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우아한 거짓말이라니......
학교에 다닐때 나의 친구관계는 어땠지?
나는 사실 한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애가 있었나 싶을정도로 조용한 성격이었다. 물론 앞뒤옆 주변의 친구들과는 꽤 친하게 지냈지만 멀리 떨어진 아이들의 경우에는 친할 일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쉬는 시간엔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책상에 붙어 앉아 책을 읽기에 바쁜 그런 아이였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친구들이 남아 있지 않다.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아이였지만 또 나름 써클활동도 열심히 해서 선후배들과의 관계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친한 사람하고만 친한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였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상처를 받는 일에도 익숙한 편은 아니다. 그저 내 마음에 들면 친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친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가끔 친구들에게 소외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때가 꽤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물론 한번도 내색은 해보지 못했다. 그만큼 내 감정은 어리고 여렸던 것 같다. 지금도 사실 그렇다.
한동안 꽤 친하게 지냈던 친구(그러니까 이건 전적으로 내 생각이었던 것이다)의 표현에 내가 너무 속이 상해서 더 이상 그 친구를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내가 요새도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는 중학교 동창인데 그 친구를 통해 스무살 초반에 친해진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도 어느새 십년을 훌쩍 넘게 사겨온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러니까 친구의 친구인 셈인데, 한동안 그 친구와 살갑게 지냈었다. 서로 집도 드나들고 가족들도 모두 알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이 친구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매번 만날때마다 나를 무시한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때 그냥 연락이든 만남이든 그만두었다면 더 상처받았을까? 여하튼 얼마전부터 그 친구에 대한 마음이 나의 마음과 달랐다는 걸 깨닫고 내 마음을 접어야겠단 생각을 했었다. 남편은 이런 친구 저런 친구 있는거 아니냐고 했지만, 나의 친구에 대한 마음과 그 친구의 나에 대한 마음이 너무도 다른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겠는가 그랬다.
어른인 나도 친구때문에 이렇게 속이 상하고 마음 아파하고 며칠을 두고 그 일에 연연하며 살고 있었는데 어린 아이들의 경우엔 얼마나 더 상처가 크고 마음이 아팠을까 싶었다. 그저 담담하게 사람과의 관계에 줄을 그을 줄 아는 나이가 되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되는걸까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필요할때만 나를 찾았던 거고, 나는 친구였기에 줄 수 있는 것들을 주고 싶었던 것인데, 더 이상은 그 친구를 친구라 부를 수 없을 것 같다.
나도 남편에게 우아하게 거짓말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얼마나 많이 아팠는지 남편은 잘 모른다. 사실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말로 토해져 나오질 않았다. 분명히 무엇때문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저 내맘과 다르다고만 했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