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그러니까 서평도서로 온 책들을 무사히 마감날까지 써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던 때 아들은 그날 저녁에 먹은 것과 낮에 먹은 것까지 모두 토했다. 자려고 이불에 누워있던 녀석이 이불 위로 속에 것을 다 끄집어 내었다. 순간 역한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가 이 난리를 치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잘 자던 현수, 너 정말 대단했다.
보통 아이들이 구토를 하고나면 오히려 속이 편안해져 잠을 잘 자곤했는데 현준이가 잠을 자질 못하고 끙끙 앓기 시작했다. 아파 죽겠다고 징징거리며 나지막히 울어댔다. 체온계로 열을 쟀더니 37도, 아직 열은 없구나. 다시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 토하고, 또 자나했는데 화장실로 달려가 토하기를 반복하며 아프다고 울어대는 녀석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때가 새벽 1시40분. 체온은 37.8도.
앗, 열이 오르고 있다.
안되겠단 생각에 응급실로 데려가자고 남편을 깨웠다. 잠에 취한 남편, 나더러 다녀오라고......이 한밤중에......솔직히 그땐 애가 죽겠다고 난리치니 나라도 가야했지만 많이 서운했다. 그래도 이 새벽에, 나를 보내다니......
우리 동네 응급실을 찾아갔다. 체온 38.4도 기침에 목이 붓고 구토에 설사까지 했으면 타미플루 처방받아야한다고 거점병원 가라고 일반약 처방도 안해줬다. 얼른 거점병원 가라고 떠미는데 정말 열받았었다. 내가볼땐 급성 장염이구만......배 안아프게 약이라도 좀 주지......안 주더라......완전 신종플루의심환자 되었다.
우리 동네에는 거점병원이 없다. 옆 동네 H대분점응급실로 달려갔다. 아픈애를 데리고 장장 20여분을 달려갔다. 응급실에서 거의 2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엑스레이도 찍으라고......거점병원 의사 신종플루 아닌 것 같고 급성장염 같다고 그 약만 받아가라고......그래도 혹시 모르니 타미플루 처방하고 신종플루 확진검사도 하겠다고 했다. 모든 확실한게 좋으니......검사 결과 5일뒤에 안단다.
여하튼 새벽 5시 집으로 향했다. 그제서야 남편 전화해서 어디냐고? 묻더라. 정말 짜증 제대로 났다. 먼저 먹여야 할 약을 우선 먹이고 집에서 먹여야할 약을 먹이려고 부지런히 집으로 달렸다.
약 먹이고 재웠는데 몇시간 못자고 또 아프다고 난리났었다. 약 효과가 없는 것 보니 신종플루인가? 한참을 고민했다. 타미플루 먹여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그래도 소신껏 오후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우선 흰죽을 쑤어서 먹였다. 잘 못 먹는 것 같더니 죽 먹고 약 먹고 자고 일어나더니 멀쩡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더니 저녁에 이제 안 아프단다.
다음날 기운이 펄펄 넘쳐서 온 집안을 헤집고 다녔다. 그리고 오후 신종플루 확진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
아, 정말 SHOW를 했구나!!!
오늘 다시 유치원에 정상적으로 등원했다. 한 열흘을 못간 탓인지 모든게 또 새로웠는지 가기전의 희색이 돌아오며 우울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래도 유치원은 다시 간단다. 다시 새롭게 또 적응을 해야하는걸까?
여하튼 현준이가 아프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이제는 다 나았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차라리 신종이었으면 예방접종 안해도 되는데 싶은 마음이 조금 있었다. 예방접종 부작용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