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휴가를 받겠다던 남편이 계속 휴가를 미루었다. 휴가를 받았어도 마땅히 할 일은 별로 없었다. 현준이가 조금 아팠기에 휴가라도 어디 멀리 가긴 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 미루던 휴가를 완전히 미루게 되었다. 언제 받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아이들은 방학이고 매일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하지만 그 욕구를 모두 채워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쨌든 약속했던 영화 도라에몽을 보고 점심을 먹고 들어오자고 했다. 어젯밤 남편과 맥주를 마신탓에 아침내내 머리가 너무 아파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집중이 잘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남편이 쉬는 날 아이들도 더 놀아야한다는게 내 생각,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고 가까운 곳에 위치한 물놀이장에 데려가 더위를 식혀 주었다.
너무 더워 남편도 귀찮기는 했을테지만 아이들 쫓아다니며 잘 데리고 놀아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돗자리 깔고 앉아 책을 읽었다.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보내준 책이라 숙제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사실 참 재미있다. 로맨스와 미스테리가 살짝 가미된 흥미를 끌만한 일본 소설이다. 혼다 다카요시의 작품은 이 소설이 처음이긴 하지만 낯설지 않고 술술 잘 읽힌다. 4편이 모두 흡입력이 있다. 지금은 마지막 편을 읽고 있는 중인데 아이들이랑 남편 시중드느라 덮어놓고나니 다시 잡히지가 않는다. 조금 있다 마저 읽을 생각이다.
더워서 짜증이 좀 날만한때 남편 친구가 아이들을 데리고 물놀이장에 왔다. 그 집은 내내 집에 있다가 아이들이 하도 나가자고 졸라서 나왔단다. 그나마 친구를 만난 남편은 친구랑 캔맥주 하나씩 마시고 기분이 좀 좋아진 듯 했다. 다행이었다.
요새 우리 동네는 길이 엄청 밀린다. 강원도쪽으로 가는 모든 길이 밀려 있다. 끝도 없이 차들이 몰려오고 있다. 찻길 나서기가 무서울정도다. 지금은 좀 한가해졌는지 모르겠다.
강릉에 간 언니네 식구들도 떠나는 날 새벽 3시반에 출발했단다. 형부가 모레 급한 일이 생겨 내일 올라온다는데 올라오는 길도 많이 밀릴 것 같다. 가는 길도 오는 길도 밀리는 요즘 떠나는 여행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한적하게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다. 그러니 더워도 좀 참아줄만 한 것 같다.
읽을거리가 여기저기 산재해있다. 화장대 위에도 화장실에도 책상 위에도 식탁 언저리에도 쇼파위에도 책들이 굴러 다닌다. 남편은 제발 한 곳에 모아놓고 한권씩 읽어달라고 부탁하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닐때마다 책들이 옆에 있다는게 나는 좋다. 그래도 내일은 정리를 좀 해볼까 생각중이다.
책 읽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에게는 최규석 만화 두권을 안겨주었다. <대한민국 원주민>과 <생태습지보고서>, 나이도 어린 작가의 처절한 가난 이야기가 와닿는단다. 작년에 <100도씨>도 함께 보아서 그런가 두권의 책도 군말없이 읽어주고 있다.
내일이면 <울기엔 좀 애매한>이 도착하지 않을까 싶다. 빨리 받아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