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하하하...자꾸 웃음이 나온다.
결혼하고부터 명절증후군에 시달렸던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 올 설에 고생을 해놓고 말이다. 그래도 올 추석은 정말 한가롭게 놀면서 지나갈 듯 싶다.
우선, 시부모님이 안 올라오신다. 게다가 우리도 안와도 된단다. 큰댁에 가서 차례 지내고 친정에 잘 다녀오라는게 시부모님 말씀, 그래도 죄송해서 거듭 올라오길 청했으나 키우던 개가 새끼를 다섯을 낳았는데 고놈들 돌보셔야한단다. 저번 생신때 내려간걸로 퉁치게 된거다. 그래도 사실 조마조마했다. 워낙 변덕이 심하신지라......여하튼 안오신다니 준비할 것도 없고 번거로울 것도 없어서 좋다. 큰댁엔 작은어머님들이 모여 음식하고 나는 추석당일날 가서 설거지만 열심히 하면 된다. 앗싸!!!!!!
원래는 오늘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일이 생기는 바람에 가질 못했다. 결국 내일 다녀오기로 했다. 오늘은 친구들 만나러 나가 지금쯤 고주망태가 되었겠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인지라 내일 중앙박물관은 꼭 다녀오리라. 아이들과도 약속 단단히 하고 나갔다.하하하하하.
그리고 추석당일엔 큰댁갔다가 친정가기전에 궁에 다녀오자고 남편을 꼬시고 있는데 아직 넘어가지 않았지만 아직 들어오지 않는걸로봐선 당일에도 내맘대로 놀러갔다올 수 있을 것 같다.히힛!!
명절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이 얼마만인지 모른다. 너무 기쁘고 즐겁다.ㅎㅎ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현준이 유치원 이사장님이 와인을 한병 주셨다. 물론 난 금주중이라 마시진 않지만 그래도 받으니 기분은 좋더라. 얘기는 이렇다. 현준이를 데리러 가는데 현수가 꾸무럭 거리는 바람에 좀 늦었다. 이미 애들 데리고 나온 엄마들 옆구리에 와인병을 끼고 있더라. 그래서 물으니 이사장님이 주더란다. 비밀이라며, 속으로 좀 그랬다. 현준이 데리러 갔는데 이사장님 안보이고 옆반 선생님이 현준이 데려다 주셨다. 그 선생님께 다른 엄마들 와인 끼고 가더라고 했더니 난처해하더라 그래서 이사장님께 서운하다고 전해달라고 그랬다. 그런데 마침 이사장님이 와인을 들고 나와 나를 부르더라. 포장지안에 고이 담아 가져다 주셨는데 안주셨으면 정말 삐질뻔했다고 했더니 일부러 주려고 가져오셨단다. 내가 생각해도 난 좀 애들같은 구석이 있는가보다. 다른 엄마들 옆구리에 낀 와인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던 거다. 예전에 시골에 다녀와서 포도를 한상자 유치원에 보냈었다. 그땐 아무것도 모르고 보냈는데 이사장이 시아버님과 한고향분이시고 같은 집안 분이라는 것이다. 영동포도를 보고 현준이가 전씨이니 한 집안일 것 같았다는 것, 그 다음날인가 이사장님이 이런저런거 물어보셨고 결국 나에게 할머니뻘이라시며 좋아하셨었다. 그뒤로 더 많이 친한척했었는데 나는 안주고 다른 엄마들만 줬다니까 솔직히 배 아팠다. 그래도 결국 받았으니 기분은 좋더라. 그런데 남편, 넌 아무 것도 안줬냐? 그러더라. 아무 것도 안 줬는데 명절 지나고 보낼까? 했더니 맘대로 하란다. 그런데 다른 엄마들은 평상시에도 아무것도 안보낸다. 또 뭔가를 보내야할까? 에잇, 보내기 싫다. 여하튼 와인 받은 건 좋은데 생각해보니 좀 찜찜하다. 그래도 명절에 친정가져가서 한잔씩 마셔보라고 해야지.ㅎㅎㅎ
모두모두 즐겁고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