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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먼로의 죽음
닉 케이브 지음, 임정재 옮김 / 시아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호주 출신의 뮤지션이자 영화배우,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닉 케이브의 두번째 소설 <버니 먼로의 죽음>을 읽다. 이 책의 주인공 버니 먼로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버니 먼로는 화장품 방문 판매원이다. 화장품을 판매하며 여성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려고 노력한다. 아니 그와의 섹스가 가능한가를 가늠한다. 그는 일종의 섹스광이며 성도착증 환자이다. 하지만 그도 그의 정신상태를 잘 알지 못하는 듯 하다.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 아이도 낳았지만 그는 아내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모든 여성을 자신의 성적 대상으로 생각한다. 남편의 부도덕한 모습에 지친 아내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결국 침실 창문에 목을 매고 자살한다. 이 이야기는 아내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아내가 죽은 침실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버니 먼로는 9살 아들과 함께 화장품 판매 길에 오른다. 그 둘의 기이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는 안질을 앓지만 버니 먼로는 알아채지 못한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귀 기울여 듣질 않는다. 그에게는 오직 성적 해소를 할 수 있는 여성만을 찾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인양 두리번 거린다. 아이의 눈에도 아빠의 그런 모습은 기이하게 보인다. 하지만 아이는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한다. 아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는 엄마가 사준 백과사전뿐이다. 백과사전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고 마음의 위로를 받는 것이다. 

버니 먼로는 마치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처럼 무모한 행동을 한다. 여성들 누구나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착각, 언제든 자신을 위해 다리를 벌려 줄 거라는 기대감, 그런 착각으로 호되게 당해도 그는 지칠줄 모른다. 오히려 더 악착같이 위안을 받으려고 안달을 한다. 그의 이런 기이한 행동의 기원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은 늙어 죽음을 기다리는 늙은이에 불과하지만 버니에게 세일즈를 가르친 것은 아버지였다. 그런 이유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의 아들 버니 주니어도 그를 따라 다니며 그의 삶을 배울테니까 말이다. 얼마 전 읽었던 <아메리칸 러스트>의 포도 유전적인 영향을 벗어버리지 못해 늘 싸움에 휘말려 결국 감옥으로 가지 않았던가 말이다. 

   
 

   "음, 너도 알다시피 무엇보다도 너는 그들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가지고 있어." 

  "그게 뭔데?" 

  "희망. 너도 알다시피......꿈이야. 너는 그들에게 꿈을 팔아야 하는 거야."(128~129쪽)

 
   

 그래도 가슴을 쓸어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버니 주니어는 강하다는 엄마의 영혼의 얘기를 믿기 때문이다. 그 아이를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 살아 있는 것 맞아? 엄마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져. 엄마의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아이는 말을 하고 엄마를 꼬옥 안는다. 

  "아니야, 얘야, 엄마는 살아 있지 않아. 엄마는 죽었어." 

  "그게 엄마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이었어?" 

  "그래 그렇단다. 하지만 엄마는 다른 말도 해주고 싶단다. 정말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네가 견디어냈으면 좋겠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이는 엄마를 쳐다보며 말한다. 

  "그럼 알고말고. 엄마가 정말 말하려고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더라도 강하게 이겨내기를 바란다는 것이잖아." 

그녀는 아이를 안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래 알았지?"(257쪽)

 
   

 버니 먼로는 결국 끔찍한 사고로 죽음을 맞이 한다. 그가 쌓아 온 그의 삶에 걸맞는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 통해 그가 과거에 행했던 일들이 회상처럼 지나간다. 붉은 페인트칠을 한 뿔 달린 살인마와 다를바 없던 그의 삶은 그 어떤 여성들에게 용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그가 행복한 사람일 수 있던 것은 그의 아들은 그가 기이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아도 그가 아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사랑한다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버니 먼로의 죽음을 희망이라 부르고 싶다. 그의 죽음을 통해 그의 영혼은 더이상 죄를 짓지 않아도 되고 그의 아들은 나쁜 영향으로 벗어나 강하게 살아갈테니까 말이다. 

여성이고 또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으로 읽다보니 버니라는 인물은 내게 쓰레기같은 존재이며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의 잘못만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며 우리가 키워내야할 아이들에게 우리는 또 어떤 영향을 끼치는 부모가 될까를 생각하게 된다. 

요즘 우리 사회에도 성폭력으로 상처받는 아이들과 여성들이 곳곳에 있다. 그들의 상처에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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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7-27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본 책입니다.
리뷰를 읽다보니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주인공 버니가 아주 저질이면서 한편으론 불쌍하기도 하네요. 여성을 성의 대상으로만 본다던가 그걸 즐긴것보단 중독되어 끌려간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요즘 성범죄가 워낙 심각해 여러 대책이 나오고, 어제 신상공개도 시작되고 했는데...화학적,물리적 거세같은 치료요법을 국가에서 강제로 뿐만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사람은 신청해서 받을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느 다큐에서도 자원하는 분도 있더군요. 자기도 너무 힘들고 못 이길까봐 무섭다고요.
버니도 그런 방법을 통해 욕망을 줄이고 조절했다면 욕망에 불타 사라지지 않고 아들과 함께 할수있었을텐데...

꿈꾸는섬 2010-07-27 20:20   좋아요 0 | URL
자신의 성적환상을 현실에서 극복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소설이니 더 극적인 장치가 필요했겠구요. 오히려 아버지가 사라져준게 아들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봐요.^^

양철나무꾼 2010-07-27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파타님 서재에서 주워들은건데요,글쎄...
성충동을 여자는 하루에 한번정도 느끼는 반면에 남자는 52초마다 느낀다네요~
남자들이 성충동을 느끼는게 일반적이라고 하여,그게 다 저런 형태로 표출되지는 않잖아요.
그게 수행이 됐던지,교육이 힘이던지,교양이던지,화학적 물리적 거세던지 간에 잘 조잘했다가...불 타올라야 할때만 제대로 불타올랐으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0-07-28 16:15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남자는 52초마다 한번...정말 심한데요. 여자들은 절대 이해 못할 남자들의 생리구조군요.

마녀고양이 2010-07-2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집착이란 무서운거라 느낍니다.
하나에 빠져들면 점점 집착하고 점점 강도가 세져야 하고
잘못되었다 느껴도 멈출 수도 없고......

사람의 뇌란게 그리 만만한게 아닌데,, 사람들은 자기 것인줄 알지요. ㅠㅠ

꿈꾸는섬 2010-07-28 16:16   좋아요 0 | URL
집착이라고 볼 수도 있겠어요. 양철나무꾼님 댓글에 놀랐어요. 남자들은 그렇군요. 근데 모두가 그런건 아닌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