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한 이야기를 보면 늘 감탄한다. 춘향전이 탄생하게 된 그 뒷얘기를 어쩜 이리 잘도 풀어가느냔 말이다.
요새 심사가 어지러워 좀 웃긴 영화가 보고 싶었다. 그럭저럭 많이 웃었다. 류승범의 능청스런 연기와 변학도의 혀짧은 소리와 어리숙한 모습에 정말 엄청 웃었다. 그리고 마영감, 정말 뭐니?
역시 세월이 많이 변한걸까? 작가와 감독의 시선이 어째 조금 촌스럽단 생각을 했다. 굳이 요란한 정사신을 넣어야만 했을까 싶다. 오히려 영화의 질이 좀 떨어져 보였다. 물론 조조임에도 거의 극장안을 가득 채운 원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영화의 흐름이나 질을 생각했을때 너무 거칠었던게 아니었나 싶다.
전번달에 보았던 하녀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남성 위주의 시각에서 본 정사신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하다. 남자 주인이 찾아와 무리한 관계를 요구하는데 거침없이 달려들던 하녀의 모습은 남자들의(감독의) 절대적인 편견이 아니었나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역시 불편했다. 춘향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마영감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는 방자, 그 기술이라는 것도 내게는 불편했다.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로 느껴졌다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여하튼 남성의 성적 해석은 늘 오해로 얼룩져 있는 것 같다. 아쉽다.
매화꽃 핀 뒤뜰에 하얀 눈이 내리고 춘향이 넋을 놓고 앉아 있다. 그녀를 업고 사랑가를 불러주는 방자, 아름답고 애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