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이후 현수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주말내내 어린이집 안가겠다고 얘기를 했지만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오늘, 월요일, 아이는 아침내내 울었다. 어린이집 가지 싫다고. 

오빠 먼저 데려다 주라고 현수가 하도 우겨서 현준이를 먼저 유치원에 데려다 주었다. 바로 집 옆인 현수를 먼저 데려다 주고 좀 걸어가야하는 현준이를 데려다주었는데 오늘은 오빠 먼저 가길 너무 바래서 현준이를 먼저 데려다 주었다. 현준이 유치원에서 나오는데 현수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난감했다. 경비실에 계시던 경비아저씨가 나와서 엄마가 때렸냐고 왜 우냐고 물으시는데 정말 난감했다. 다시 어린이집으로 향하는데 우리집 앞을 지나가게 되니 우리집 현관으로 쏙 들어가서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 서있었다. 집으로 가겠다고 한다. 

"엄마, 오늘부터 어디 가야해. 집에 가면 현수 혼자 집에 있어야 돼." 라고 협박을 했는데 안 통한다. 

집으로 쏙 들어가서  

"엄마, 다녀와."  

그러고는 방으로 쏙 들어간다. 어찌하나 보려고 

"현수, 안녕. 엄마 간다."  

그러고 나가서 문을 잠갔는데 따라나오질 않는다. 울지도 않는다. 그때 정말 허걱했다. 얼마나 가기 싫었으면 혼자라도 집에 있겠다고 하는가 말이다. 그때부터 이런저런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금요일에 도대체 애에게 뭐라고 했길래, 애가 안간다고 저렇게 나올까? 현관문에 기대서서 우는 소리가 들리나 귀를 기울였다. 한 5분쯤 지났을까 내가 못 견디고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훌쩍이며 현수가 방에서 나온다. 저도 무섭긴 무서웠던 것 같다. 그래도 끝내 어린이집엔 안가겠단다. 

현준이가 괜찮아지니 이젠 현수가 그러는구나.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수를 끌어안고 선생님이 때렸는지 소리를 질렀는지 물어보는데 그런 건 아니란다. 그러더니 대뜸 

"선생님이 현수 싫어해."  

그런다. 

애를 안고 엉엉 울었다. 아직 그런 거 잘 모를 나이 아닌가 말이다. 

좀 진정을 하고 어린이집 원장에게 아이가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고 말했다. 아이를 싫어해서 아이가 가기 싫어한다고 말했더니 금요일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그리고나서 전화를 바꿔달라고 하는데 현수가 받지 않겠다고 도망을 갔다. 

현수를 달래보려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해보지만 어린이집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은 듯 가지 않겠다고 막무가내로 울었다. 

잠시 뒤에 어린이집 원장님이 집으로 찾아오셨다. 아이가 내 뒤에 숨어서 가지 않겠다고 한다. 보내지 말까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내일부터 문화센터에 등록해놓은 수업이 시작한다. 왜 하필 이런 시기에 애가 떼를 쓰느냔 말이다. 

원장님이 달래서 슈퍼에 가자고 아이스크림 사가지고 가자고 꼬신다. 한참 생각끝에 엄마랑 가면 가겠단다.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는 집에 가자고 내 손을 잡고는 놓칠 않는다. 그냥 엄마, 다녀온다고 떨어뜨려놓고 발길을 돌렸다. 그나마 오늘은 좀 덜 울었던가보다. 그 뒤로 연락은 없었고 나도 조금 일찍 데리러 갔다. 아이가 아침보다 많이 밝아진 얼굴을 하고 있어서 안심했다. 

내일을 울지 않고 어린이집에 오라는 선생님 말씀에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아이가 우는대로 많이 안아주었단다. 그래서 아이의 마음이 좀 누그러진 것 같다. 내일은 수업이 시작되니 어쩔 수 없이 일찍 보내야한다. 그러니 제발 무사히 어린이집에 가주기를 바랄뿐이다. 

현수야, 내일은 웃으면서 어린이집에 가자. 부탁이야. 울지 말고 웃으면서 가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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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3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둘째 딸래미는 돈내고 3개월을 거의 안가다시피 했어요.
막내도 그렇고...

아이들에겐 이유가 한 백가지는 있는 것 같아요.ㅎㅎ

꿈꾸는섬 2010-05-31 23:34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이유가 분명 있는거겠죠. 그래도 내일은 보내야해요.ㅠ.ㅠ
아이의 이유를 들어줄 여유가 없는 엄마가 되어버렸어요.ㅠ.ㅠ

비로그인 2010-05-3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비슷한 그 무엇으로 뭔가를 적게 될 것 같네요 ^^..

음..꿈섬님 점차 나아지겠죠 !!

꿈꾸는섬 2010-06-02 15:33   좋아요 0 | URL
ㅎㅎ맞아요. 괜찮다가 한번씩 안가겠다고 떼를 쓴다네요. 또 괜찮아지겠죠.

水巖 2010-06-01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수성이 너무 예민한거 같군요. 그건 좋은 자료를 갖고 있는거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그러면서도 적응을 하게되요.

꿈꾸는섬 2010-06-02 15:34   좋아요 0 | URL
ㅎㅎ수암님의 위로는 늘 긍정적이라 좋아요.^^ 저도 곧 나아질거라고 믿어요.

마녀고양이 2010-06-0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가 무엇인가 마음에 안 드는게 있나 보네요. 지금 몇살이예요? 아유, 어제 많이 울었겠네요. 오늘은 잘 갔는지 궁금해여...

그런데 섬님, 문화센터에 어떤거 등록하셨어요? 그것도 궁금궁금~

꿈꾸는섬 2010-06-02 15:36   좋아요 0 | URL
그제는 정말 많이 울었는데 어젠 조금 울었대요.

자녀독서지도 논술이요. 아이들 보내놓고 허송세월 하는 것 같아서요. 우선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 될만하면서 저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또 나중에 오기언니처럼 활동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배워두려구요.ㅎㅎ

세실 2010-06-0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에 대한 애착이 커서 그런가 봅니다.
조금씩 나아질 거예요~~~ 아프고 나면 또 그러더라구요.

꿈꾸는섬 2010-06-02 15:37   좋아요 0 | URL
그런가봐요. 아프고나서 한참 안나갔더니 집이 더 편해졌던가봐요. 또 서서히 적응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