-2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어쩔수 없는 상황에 천만다행이라는 말로 위로가 부족하겠지만, 당장에 좋아지는 병이 아니니 앞으로 계속 지치지말고 꾸준하게 힘을 내셔야합니다~ 설마 아픈사람만큼이야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 가족들도 힘드니까요

꿈꾸는섬 2011-07-29 13:23   좋아요 0 | URL
천만다행 맞아요. 그나마 심하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지......힘을 내서 잘 치료하도록 도와야겠죠.

울보 2011-07-28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아무일도 없을거예요. 미리 알았다니 천만다행이잖아요, 많이 놀라셨겠네요,
분명아무일 없을테니 걱정마세요, 긍정의 힘이 중요해요,,
오늘은 비가 좀 그쳤나요,
제가 사는동네는 비가 좀 그치는것 같은데 모르겠네요

꿈꾸는섬 2011-07-29 13:24   좋아요 0 | URL
긍정의 힘, 정말 중요해요.
오늘은 비가 그쳤나봐요. 해가 나왔네요.
울보님 댁에도 비 피해 없었나 모르겠어요.
고마워요.^^

2011-07-29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9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