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나는 나쁜 엄마다. 

아침을 먹으며 엄마, 오늘 도서관에 가지마! 그런다. 난 요새 도서관에 가지 않는데 왠 생뚱맞은 소리...... 

"넌 유치원에서 유치원 생활 잘 하면 되는거야. 엄만, 엄마 볼 일도 보고 그러는거고, 네가 신경 쓸게 아니야. 네가 엄마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안되는거라구." 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현준이. 

도대체 이녀석은 왜 이리 눈물이 많은지, 왜 이리 걱정이 많은지, 왜 이리 사람 속을 헤집어 놓는지 모르겠다.  

오늘 3월생인 아이들 생일 잔치도 한다는데 한복까지 입고 유치원 가기 싫어 눈물 바람 하는 아이가 못마땅했다.  

"너, 유치원 가지말고 들어와."(화난 목소리로) 

이때부터 목을 놓아 울었다. 회초리 찾을 새도 없이 등짝으로 손이 먼저 올라갔다. 

때리지 말아야지, 화내지 말아야지, 매일 다짐만 하는 나는 너무 이기적이고 못난 엄마다. 내 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하고 아이에게 온갖 화를 다 내었으니 아이를 유치원 보낸다는 게 나도 싫었다. 

현수만 어린이집 데려다놓고 올라와서 설거지하고, 세탁기 돌리고, 청소를 부지런히 하고 있으니 다시 유치원에 가겠다고 떼를 쓴다. 

안가겠다고 떼를 쓰는 것도 가겠다고 떼를 쓰는 것도 정말 신경질이 나고 화가난다. 

그 화를 추스리고 감정을 잡아 어른답게 행동해야하는데 난 그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아이를 향해서 화를 내는 나 자신에게 또 화가나면서 그 화는 점점 더 커진다. 

오전내내 누워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고, 속도 갑갑했다.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고, 갑자기 울리는 전화 소리가 알람이라고 생각하며 일어났다. 얼른 아이들 밥 먹여서 유치원 보내야지......하며 전화기를 집었는데 전화벨이었던 것이다. 아침의 기억을 지우고 싶었던가보다. 아이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손을 올려 때려주던 나를 잊고 싶었던 것 같다.  

아이도 나도 서로가 지치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애도 지 속을 잘 모르는 듯, 엄마 속을 헤집어 놓고, 엄마는 아이 속도 모르고 내 속이 아프다고 아이에게 소리를 질러댔으니 말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난 나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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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3-26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때는 엄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요. 요새 너무 피곤해서 더 그러셨을거에요. 주중에는 잠깐씩이라도 애들없을 때 기분전환하는 시간을 가지시는건 어떨까요?
애들은 또 금새 잊어버려요. 자책하지 마시고 화이팅!

gimssim 2010-03-27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나쁜 엄마는 '난 나쁜 엄마다'라는 고백을 하지 않을 것 같아요.
뭔가 어마의 마음이 편하지 못해서 그런거 아닌가요?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그럴때가 있지요.
근데 그런 시간들도 지나고 보면 너무 빨리 가버리는 것 같아요.
기분 전환하시고 새 마음으로 화이팅 하세요.^^

세실 2010-03-27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의 엄마가 이런 죄책감을 늘 갖고 살겁니다.
님만 그런거 아니예요. 토닥토닥!
그런데....아이 눈높이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엄마 도서관가지 마" 할때, "어 엄마 요즘 도서관에 안가는데..현준이는 그게 싫었구나..알았어 그럼 당분간 도서관에 안가도록 노력해보지뭐, 오케이!" 하는 유쾌함도 가끔은 필요하더라구요. 님 지금은 현준이도 님도 기분 좋아지셨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현준이가 울었다고 하니 괜히 제 맘이 찡해요. 님 제 맘 아시죠? (한번 짝사랑은 영원한 짝사랑의 대상)

순오기 2010-03-28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은 다 컸어도, 무슨 이야기를 했을 때
엄마가 '먼저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주기'를 잘 못하는 엄마 여기도 있어요.
사실 그게 제일 중요한데 수없이 반성하면서도 안 돼요.ㅠㅠ
아이도 엄마도 아프면서 성장하는 거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꼭 안아주세요.

치유 2010-03-2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만 그러시는게 아니에요..
전 아이들이 많이컸는데도 아직도 아이 맘 헤아리기 보단 내속이 먼저 뒤집히곤 한답니다.
엄마인 우리도 엄마의 애잖아요..힘내요..너무 자책마시구요..
전요 어릴적 아이 혼낸게 지금 생각해 보면 맘 짠해져서 혼자 미안해 지곤 해서 다신 야단치지 말고 어른답게 타일러야지 하곤 하다가 언제 또 폭발해버리는지...저도 절 몰라요..ㅋㅋ
빈 서재에 늘 불 켜주시고 들락 거려 주셔서 감사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