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머리때문에 스트레스였다. 아무리 드라이어로 머리를 잡아보려고해도 녀석이 어찌나 말을 안들었는지 모른다. 머리를 묶으면 짧은 머리들이 삐죽거리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름이면 어울리든 어울리지 않든 한번씩 웨이브를 넣어주고 싶은 유혹이 있다. 매일 촉촉하게 젖은 머리로 지내도 상관없는 계절이니 말이다.
미용실을 하고 있는 새언니가 있는데 뭘 걱정하고 망설이는지 모른다는 남편의 말, 다만 남편은 요새는 웨이브 머리는 싫단다. 단정한 생머리가 좋단다. 길든 짧든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난 생머리가 좋긴 하지만 원래 곱슬이고 생머리로 만들기 위해 매직을 해야하고, 매직은 머리카락을 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오랜만에 웨이브를 넣어 기분전환을 하고 싶은 것이 내 생각이다. 머리를 어떻게 해야하나를 두고 며칠을 얘기했더니 기어이 남편이 질린다는 듯이 그만 얘기하고 미용실에 다녀오란다. 물론 나 하고 싶은대로 하라며 말이다.
주말에 형부 생신이라 다같이 모여 엄마네 집에 모여 저녁을 먹었다. 다음 날 남편이랑 아이들은 머리를 손질했지만 난 시큰둥 있다가 왔었다. 일요일 저녁 아들은 메탈팽이를 할머니네 두고 왔다며 울먹이고 엄마는 자기 물건은 자기가 챙겨야지 엄마가 갖고 오길 바라면 안된다고 한소리했다. 그랬더니 아들은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고, 남편은 엄마가 가져다 줄거라고 아이를 다랬다. 그 바람에 월요일 엄마네 집에 팽이를 가지러 다시 갔고, 그 바람에 한가한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지지고 볶았다.
언니는 웨이브가 이쁘게 잘 나왔다고 하지만, 역시 난 지지고 볶으면 촌스러워 보이는게 사실이다.ㅠㅠ
저녁에 들어온 남편은 머리를 보고 웃는다. 왜 웃냐고 물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내게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러면 됐단다. 그런데 어제 저녁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온 남편은 또 머리 얘기를 한다. 촌스럽단다.
그냥 웃으며 농담처럼 들어주긴 했지만 면전에 대고 촌스럽다고 말하는 남편이 정말 얄미웠다. 퍼머하고 온지 하루밖에 안 되었는데 어쩌자고 그렇게 놀려대는지 말이다. 하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는다. 머리가 남편 마음에 들지 않고 내게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해도, 또 많이 촌스러웠을지는 모르지만 그것 또한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뾰로통해있는 내게 조금은 미안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더 이상 머리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냥 나도 마구 뻗쳐대는 머리 신경쓰지 않아도 좋고, 머리 감고 타올로 털어내면 그만인 지금 머리가 편안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