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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나나 - 2010 제1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박형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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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아들고 너무 궁금해하던 책이라 솔직히 너무 좋았다. 단숨에 얼른 읽어버려야지하고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꾸물꾸물 읽어가고 있었다. 너무 더럽고 매스겁고 역겨웠던걸까? 아니다. 그렇지 않았다. 매춘부들의 일상을 너무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소설이 너무도 아팠다. 먼 이국땅에서 벌어지는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런 이야기, 그래 이건 그저 이야기일뿐이야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녀들, 그들, 그곳에 살고 있는 이방인들 모두가 안쓰럽고 불쌍했다. 마치 내 나라의 이름모를 수많은 어떤 여성들을 보고 있는 듯 했다.

신혼여행으로 푸켓을 다녀온 나는 태국인들의 삶이 얼마나 더럽고 열악한지 알고 있다. 여성의 성을 상품으로 팔고 있는 나라, 그 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은 누구나 그곳을 관광삼아 들러 역겨운 장면들을 본다. 그리고 마시고 피우고 떠들어댄다. 우리도 그랬다. 나와 남편은 그런 곳인줄도 모르고 따라갔다가 그날 먹은 것들을 고스란히 확인했었다. 

   
 

"어쩔 수 없는 거야. 가난하다는 것과 여자라는 건 저주야. 플로이처럼 가난하게 태어난 여자는 이중의 저주를 뒤집어쓰고 사는 거지. 물론 욘처럼 얼굴까지 찌그러졌으면 삼중이겠지만." (131쪽)

...... 

"너와 나는 남자야. 그 저주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거지. 그러니까 이해한다고 말하지마. 플로이한테도, 이해한다고 말하지 마. 그건 모든 매춘부들이 더러워하는 말이야."(131쪽) 

...... 

"그냥 받아들여. 받아들이면 돼." 눈치를 보던 욘이 입술을 쩝쩝 다시며 말했다. "이생 뭐 별거 있어? 응? 마시고, 피우고, 떠들면 되는거지. 그냥 받아들여, 레오."(200쪽)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나는 그녀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뭐 할게 없어서 몸을 팔아 살아야하나? 게다가 왜 그녀들은 더럽게 번 돈을 그다지도 쉽게 소비해버리는거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녀들의 삶을 도무지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녀들의 삶은 내게 있어서 늘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다 읽고나서의 내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물론 그녀들을 이해한다는 위로같은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그들의 삶이 단순히 받아들여지는 삶이라는 것, 진짜 인생은 피하고만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노동을 통해 얻어지는 알량한 돈으로 소소한 꿈을 꾸며 사는 소시민의 울적한 삶을 피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말이다.  

   
 

 이 책은 타액이 아니라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인생은 그간 살아오며 내린 결정과 더불어 우리가 내리지 않았던, 혹은 내릴 수 없었던 결정들에도 넉살 좋게 빚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단 한순간도 선택에서 소외된 적이 없었고, 흘러간 모든 시간들은 우리 스스로가 의도한 것이다.......한편으로 이 책은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온 우리가 떠날 떄의 우리가 아니듯, 돌아온 곳도 떠날 때의 그곳이 아니다. 우리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여행을 매 순간 치러내며 살고 있다.......이 책은 또한 세속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도덕군자나 범죄자가 아니라 이웃에 관한 이야기다......이 책은 범신론자들의 나침반인 우연과 조화에 관한 이야기다......(405쪽 작가의 말중)

 
   

아, 제발......바라고 또 바란다. 전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그리하여 그녀들 또는 그들의 영혼이 제발 더럽고 추악하고 역겹게 느껴지는 그곳을 떠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제발 그 누군가가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제발, 누군가의 영혼을 짓밟지 않기를, 또 짓밟히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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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6-19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신글 읽으니 저도 읽고 싶어 지네요~.

꿈꾸는섬 2010-06-19 17:56   좋아요 0 | URL
나비님이 좋아하실지 모르겠어요.^^

마녀고양이 2010-06-1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형태로든 삶은 존재하지요.
제가 그런 거미줄에 걸리지 않은 것을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거 긑습니다.

섬님의 리뷰를 보니, 읽고 싶기도 하다가 무섭기도 하다가.. 그렇네요.

꿈꾸는섬 2010-06-19 17:5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삶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는 것 같아요.
지금 살고 있는 내 삶이 헛된 건 아닌지 잘못된건 아닌지 누군가에게 해악을 입히며 살고 있는건 아닌지 조심스러워지네요.

같은하늘 2010-06-22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네요.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들이...

꿈꾸는섬 2010-06-22 16:53   좋아요 0 | URL
그런 안타까움조차 우리의 시선일뿐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