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돌이 다 되어가는 현수가 점점 고집도 더 세어지고 오빠를 이기려고 들더니 이제는 급기야 엄마도 이기려고 든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구 소리를 질러대고 물건을 집어 던진다. 이런건 어디에서 배운걸까? 나를 되돌아 보았다. 가끔 소리는 질렀던 것 같다. 남편이랑 말다툼할때, 현준이를 엄하게 혼낼때......근데 뭔가를 던지지는 않는다. 누구에게 배운걸까? 

현수는 요즘 욕심쟁이에 고집쟁이가 되어가는 것 같다. 뭐든 양손에 들어야하고 먹던 음식물이 거의 안남으면 자신이 미리 확보를 해 놓아야하고, 배가 불러도 남이 먹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다. 

오늘 현수는 사고뭉치였다. 현준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을때 갑자기 신발을 벗고 맨발로 돌아다니고, 현준이가 다니는 블럭키에서는 정수기에 컵을 한참을 갖다대는 바람에 온몸이 물에 젖었다. 게다가 저녁식사 시간엔 닭다리를 양손에 들고 양념을 얼굴에 잔뜩 바르며 뜯어 먹었고 수박을 먹을 땐 이것저것 조금씩 물어놓고 제자리에 올려 놓았다.(이것까지 먹느라 배가 터질뻔했다)  그리고 물컵에 담긴 물을 모조리 바닥에 쏟아 놓았다.  

참을성과 인내심이 그다지 많지 않은 엄마, 아빠는 어젯밤에 아이들의 훈육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었고 되도록이면 혼을 내지 말자. 회초리로도 때리지 말자. 몇번의 기회를 제공하자. 되도록 낮은 목소리로 응대하자. 큰아이, 작은아이 공평하게 다루자 등 서로가 서로에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과 말투에 대해 얘기했다.  

그래서였을까? 남편과 나는 되도록 참으려고 노력했고 아이는 그 틈을 타서 더한 일을 벌이고 돌아다녔다. 베란다 청소할때 쓰는 빗자루를 들고 들어와 거실을 휘젓고 다니고 빨래통의 빨래를 모조리 꺼내어 늘어놓고 책장의 책들도 모두 어지러 놓았으며 놀이방에 있던 장난감들도 모두 꺼내와 어질러 놓았다. 

그덕에 고생한건 아무래도 현준이였다. 동생이 어질러놓은 것들 치우기. 아무래도 이건 우리가 잘못했다 싶었지만 그래도 꿋꿋이 정리한 현준이에게 고맙다는 말은 잊지 않았다. 

아직 많은 날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늘 생각하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닐까 한다. 엄마, 아빠의 인내심을 확인하려는 아이들, 참고 또 참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말 내겐 버겁다. 

현수야, 언제쯤이면 알까? 오빠만큼 크면 알겠지? 

엄마, 아빠의 공통점이라면 너희들은 너희들 자체로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거란다. 

사랑한다. 현준아, 현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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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7-03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대단한 인내심이에요. 우리 부부는 성질이 워낙 급하고 욱하는 성격이라 애들한테도 마찬가지에요. 잉잉

꿈꾸는섬 2009-07-08 09:30   좋아요 0 | URL
우리 부부도 성질이 급해요. 그래서 많이 '욱'하죠. 그래서 좀 참아보자고 그랬는데 너무 힘드네요.ㅠ.ㅠ

프레이야 2009-07-03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고민하는 엄마아빠이니 현수도 나아질거에요.
저도 아이 어릴 때 가끔 그랬어요. 아이가 그런 모습을 닮은 것 같을 때
흠칫 놀랐어요. 환경이 바뀌면 아이들은 또 금세 달라지더군요.^^

꿈꾸는섬 2009-07-08 09:3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그러셨다니 한편으론 안심이 되네요.ㅎㅎ
가끔 아이들 행동에서 우리 부부 모습을 보게 되요. 아무리 반성을 해도 '욱'하는 성격이 쉽게 고쳐지진 않아요. 잘 해주고 싶은데 마음처럼 싶지가 않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7-03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는 당차고 아주 에너지가 넘치는 어린이가 되겠네요 ^^
사람마다 천성의 차이가 있으니까 현준이랑 다른 것이겠지요?
제눈에는 귀여운데 부모님눈에는 필시 당황스러우셨겠다.
전 어렸을때 현수보다 훨씬 더했습니다 ㅎㅎ
엄마가 잔소리한다고 4세경엔 대문을 차고 가출(!)을 감행하기도 했데요 ㅎㅎ

꿈꾸는섬 2009-07-08 09:33   좋아요 0 | URL
ㅎㅎ휘모리님 부모님도 힘드셨겠죠? ㅎㅎ
현준이랑 현수랑 참 많이 달라요. 좀 더 크면 괜찮아지겠죠.^^

같은하늘 2009-07-0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그걸 다 보고계신다니...
울둘째도 에너지가 넘치는 넘이라 제가 감당이 안되는데...
제가 소리지르는거 보고 따라하는 큰 넘 때문에 놀랬던 경우도 있지요...
근데 큰넘이 자기 혼났을때처럼 작은넘을 혼내더라구요... 반성중... >.<

꿈꾸는섬 2009-07-08 09:34   좋아요 0 | URL
아이들 모습에서 우리 부부 모습을 볼때 정말 이러면 안되는데 싶어요. 우리 부부 급한 성격 아이들이 고스란히 이어 받을까봐 걱정이에요. 우리랑은 달랐으면 하는데 그건 아무래도 무리겠죠? 늘 걱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