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남편이 밤새 일하러 나간 날이었다. 요새는 하도 밤일이 많아 나도 지쳤고 아이들도 아빠가 집에 있었으면 싶었던 날이었다. 그래서 잠시 들러 아이들 보고 저녁 먹고 나가는 남편 뒤통수에 대고 싫은 소리 몇 마디했던 날이었다. 집에서 나간지 한시간이 조금 넘어서 다급하게 걸려왔던 남편의 전화, 보험회사에 사고접수를 해야한단다.
한참후 걸려온 남편의 말에 의하면 차선변경을 하다가 달려오던 차와 충돌했는데 가벼운 접촉사고라며 안심시켰었다. 문제는 상대차가 벤츠, 아마도 대물보상은 꽤 나올 것 같다고 차에 탄 사람들도 모두 멀쩡해 보였단다. 운전자가 그냥 차를 끌고 갔다니 큰 사고는 아니였다보다하고 그렇게 잊고 지나갔었다.
그런데 오늘 보상과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드디어 합의를 다 보았다는 것. 대물보상은 550만원, 차에 탄 세사람들도 적정선에서 합의를 보았다는 것, 대략 450만원 정도. 그런데 보상과 직원과 남편의 대화가 심상치 않았던 건, 벤츠 운전자의 몰상식한 행태. 오늘까지 속을 썩이며 간신히 합의를 해냈다고. 세사람의 탑승자는 방송국에 다니는 사람, 모회사의 대표, 동네의 유지 등 살만한 사람들이란다. 그런데 사고 당일, 남편의 실수로 차가 파손되자 운전자가 그 당시 발에 깁스하고 목발을 하고 있었는데 목발을 차에 냅다 던지며 차를 쓰레기를 만들었다며 길길이 날뛰며 마구잡이 욕설을 퍼부었단다. 평소 참을성 많은 남편, 물론 자기가 잘못했으니까 좋은 말로 보험처리해드리겠다고 설득했단다. 근데 그 사람들 큰 이상도 없으면서 병원에 드러누워 보상금 톡톡히 챙겼단다. 남편 말로는 거의 보험사기단 수준이었단다. 그냥 자기가 재수가 없어서 그랬다고 툭 떨어버리려고 하다가도 내년에 보험료가 얼마나 많이 오를까 걱정부터한다. 안그래도 늘 부담스러웠던 큰차의 보험료가 올해에 보험료인상되어 270만원을 넘게 냈었는데 내년엔 더 많이 내야겠지 그런다. 늘 부지런히 열심히 일하지만 늘 부족하고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상황처럼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는 돈을 벌기 위해서 참 힘들게도 산다. 그래도 돈은 참 잘 나간다.
그날, 그러니까 사고가 났던 그날, 남편에게 싫은 소리했던 걸 얼마나 많이 후회했었는지 모른다. 어차피 일하러 나가는 사람에게 내가 너무했지 싶었다. 내가 너무 남편을 몰아세워서 사고가 났었던 것 같아 더 많이 미안하고 더 많이 후회하고 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건 차에 탄 사람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 벤츠가 수리가 가능하다는 것, 남편은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