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내일 아버님 생신이라 시골에서 올라오신다고 하시니 이것저것 장도 보고 은행도 들러 현금도 넉넉하게 찾아놓고 오늘은 도서관에도 들러 개똥이네 놀이터도 보고 왔다. 

며칠전부터 친한 엄마가 사우나에 가자고 했었는데 갑자기 오늘밤에 가자고 조른다. 아이들이 분명 싫어할텐데 생각하면서도 내심 나도 가고 싶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흔쾌히 다녀오라고 한다. 저녁 먹은 설거지하고 뒷정리 해놓고 애들에겐 카네이션 사오겠다고 아빠랑 자고 있으라고 하고 나갔다. 

야간 사우나는 처음이다. 매일 한낮의 바글바글한 아줌마들이 밤에는 별로 없었다. 유난히 사우나 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주기적으로 사우나에 가고 싶어한다. 나도 오랜만이라 정말 신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아침 6시부터 일어나 돌아다녔더니 피곤하긴 하다. 사우나에서 지금 막 돌아왔는데 모두들 곤히 자고 있다. 한밤중엔 주차장도 부족한데 다행히도 주차공간 하나가 남아 있기도 하고 운이 참 좋다. 

원래 오늘 밤에는 두권의 동화책 리뷰를 쓸 작정이었다. 

이금이님과 노경실님의 책을 오후에 읽었다. 현준이가 혼자 태권도장에 다니겠다고 나가고 현수는 스르르 낮잠을 자고 나는 아이 옆에서 두권의 책을 읽었다. 

저학년 문고라 가볍게 읽었는데 여러 반성을 했다. 역시 아이들 마음을 들여다 볼 준비가 덜 된 나는 엄마의 자질이 많이 부족하다.  

노경실님 머리글에서 길거리에서 우는 아이를 향해 엄마가 보내는 경멸과 야유 그리고 '너 집에 가서 죽을 줄 아라'라는 말을 하는 엄마를 아동학대죄로 잡아가고 싶었다는 글에서는 정말 많이 뜨끔했다. 아이가 있어서 행복한 것도 사실이고 이 세상에서 아이가 사라진다면 그 슬픔,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당장의 울음은 정말 견디기가 쉽지 않다. 말도 안되는 일로 억지를 부리며 울어대면 정말 난감하다. 그나마 집이면 좀 더 나을 것인데 바깥에서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게 되면 더 많이 속상하고 그렇다. 도대체 엄마가 어쨌길래......엄마는 아무 짓도 안했거든요. 우는 이유나 확실하게 말하며 울면 속이 터지지는 않죠. 엄마도 오죽하면 그러겠어요. 하고 하소연을 좀 하고 싶었다. 

연경이는 날마다 용감하다, 는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다. 우리 아이들도 연경이처럼 용감하게 키우고 싶단 욕심이 생겼다. 이 책은 필히 읽히고 싶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용감해지길 바라니까 말이다. 당당하게 자신의 할 말을 할 줄 아는 멋진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것도 엄마의 욕심일뿐이긴 하다. 그저 생긴대로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지붕 위의 내 이빨, 에는 여러편의 단편이 있는데 아이들의 심리를 참 잘도 아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녀들을 키우면서 하나하나 아이들 마음을 참 잘 짚어주셨겠구나 싶어서, 나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막상 키워보니 그렇게 되질 않는 것이 자식 키우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임신했을때는 뱃속에 있는게 가장 힘든 줄 알았고, 막상 나을때는 또 그때가 가장 아픈 줄 알았다. 그런데 젖을 물리고 젖몸살로 호되게 앓기도 하고 좀 더 크고나선 젖떼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아이들 어릴때는 숙면을 취해본 적이 없었다. 늘 가수면상태로 아이의 요구사항을 들어 주었다. 그런데 아이가 제법 말을 하고 댓거리가 되다보니 이젠 말대답도 제법이고 한번 얘기하면 싫어 소리가 절로 나온다. 게다가 쓸데없는 고집은 또 어찌나 부리는지......아이를 키우는 일은 크면 클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어른들 말씀이 맞는 것 같다. 나도 부모님 속 꽤나 썩였겠단 생각도 얼핏했다. 

