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내내 바빴다.
현준이가 토해놓았던 이불 빨래를 오늘 드디어 다 빨았다. 해가 쨍쨍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빨래 말리기에 좋은 날이라 신나게 빨았다. 빨래를 세번 했으니 세탁기가 힘들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시골에 다녀오면서 가져온 늙은 호박을 정리해서 삶았는데 일부는 물로 마시고 일부는 죽을 끓였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고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현수가 두그릇을 먹어주고, 현준이는 워낙 죽을 싫어해서 조금 먹었다. 경비실에도 한그릇 갖다 드리고, 옆집에도 드렸다. 옆집 아주머니 처음치고 잘 했다고 합격점을 주셨다. 그리고 아는 엄마들 몇몇 불러 호박죽을 주었다. 다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었다. 내일 아침에 남편 갈때 좀 챙겨주어야겠다.
호박죽 먹으러 왔던 아이들이 집에 갈 생각들은 안하고 내내 놀고 싶다고해서 일찍 퇴근해서 오던 남편은 갑자기 술 약속을 잡고 난 피곤에 지쳐 7시쯤 모두 보냈다. 보내놓고나니 현준이 현수 배고프다고 난리를 쳐서 빨리 밥해서 먹이고 씻기고 약 먹여놓고 자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다.
같이 마시자고 맥주를 사왔는데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아 남편 혼자만 마시고 어느새 자리를 떴다. 왜 남편에게 쌀쌀맞게 굴었는지 지금 생각하니 왜 그랬을까 싶다. 일찍 들어오는 사람 못 들어오게 한 건 나인데 말이다. 나도 모르게 얄밉단 생각이 들었으니 내 맘도 참 요상하다.
너무 피곤하다. 한가로이 앉아서 책을 봐야겠다. 아니 좀 누워서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