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첫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름의 기대와는 다르게 속상한 하루였다. 서로의 생각이, 기대치가 조금 달랐던 때문이었겠지만 하루종일 우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런 날엔 우울함을 견디기 위해 여행서를 읽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얼마전 나비님이 선물하신 <굴라쉬 브런치>도 있건만 도무지 책도 손에 잡힐지 않고 어수선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새로운 결심을 하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며 기분 좋게 보내고 싶어했던 나의 기대가 아주 작은 사소한 말 하나에 상처가 되었다.
이런 날엔 정말이지 훌쩍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다.
하지만 훌쩍 떠나버리지도 못하고 내내 컴퓨터를 붙잡고 알라딘을 기웃거리고 하이드님이 올리신 게임을 하고 인터넷 뉴스를 살펴보고 그렇게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책,
우선, 제목이 참 좋다.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제목이다.
<나만 위로할 것>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이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남편에게는 말도 못 붙이게 쌀쌀맞은 상태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니 엄마의 이런 상태를 잘 알지 못한채 자신들의 어리광을 받아달라고 떼를 쓴다.
"나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고"
큰소리로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미 늦은 시각이다.
●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의 작가, 생선’이라 불리는 그는, 김 동 영
좀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었고,
좀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었으며,
좀 더 많은 길을 걷고 싶었다.
그리고 좀 더 멋진 사람이 되는 것.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평범했고 참을 수 없이 무기력했다.
그래도 적당한 때가 온다면 그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막연한 희망과 함께했다. 어느 날 아무리 학수고대해봤자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과 세상이 그에게 호락호락 그런 걸 선물하지 않을 거라는 세상의 의도를 알게 된 순간, 봄날의 나비처럼 가벼운 소년에서 음이 틀어진 묵직한 피아노 같은 어른이 되어버렸다.
묵직한 피아노가 된 이후 무기력하고 용기 없는 자신이 스스로 견딜 수 없이 불안하고 불행하다 생각해 노트 위에 그동안 원하던 모든 것들을 또박또박 적어 내려갔고 문장들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카메라로 찍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어느 순간 길어지고 길어져 문자가 되었고 문자는 편지가 되었으며 그 편지는 길어져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그러므로 여전히 어설프지만 좀 더 특별해졌고, 현실에서처럼 불안해하지 않고 한 마리 봄날의 나비로 다시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더 더 더 많은 걸 쓰고 찍어도 언제나 부족할 것이다. 그럼에도,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결코 꺼지지 않는 불씨가 여기 있나니!!!)
김동영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는‘생선’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마스터플랜 클럽’에서 허드렛일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음반사‘문 라이즈’에서 공연·앨범 기획을 했다. 그 후,‘델리 스파이스’와‘이한철’‘마이 앤트 메리’‘전자양’‘재주소년’‘스위트 피’의 매니지먼트 일을 하면서,「복고풍 로맨스」「항상 엔진을 켜둘게」「별빛 속에」「붉은 미래」「부에노스 아이레스」 등의 노래를 작사했다. MBC FM4U에서 음악작가 일을 하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아마도 이자람 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했다. (알라딘 광고글 중)
김동영이란 작가의 이름이 생소하다. 하지만 그의 약력을 살펴보니 다채롭고 흥미롭다. 음악작가로 활동했다니 그의 여행기가 한결 더 멋질 것만 같다.
오늘 하루만 우울하게 보내야겠다. 내일은 어느새 10월의 두번째 날이고, 오늘과는 분명 다른 날일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