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싱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신문에서 서영은 선생님의 신간이 나왔다는 광고를 보았었다. 이 책을 사야겠다 생각하고 있는 참에 이 책이 신간평가단 도서로 우리집으로 날아왔다. 어찌나 반갑고 좋던지 입이 귀에 걸렸다. 사실 서영은 선생님의 작품을 두루두루 섭렵하고 있지는 못했지만, <사다리가 놓인 창> 만큼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도 차근차근 찾아봐야지 했는데 여태 내가 갖고 있는 책은 이 한권 뿐이라 부끄럽다. 선생님의 펜이라고 자청하기는 쑥쓰러운 지경이다. 그래도 단 한권의 소설책일지도 참 좋아라하고 아꼈던 책임엔 틀림없다. 지지부진했던 나의 스무살 초반의 모습과 닮은 정애는 또다른 나였다. 

사람들은 유명인의 사생활에 호기심이 많다. 물론 나도 그렇다. 서영은 선생님의 작품이 좋았는데 선생님의 남편이 김동리 선생님이었다는 것, 김동리 선생님은 이미 두번의 결혼 경력이 있었다는 것, 그러니 더 많은 호기심의 관심들이 들끓었을 것 같다. 나도 그중 하나였을 것 같다. 

삶에 염증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왔을때 나도 노란 화살표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걸어가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순례자들이 걸었을 그 길을 짐을 덜기 위해 필요할 수도 있는 짐을 버리면서 걸어보고 싶다. 아니 어떠한 짐이라도 달게 지고 걸어갈 수 있게 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걸어본다면 더 좋을 것도 같다. 

   
    이제까지 그 고마움을 알면서도 스쳐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나? 서울을 떠나던 날에도 고마운 사람을 만났다. 지갑을 떨어뜨린 줄 모르고 택시를 탔는데 그것을 주워서 오토바이로 뒤쫓아와 지갑을 돌려준 슈퍼마켓 배달원. 감사하다는 표시도 제대로 못하고 얼굴만 스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었나.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평소에 내가 만난 노란 화살표들이었다.(109쪽)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구의 도움없이 잘 살아왔다는 착각을 가끔 하곤 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며 참 많이 반성하고 오만했던 것 같단 생각을 했다. 내게도 끊임없이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도 내게 하나의 노란 화살표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죽으란 법은 없다'는 말은, 상황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은 그대로이나 그 상황에 적응하는 사람 마음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다.(137쪽)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지낸다는 상상만으로도 벌써 외로움에 사무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외로움의 깊이 만큼 우리는 또 그만큼 성숙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퍼붓는 비 때문에 시야가 흐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멈춰서서 두리번거리는데, 어느 순간 '이곳이 어디인지 정말 알 수 없구나' 하는 새카만 공포가 엄습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토록 자기가 있는 자리가 두려웠던 떄는 없었다. 의지가지없이 혼자라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149쪽)  
   

 이 글을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건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믿음이었다. 내게도 이런 하나님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종교를 갖는 일도 나쁘지 않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음 주일부터는 나도 교회를 가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너는 동행에 의지하지 말고 혼자 걸어라.' 

  크게 생각해보면, 나는 길을 잃고 헤맨 것이 아니었다. 노란 화살표를 찾지 못해, 순례자의 길을 벗어났을 뿐이었다. 어떤 점에서 폭풍 뒤에 찾아온 그 꺠달음은 나 자신이 화살표가 되어 산티아고로 찾아가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또한 세계 어디에 있든, 하나님께로 이르는 그 길에서는, 단 하나의 화살표로 변한 자기 자신의 결단이면 족했다.(151쪽)

 
   

 내게도 언젠가 이 길을 걷게 될 날이 있을까? 이 길을 걸으며 수없이 많은 하나님의 메세지를 받고 가슴 저릿저릿한 충만함으로 감사할 수 있을까? 동행에 의지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혼자서 걸을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즐겁게 선생님이 걸어가신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혼자 감동에 벅차하고 있는 오후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났던 사람이있다.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알라딘 서재에서 알게 된 바람돌이님이다. 그 언젠가 스페인에 가고 싶어 적금을 넣겠다고 산티아고 길을 걸어보고 싶단 얘기를 하셨던 생각이 났었다. 요새 알라딘 서재에서 만날 수 없어서 더 많이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바람돌이님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면 참 좋겠단 생각도 함께 했다. 바람돌이님 잘 지내고 계시죠? 그리워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0-05-1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티아고 길.... 저번에 다큐에서 한번 봤는데, 어떨까 싶더라구요.
제주 올레 길도 어떨까 싶고.
그리고 동해안 관통하는 길 있잖아요... 북에서 남으로... 그 길도 어떨까 하는
공상을 가끔 합니다.

꿈꾸는섬 2010-05-12 20:39   좋아요 0 | URL
산티아고, 제주 올레, 동해안 길, 모두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ㅎㅎ

비로그인 2010-05-1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평소에 내가 만난 노란 화살표들이었다...
감동인데요.
어쩌면, 삶의 지침이 되는 그런 노란 화살표들도 결국 내가 만드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궁금한 책입니다^^

꿈꾸는섬 2010-05-13 13:15   좋아요 0 | URL
마기님 반가워요.ㅎㅎ
마기님에게도 노란 화살표였던 그들이 있었겠죠.^^

같은하늘 2010-05-1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고 싶었는데... 전 리뷰 쓸 능력이 안되서 문학평가단은 절대 못하지만 올라오는 책들이 탐나요.ㅎㅎㅎ

꿈꾸는섬 2010-05-16 21:07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리뷰도 정말 좋은걸요.^^
좀 더 시간을 쪼개보셔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