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노웨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
제프리 디버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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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노웨어'는 컴퓨터 인터넷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현실세계에 미치는 악 영향에 대해 공포스럽게 전하고 있다. 무심코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신상정보가 노출되고 알지도 못하는 새에 범죄의 중심에 서 있게 되는 무시무시한 상황을 보여준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가상세계의 게임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현실세계로 이어지는 살인게임은 공포 그 자체이다.  

잔인한 해커인 페이트는 실리콘벨리에서 리얼리티 살인게임을 벌이게 되고 희생자들은 자신들의 모든 것이 해커 페이트에게 삶 자체가 노출되고 손쉬운 먹이 감이 된다. 인터넷에 접속하여 친구들하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쇼핑하고 은행 일을 보거나 하던 모든 일상적인 일들이 페이트에 의해 희생자를 고르는 정보가 되고 그들의 삶 자체가 끝나버리게 된다. 이에 캘리포니아 주 경찰 컴퓨터범죄수사반은 해커 페이트를 잡기위해 해킹에 전문적인 지식과 그에 버금가는 해킹실력을 지닌 질레트를 가석방시키게 된다. 질레트는 해커 특유의 집착과 집념으로 페이트를 쫒기 시작하고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질레트를 못 믿어하는 팀원들과 전통적인 수사방식에 익숙한 비숍형사는 처음에는 껄끄럽지만 곧 한 팀이 되어 잔인한 살인마 해커 페이틀 추적하게 된다. 한편 페이트는 자신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자가 해커 질레트임을 알게 되면서 사건은 복잡 미묘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인터넷에 접속해서 서핑하고 검색하고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하면서 수많은 흔적을 남긴다. 주요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느 음악, 책, 친구를 좋아하는지, 쇼핑은 주로 무엇을 하는지, 하루 일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너무 쉽게 파악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민간인(컴퓨터 업계에 일하는지 않는 사람)들의 삶이 악질 해커들의 몇 번의 클릭으로 의해 개인의 삶 전체가 드러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 경악스럽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페이트에 의해 삶 전체가 파괴되는 피해자의 모습을 담은 소설 도입부부터 숨이 막히게 무섭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작가 제프리 디버는 가상의 공포를 현실의 공포로 순식간에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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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니콜라 파르그 지음, 이혜원 옮김 / 뮤진트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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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인도양의 오지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디에고 수아레즈에서 자신들의 기울어져 가는 운명을 비열함과 속물적인 근성을 세련됨으로 포장도 하고 때론 연민에 빠져 허우적 대기도 하는 세상 끝의 종착지의 이야기이다.   

국제 인권기구에서 파견된 냉소적이고 다소 불안한 정신을 감추고 사는 인물 필립을 중심으로 필립의 천방지축 어시스턴트이자 속물청년인 모리스, 자신이 살아 온 모든 것을 버린 채, 마다가스카르 출신의 여자를 따라 삶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고국을 떠나온 모리스는 인도양 오지에서 배신을 당하는 인물이다. 그저 막연한 마다가스카르의 환상을 가지고 떠나 온 젊은 여자 마틸다, NGO 현지 감독이자 애인을 위해 공금을 횡령하는 에르베와 마음 둘 곳을 잃은 그의 아들 르낭 등 조금씩 주류에서 벗어나 정처 없이 떠도는 인물들이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면서 숨겨 온 속물적 근성을 드러낸다. 또한 그러한 그들을 바라보는 콤플렉스와 적의에 가득 찬 원주민들은 바자(마다가스카르에 거주하는 프랑스 남자)를 통해 한탕을 노리고 인생역전을 꿈꾼다. 두 세계 속에서 사는 이방인들과 원주민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서로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관계 속에 놓여 있게 된다.

