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동네 앞동산에 데려가면 아이들이 엄청 좋아한다. 낮지만 아이들에게는 숲속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아파트, 자동차 이런 것들만 보던 아이들을 데리고 앞동산을 올라가며 나무도 보고 풀들도 보고 꽃들도 본다.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체력 단련장이 있고 우리는 그곳에서 잠깐 쉬었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토요일에는 운이 좋게 청솔모 한마리가 나무에 걸어둔 물을 먹으러 오는 것을 목격했다. 아이들도 신이 나서 재잘대고 청솔모는 나무를 타 넘고 열심히 오르락 내리락하며 분주했다. 역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현수는 다람쥐도 보고 싶다고 졸라댔다. 다람쥐는 사람들이 무서워 나무 속에 숨어 있다고하니 겁내지 말고 한번 나와 보란다.
오늘은 남편과 함께 천마산을 다녀왔다. 마석에 3년을 살면서 처음 가봤다. 이곳에 왔을때 현수가 막 100일을 넘겼으니 산에 다녀올 여력이 없었다. 아이들이 산에 가고 싶다고 재잘대어 동네 언니의 얘기를 듣고 약수터까지만 다녀오기로 하고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겨 천마산을 올랐다. 앞동산에 오를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역시 산은 산이었다. 가파른 길을 잘 오르던 현수 꾀를 부렸지만 약수터까지 잘 올라갔다. 그곳에 도착해서 사발면에 물을 부어 주었더니 후루룩 잘도 먹는다. 바나나, 포도, 과자, 오징어 구이를 쉬지 않고 먹는다.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과 얼마나 흐뭇하게 웃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근처에서 놀이를 했고 남편과 나는 돗자리에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가져갔던 물병 하나에는 약수 물도 받아 오고, 산에서 물을 받는 재미도 좋았던가보다.
가을 산 향기가 너무 좋았다. 소나무 향기라 폐속까지 전해지면서 몸도 마음도 모두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산 속에 앉아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스텔라님이 쓰신 부분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무 쪽이나 마음에 드는 곳부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일기와 편지 쓰기에 대한 스텔라님의 생각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친구를 떠올렸다. 고등학교 3년내내 편지를 주고 받았던 친구가 몇명 있었다. 그중 졸업후에도 편지를 주고 받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편지가 끊겼고 더 이상 연락이 되질 않는다. 잘려진 기억들 속에는 분명 나의 잘못이 떠오르고 산 속에서 그 친구를 생각하니 조금은 쓸쓸해지기도 했다. 그 당시 나를 살찌우던 친구였는데 말이다. 간호사가 되고 싶어 했던 친구, 간호대학을 다녔으니 어느 병원에서 아픈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가 되었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어릴때 주고 받았던 편지함을 꺼내어 그 친구의 편지들을 읽어 보았다. 그 당시 우리를 울렸던 이승환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감동 깊게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매일 새벽 6시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리가 어느 시점에서 연락이 끊어졌던 것일까를 생각해보니 다시 떠오른다. 사람들에 대한 나의 무책임함. 소홀함. 아, 이런 것들 때문이었겠구나 생각하니 미안해진다.
대인관계에 늘 서툰 나는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잘하는데, 어느 순간 그 소중함을 잊게 된다. 나는 나에게 너무 몰두하는 사람인 것 같다.
예전에 1년을 넘게 봉산탈춤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 사람들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그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 나란 사람은 그런 무심한 사람인 것 같다. 그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들을 추억조차하지 않으니 말이다.
기억이란 참 이상하다. 서로 연관도 없는 것들이 불쑥 서로 연관을 맺은 듯 튀어나오니 말이다. <100인의 책마을>을 읽으며 오래된 일기장과 편지들을 찾아보고 친구를 떠올리고 그 친구와의 소원함을 생각하다보니 봉산탈춤 배우던 그때가 생각나다니 말이다.
감은빛님의 글도 읽어 보았다. 환경운동가였다는 감은빛님의 글을 읽으며 우리 동네 앞동산이 없어질 거란 생각을 하며 조금 씁쓸했다. 그 동산을 허물어 그곳에 체육시설을 들여 놓는단다. 이 동네는 값싸고 질 좋은 체육시설이 없다. 심지어 비싸지만 이용할 수 있던 곳은 몇달전에 문을 닫았다. 그러니 체육시설이 들어오면 좋긴 하지만 아이들과 잠깐 휴식하며 찾을 수 있던 공간이 사라진다니 너무 안타깝다. 나무를 타고 날아와 물을 마시고 가는 청솔모의 모습에 열광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말이다. 이제는 그런 곳을 일부러 찾아 다녀야만 하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어느 쪽일까? 체육시설이 들어오면 분명 유용하게 이용할 것인데, 그곳에 체육시설이 들어오는 걸 반대해야하는걸까? 왜 하필, 그곳이냐고 말하지만 이 곳에 그럴 장소가 그곳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란 생각을 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편의시설을 환영하지만 조금이라도 남은 자연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다른 사람들의 책 읽기를 엿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우선 두분의 글을 읽고 책 소개를 받았다. 앞으로 어떤 책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기대된다.
아이들 데리고 종종 산을 찾아와야겠단 생각을 했다. 자연 속에 있어야 자연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낄테니까 말이다. 우리가 가져갔던 쓰레기는 모두 집으로 가져와 분리수거를 했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맘껏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그래야 더 소중한 것을 알게 될테니 말이다. 산에 오르는 걸 좋아하는 아들이 있어서 참 좋은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이 크면 우리도 언젠가는 정상까지 다녀오게 되겠구나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남편과 아이들 자라면 지리산 가자고 했더니 열심히 걸어다니며 체력을 비축해두란다. 언젠가 아이들과 지리산 산행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