아이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 마음을 배우고 책 속 엄마들처럼 조근조근 예쁘게 말하는 엄마가 있었으면 하고 바랬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니 우리 아이들도 그렇겠구나 싶은 생각도 드니 저절로 반성이 된다. 

현준이도 곧 이를 갈겠구나 생각하니 지붕 위의 내 이빨은 다음에 읽어줘야겠단 생각이 든다. 

요새 현준이는 태권도에 심취했다. 역시 남자라 몸으로 하는 일을 좋아한다. 바우처도 5월에 끝나니 자연스러 6살 현준이는 태권도에 올인할 것 같다. 

몸이 고되니 잠을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내일 오후부터는 시부모님 시중에 많이 바쁠 것 같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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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5-15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라는 직업(^^)의 특수성에 공감모드!^^
애 셋 키워보니 길바닥에서 다리 뻗고 눕는 놈도 나오더라는... 그래서 남의 자식한테 마음 속으로라도 '저런 애가 어딨어?' 하지 않아야 된다는 걸 깨달았죠.ㅋㅋ

꿈꾸는섬 2010-05-16 21:09   좋아요 0 | URL
ㅋㅋ엄마라는 직업이 가장 어려운 일이에요.^^
애가 셋이니 순오기님 댁의 다양성은 더 했겠어요.ㅎㅎ

水巖 2010-05-14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가 태권도에 취미를 부쳤군요.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제 다르고 내일 다르다는걸 느끼네요.
시부모님 시중 받으시는 분들 부럽군요.

꿈꾸는섬 2010-05-16 21:09   좋아요 0 | URL
네, 현준이가 태권도에 흥미가 대단해요.ㅎㅎ
오랜만에 올라오시니 더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소나무집 2010-05-14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키우기는 딸의 천 배쯤 힘든 것 같아요.^^
저 수시로 아들 땜시 울잖아요.

꿈꾸는섬 2010-05-16 21:10   좋아요 0 | URL
딸아이랑 아들이랑 정말 많이 달라요.
확실히 기질이 다르죠. 게다가 제가 여자니까 그 맘을 잘 모를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0-05-14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찜질방 가고 시퍼여!! 뜨끈뜨끈한 바닥이 넘넘 그리워지네요~
어른들이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 하시더니... 아이 때문에
울다 웃다 하네요. 그래도 배 밖에 있으니 더 행복해염.

아, 저도 좀 조근조근 말하는 엄마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꾸는섬 2010-05-16 21:11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 사우나는 여탕 옆에 여성 전용으로 불가마가 따로 있어요. 남자분들이랑 섞이지 않으니까 더 좋아요.ㅎㅎ

저도 늘 조근조근 말하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세실 2010-05-15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우나 저도 좋아해요^*^
태권도 하는 멋진 현준이 사진 보여주세요^*^

꿈꾸는섬 2010-05-16 21:12   좋아요 0 | URL
ㅋㅋ세실님도 좋아하시는군요.
현준이의 태권도하는 모습은 다음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같은하늘 2010-05-15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우나라면 찜질방이 있고 그런 곳을 말하나요?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 궁금하다는...^^

꿈꾸는섬 2010-05-16 21:12   좋아요 0 | URL
찜질방을 따로 가지 않구요. 여성전용으로 여탕옆에 있는 곳을 이용해요.
몸이 찌뿌둥할때 다녀오면 정말 좋잖아요. 아이들 보내놓고 한번 다녀오세요.ㅎㅎ

후애(厚愛) 2010-05-17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는 여름에 저를 데리고 대중 목욕탕 가려고 벼르고 있어요.^^
전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데..ㅜ.ㅜ
무엇보다 더운 날씨에 목욕탕이라니.. 아무래도 도망가야할 것 같아요. ㅎㅎ

꿈꾸는섬 2010-05-18 10:52   좋아요 0 | URL
사우나 다녀오면 개운하고 좋아요.^^
도망가지 말고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