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정도 컴퓨터를 켜지 않았다.
거의 매일 알라딘에 들어와서 다른 서재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했는데 무엇때문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아보자고 생각했었다.
물론 책은 읽었다. 청소도 대충대충 해놓고 은행 볼일도 미루고 미루다 한꺼번에 해결해버렸다.
아이들 보내놓고 라디오를 켜 놓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었다. 물론 열심히 하진 않았다.
날이 추워지니 자꾸만 움츠러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몸이 가뿐해지는 걸 느꼈다. 집안으로 들어와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대청소를 했다. 집 구석 구석 쌓였던 먼지들을 닦아내고 아이들 침대 밑의 잡동사니를 끄집어 내었다. 화장실 구석 구석 솔질을 하고 물을 뿌리면서 느낀 건데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내 몸이 게을러지다보니 정신도 탁했던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몸과 정신을 맑은 기운으로 충전한 날이다.
내일은 현수 유치원 입학 설명회에 다녀오고, 시댁에 김장하러 간다.
시댁 가는 길, 어차피 가야하는 곳이니 웃으면서 다녀오려고 한다.
김장 담그고나면 올 해 큰 일은 대강 끝나는 게 아닌가 싶다.
재미없게 사는 것은 역시나 재미가 없다. 어차피 사는 것 재미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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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없었던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을까?
한달 넘게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던 책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자기 일 하던 남편이 남의 일 하면서 생활비가 현저히 줄었다. 지출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알라딘 주문을 자제하고 있었다. 아들도 사달라는 책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는데도 아직 주문을 하지 않았다. 전번주에 주문을 하려고 하다가 다음주에나 사지 뭐. 하고 또 미루었다.
현준이 말이 그렇다. 도서관에서 빌려 볼때는 좋지만 다시 도서관에 돌려 줄때가 싫단다. 다음에 또 보고 싶을때 볼 수가 없어서 그렇단다.
하지만 오늘도 주문을 하지 않겠다. 김장 담그고 와서 다음주 월요일쯤 주문을 해야겠다. 열심히 일하고 와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책을 주문해야겠다. 일명 행복 주문 말이다.

한반도의 매머드 1권은 발간이 되자마자 구입했었다. 그 뒤 잊고 있었는데 현준이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난리다. 얼른 2권과 3권을 주문해 주어야겠다.
요즘 현준이네 유치원에서 공부하는 동화책이란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 했는데 빌려간 사람이 반납을 안 했다. 이미 반납일이 한참이나 지났는데 말이다. 전에 내가 찾던 책도 마찬가지의 경우로 빌려보지 못했다. 도서관 이용에 한계를 느낀다.
우주와 지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란다.

두 책의 발간 소식을 듣고 이 두 책을 얼른 사야지 했었다. 그런데 아직도 사지도 않았고 읽지도 않았다.
조정래 선생님과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임철우 선생님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충족하지 못하며 산다는 생각에 참 많이 속상해했던 것 같다. 결혼 전엔 내가 보고 싶은 책 마음대로 사서 봤는데 남편 눈치보며 산다는 생각에 서글프다. 기필코 사야지.
어느날 TV방송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를 보았다. 법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정말 똑똑하고, 정말 잘 생겼다. (잘 생긴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는가 보다. 급 관심이 생겼다.) 사실 법과 관련한 강의를 처음 접했다. 그 강의를 보다가 요즘 새로 나온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순오기님 서재에서 보았던 책이다. 감은빛님이 쓰신 리뷰를 보고는 완전 반했다. 이런 책을 읽어줘야한다는 생각에 얼른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 책들 외에도 몇권의 책들을 담았었다. 장바구니에 넣었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것도 지겨워졌던 날들에 대한 무료함이었을 것 같다. 알라딘에 들어오면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테니 의도적으로 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충분히 참을만큼 참았다. 이 정도 책도 사보지 못할 정도도 아닌데 괜히 마음만 쓸쓸한 가을을 보낸 것 같다. 아무래도 나에겐 책을 갖고 싶어하는 물욕이 가장 억제하기 힘든 일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