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이 끝나고 현준이는 레고블럭을 만드는 곳에 가간다. 자연스럽게 친한 엄마들도 함께 다니게 되었고 그곳에서 다른 엄마들과도 친하게도 되었다. 주로 5세 아이들이 많이 오고 그러다보니 엄마들과 쉽게 친해지게 되었다. 아이들은 열심히 블럭을 만들고 엄마들은 휴게실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잡담을 나누게 되는데 보통 하는 얘기는 아이들 유치원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유치원에 대한 좋은 점보다는 불만이 더 많이 나오게 되는데 그런 얘기들이 오가다보면 참 생각들을 많이 다르게 하며 사는구나 싶다.
현준이네 유치원은 출입구가 세곳이다. 오전 10시가 되면 출입구는 모두 닫힌다. 그리고 정문에서 인터폰을 누르면 원장이나 원 관계자가 문을 열어주는 형식이다. 이에 대해 나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해왔다. 아이들이 갑자기 원 밖으로 나가서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또 불필요한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원을 들락거리게 되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그런데 한 엄마가 아이들을 감금시키고 구속시키는 조치라며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을 한다. 그에 다른 엄마도 심지어 교실로 아이를 보러 가지도 못하게 한다며 엄마들한테 뭐 구린 거 있는거 아니냐고 한번 더 거들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니 다른 엄마들 생각도 모두 그런가하는 낯빛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교실로 갑자기 찾아가게 되면 수업을 진행중인 선생님과 학생들은 동요를 할 것이고 당사자뿐만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술렁거리게 될 것이다. 왜 우리 엄마는 안 올까라는 궁금증도 같이 생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통제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다른 엄마들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꾸만 나의 생각과 다르고 그래서 그게 아닌 것 같다고 하면 그이들도 나는 너무 좋게만 생각한다고 핀잔을 준다.
그럼 아이들을 왜 보내는 걸까? 그런 작은 믿음조차 없으면서 왜 아이들을 보내지? 그렇게 못 믿으면 어떻게 아이들을 보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물으면 그들은 또 그런다. 그래도 보내긴 보내야지. 아이가 가고 싶어하니까. 등등 여러 얘기가 나오는데 그게 다 좋은 얘기다. 어차피 보내야할 유치원이라면 좋은 생각으로 믿음을 가지고 보내면 서로서로가 좋지 않겠는가. 보내는 엄마도 보살피는 선생님도 모두가 좋은 일을 비뚤어지게 보고 나쁘게 생각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가 말이다. 다 내 마음 먹기 달린 일이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가끔 이 엄마들과의 대화의 단절을 느낀다. 그런데도 내가 그들을 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그런 얘기라도 들어야 사는 것 같다. 사실은 그들이 있어서 사는 게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