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남편이 들어오자 현수는 얼른 자기 가방을 꺼내와서는 아빠에게 자랑을 했다. 오빠에게만 있었던 가방이 제게도 생긴 게 너무 좋았던가보다. 하지만 밤에 자면서 조금 울었다. 어제 헤어져 있던 1시간이 좀 힘들었던가 보다. 토닥토닥 두드려주니 다시 쎄근쎄근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현수 꼭 끌어안고 "어린이집 갈거에요?"하고 물으니, 

"네."하고 큰소리로 대답을 한다. 그래서 오늘은 어제보다 나을까 싶었는데, 헤어져나오면서 엉엉 울는게 아닌가. 

현준이가 둘이 돌아서서 나왔는데 밖에까지 울음소리가 들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후 울음소리가 그치고 현준이와 집으로 돌아와 청소하고 빨래 널고 새학기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러 마트에 갔다. 12시가 조금 안된 시간, 원장님 전화하셔서 오늘은 그만 데려가는게 좋겠다고 하신다. 아침에 갈때는 점심도 먹고 엄마 올때까지 울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얘기하던 녀석이 그새 엄마 생각이 났던가보다. 서둘러 어린이집에 갔더니 옷입고 울고 있었다. 

밥 먹기 싫다고 집에가서 먹겠다고 얘기했단다. 의사표현이 정확하다고 말씀하시면서 천천히 적응해나갈거라고 얘기해주셨다. 선생님께 예쁘게 인사드리고 내일 또 오겠다고 인사하고 나오는 현수가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감정의 문제가 있구나 싶었다. 늘 함께하던 엄마를 그리 쉽게 떨어질 수 있겠는가. 

현수는 유난히 나와 떨어지는 걸 힘들어하던 아이였는데, 너무 아이를 믿었나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모두 한달은 고생한다고하니 미리 포기하고 싶진 않다. 순오기님 말씀대로 현수와 엄마의 독립만세는 시작되고 있는게 아닌가 말이다. 

현준이가 아직 집에 있어서 더 그런 마음이 들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음주에는 더 잘하겠지하고 나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현수야,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 생각처럼 쉽지 않지? 문을 열고 혼자서 한발 내딛는다는게 얼마나 힘들겠니. 엄마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받아들여주는 현수가 참 기특하고 대견하고 그렇구나. 그래도 늘 엄마는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거리만큼만 떨어져 있으니 힘을 좀 내어보겠니? 

현수, 네가 우는 모습을 보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그렇게 울면서 너도 자라나는 거라고 생각해. 현수가 자라듯이 엄마도 자라야한다면 엄마를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네가 너무 어리니 미안하기만 하구나. 

그래도 우리 서로 힘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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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03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궁~ 현수가 울었군요. 처음엔 많이 안쓰럽지만 그래도 독립은 이루어집니다.
꿈섬님과 현수를 위해 아자아자~ 응원합니다!!

꿈꾸는섬 2010-03-03 21:4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안쓰럽네요. 그래도 독립은 꼭 이루겠어요.^^ 화이팅!!!

프레이야 2010-03-0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현수가 울어서 꿈섬님 마음이 아팠군요.
연습이 필요해요.^^
힘내시고 서로 잘 다독이시길요.

꿈꾸는섬 2010-03-03 21:45   좋아요 0 | URL
네, 프레이야님 고맙습니다.^^
현수에게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만큼 기다려줘야겠지요.

세실 2010-03-03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가 아직 엄마품을 그리워하는군요.
일주일 정도 기다리시면 좋아질듯.
친구와의 즐거움을 자주 이야기해 주세요.

꿈꾸는섬 2010-03-04 15:48   좋아요 0 | URL
엄마 생각에 눈물 짓다가도 노래하고 만들기하고 할 건 다 한다네요. 안쓰럽지만 대견해요.^^

후애(厚愛) 2010-03-0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가 어린이집에 가는군요.
처음에는 그렇겠지만 차츰 좋아질거에요.^^

꿈꾸는섬 2010-03-04 15:48   좋아요 0 | URL
ㅎㅎ3월동안 적응해나가길 바래야죠.^^ 고마워요.ㅎㅎ

무스탕 2010-03-0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츰 좋아질겁니다.
놀다가 문득 뒤돌아 보니 엄마가 없다는걸 느끼고 막연한 그리움과 살짝의 공포^^;가 몰려와서 울었을거에요.
이제 그 텀이 길어지면서 어린이집에 놀러와서 잘 놀다가 집에가면 엄마가 맛있는것도 주고 안아주고 그런다는거 몸이랑 머리가 완전히 받아들이면 언제 그랬나 싶게 잘 지낼거에요.
코트 벗기전에 익숙해 질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

꿈꾸는섬 2010-03-04 15:49   좋아요 0 | URL
ㅎㅎ무스탕님의 말씀들으니 더 위안이 되네요. 고맙습니다. 아이들 모두 한번씩 엄마와 떨어질때 겪는 일이라더군요.^^ 잘 해나갈거라 믿어요.

같은하늘 2010-03-04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섬님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계시군요. 우리 작은아이도 오늘 아침에 울면서 갔어요. 큰아이때는 보지 못했던 모습인데다 너무나 활동적인 아이라서 저도 놀랬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들 익숙해지겠지요.^^ 우리 모두 화이팅해요!!!

꿈꾸는섬 2010-03-04 21:41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도 마음이 많이 아프시죠? 씩씩한 모습 속에 엄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뒤돌아보면 엄마가 있을 곳에 있길 바라는 마음일텐데 그렇게 엄마를 떠나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겠죠. 우리 잘 참고 견뎌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