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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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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의 시야에 더 멀리 언덕 비탈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석탄 활송 장치가 들어왔다. 활송 장치는 금속 지지대에 받쳐 도로 위로 높이 지나갔고, 녹슬고 구멍 난 바닥을 통해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금속 현수교가 강을 가로질렀다. 활송 장치 양쪽은 봉해져 있었고 구조물 전체는 온통 녹이 슬어서, 이제는 버려진 거대한 담청색 제강소 부속 공장 사이에서 발진이라도 난 것처럼 보였다. 공장 굴뚝들은 모두 적갈색 줄무늬가 져 있었고, 문은 너무나 오랫동안 사슬로 감긴 채 닫혀 있었다. 이 문은 리가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 결국 녹 덩어리일 뿐이었다. 그게 바로 이곳을 정의하는 용어였다. 멋진 관찰이었다. 리는 아마 저 공장을 그렇게 여기는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일 터였다.(202쪽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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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강산업이 쇠퇴한 마을,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아이작과 포, 두 젊은이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이야기 전반을 끌고 간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잘 구성되어져 있으며 한편의 재미난 미드를 보고 난 기분이다. 사건과 인물들의 개연성까지 치밀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읽는 내내 결말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그것이 이 책의 재미를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사건은 아이작의 가출에서 시작한다. 아니 모든 사건의 출발은 그 부모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봐야겠다. 아이작이 가출을 하기로 한 이유도 그의 부모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말이다. 엄마는 자살을 했고 아이작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봐야하고 공부를 잘한 누나는 멀리 대학을 다니다 돈 많은 남자와 결혼을 했다. 아이작은 천재소년이지만 그의 재능을 발휘해보지 못했다.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못했었다. 그의 좌절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아니 어머니의 자살이었을 수도 있다. 여하튼 가출을 결심한 그는 포를 찾아가고 포는 그를 배웅하러 나선다. 비가 오고 낡은 건물에서 비를 피한다. 그곳에서 부랑자 셋을 만나고 아이작은 피하고 싶어하지만 포는 그들과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단 자만심에 빠진다. 그리고 아이작은 일어서 나가고 포는 남는다. 아이작은 포가 걱정되어 돌아와보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손에 잡히는 단단한 것을 던져 스페인 남자를 쓰러뜨린다. 그렇게 포를 살려 낸다. 포가 아이작을 살려 낸 것 처럼. 포의 기질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의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유전자가 그런 것이다. 그런 상황을 피해갈 줄 모르는 그런 성격인 것이다. 벌써 여러차례 징계를 받을 일이 있었지만 매번 해리스라는 경찰서장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해리스는 매번 포를 돕는다. 어찌할 수 없는 그의 숙명처럼 그는 거부하지 못한다. 그에게 그것은 사랑이다. 해리스는 포의 어머니를 사랑한다. 불한당같은 남편을 만나 불행하게 살아가는 그녀가 안쓰럽다. 그녀를 위해 그는 늘 포의 편이다. 살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포의 외투를 숨기는 행동에서부터 그는 그녀를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그레이스, 포의 어머니, 그녀는 공부를 하고 싶어했다. 심리학을 전공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돈을 벌어다주지 않고 술과 여자를 만나는데 모든 돈을 허비한다. 그렇게 당해도 그녀는 다시 남편을 다시 찾는다. 아들의 아버지이기 때문일까? 그동안 몰랐던 남편의 모습을 아들에게서 본다. 그녀의 아들이 살인하지 않았을거라는 희미한 믿음이 있지만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해리스를 만나는 일이다.
아이작의 누나 리, 포의 연인, 그녀는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일찌감치 도망쳤다. 그리고 돈 많은 남자와 결혼을 한다. 하지만 사랑없는 결혼은 행복할리 없다. 아이작을 데리러 돌아오지만 옛애인 포를 만나자 다시 예전처럼 행동한다. 아버지 헨리 잉글리쉬는 아이작에게는 한없이 냉정했지만 리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아버지였다. 그래도 결국 아버지를 돌본 것은 아이작이었다. 아이작이 떠나고 리가 아버지 곁에 있었지만 리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죽음을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서게 되는 헨리는 아들마저 떠나는 것이 두려웠다고 말한다. 아내가 죽고, 딸은 대학으로 떠나고, 천재 아들마저 자신을 떠날까 그것이 두려웠다고 한다.
이 작품을 읽는내내 흥미로웠던 것은 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들의 내면의 진실을 외면하고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찌 재미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작가는 또한 각자의 인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그들의 이야기가 개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놓았다.
다만 누군가를 죽이고나서야 자신들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면 안타까운 일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살인을 감행한다는 것이 옳지 못한 일임에도 그들의 죄값이 치러지지 않고 살아 남았다. 그래도 그들 스스로 죽음의 문턱을 넘어설뻔했었으니 소설 속 인물들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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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인간에게 영원한 자각이 없다면......만약 모든 것의 뒤에 헤아릴 수없고, 만족할 줄 모르는 공허가 숨어 있다면, 삶이란 절망 그 자체이지 않겠는가? -쇠렌 키르케고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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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에 앞서 있던 글귀를 옮겨 보았다. 인간에게 영원한 자각이 있기에 이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