'종착지'는 작가가 4년간의 마다가스카르 체류한 경험을 토대로 쓰여 진 소설이다. 옛 식민지의 빈곤한 곳에서 백인사회에서 밀려난 백인들이 원주민들을 상대로 우월감을 느끼며 떠나지도 못하면서 떠남을 꿈꾸고, 머물면서 환멸을 느끼는 곳에서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친절하지 않다. 오히려 인물들의 노골적인 속물근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신랄함을 보여준다 어느 부분에서는 인간의 치졸함의 끝은 어디일까 싶은 생각이 들어 다소 불쾌한 감정도 느끼게 한다. 한데 또 그러한 부분들이 우리가, 내가 지닌 약점인 것 같아 슬쩍 연민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듯 '종착지'의 인물들은 유쾌할 때도 다소 슬프고, 슬프고 어이없을 때도 다소 경련 일으키는 미소가 지어진다. 내칠 수도 보담을 수도 없는 그 곳 마다가스카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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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 산티아고로 가는 아홉 갈래 길
장 이브 그레그와르 지음, 이재형 옮김 / 소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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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하게 느껴질 때, 무작정 걷고 싶다. 걷다보면 마음 속에서 계속해서 들끊었던 심난한 생각들을 어느 정도는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그러기에 마음을 정리하기위해 걷는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산티아고 열풍은 불기 시작했고 나 역시 여러 책을 통해 접해 본 산티아고는 무언가 나를 바꿀 수 있는 에너지가 가득한 곳으로, 나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여전히 막연하지만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열망도 갖고 있다. 하지만 걷는다는 자체만으로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45일을 걷는다는 것이 결코 만만하게 보이질 않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나는 그만한 체력과 의지가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게 되고 진지한 대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체력보다는 의지가 더 문제인데, 그만큼의 의지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망설여지고 주춤거려진다. 하지만 작은 불씨를 잘 보호하듯이 내 마음의 의지를 조금씩 모아보고 싶어진다. '부엔 까미노'의 글과 다양한 산티아고 길의 사진들을 보면서 말이다. 

'부엔 까미노'는 프랑스의 사진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작가가 직접 걸어보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담담히 전하고 있다. 순례 길을 떠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떠나고 국적, 연령, 직업, 종교를 떠나 자신을 찾아가는 길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기에 더 자유로울 수 있고 그 길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산티아고로 가는 아홉 갈래 길에서 만나는 천 년여의 세월을 견딘 다양한 규모의 성당, 수도원들의 모습은 종교를 떠나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경이롭게 느껴진다. 천 년 전에 산티아고 길을 떠났던 순례자들의 길을 천 년 후에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은 가슴 뭉클하게 느껴진다. 길고 긴 세월동안 그 길을 걸었던 모든 사람들의 사연을 상상해보며 그 길을 언젠가는 걷고 있을 나를 그려본다. 

'부엔 까미노'는 다른 산티아고 여행서 하고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여행서 대부분 겪은 경험들을 위주로 전하고 있다면 이 책은 좀 더 사색적이고 정적이다. 산티아고로 가는 아홉 갈래의 길을 소개하면서 그 길들에 대한 작가가 느끼는 감성을 조용하고 차분한 음성으로 전하고 있어 산티아고의 길을 떠난다는 것이 결코 떠들썩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좀 더 진지하게, 좀 더 단순하게 삶을 바라보고 온전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되는 여정일 것 같아 차분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조용하고 내면적인 산티아고 길을 떠나는 순례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길고 긴 여정을 보내고 있는 산티아고의 길들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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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
알바로 무티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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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마크롤 가비에로이고 국적불명의 모험가이며 그를 사랑했던 세 명의 여자에게 '좋은 연인'이였다. 그는 대책 없는 방랑기질을 지녔고 무모하고 허황된 계획에 쉽게 빠져드는 사람이다. 막연한 기적과 행운으로 필요로 하는 헛된 계획에 자신을 건다. 그러나 그는 결코 사업에 연연해하지도 않고 돈에 구속되지도 않는다. 그저 또 다른 모험을 향한 방편일 뿐이다. 금단의 자연 속으로 사람들의 손이 타지 않은 광활한 자연을 향해서 불가능한 꿈을 꾸며 끊임없이 떠돈다. 항상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끊임없이 사색에 잠기며 그를 둘러싼 모든 상황에 초연함을 잃지 않는다. 그는 함께 있을 때는 조용하면서도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사람 특유의 존재감을 보이지만 그가 떠나고 나면 그는 바람처럼 느껴지는 사람이다.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은 작가 알바로 무티스의 분신인 마크롤 가비에로를 통해 작가의 세계관과 꿈꾸는 삶을 보여준다. 모험을 떠나 방랑자의 삶을 살고 싶었지만 현실의 그는 떠날 수 없었고 대신 마크롤 가비에로를 통해 모험에 대한 열정과 꿈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콜로비아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대부분을 덴마크에서 자랐고 후에도 유럽 여러 곳에서 살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 속에는 유럽에 대한 향수가 묻어 있고 마크롤의 모습에서 국적불명의 방랑자의 모습을 그린다. 어느 나라, 장소, 시대에서 속하지 않은 인물로 그려진다. 이 책에는 세 편의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이 실려 있고 각기 독특한 색채감을 지닌다. 물에서 시작에서 산맥을 걸쳐 도시에서 또 다시 물로 이어지는 모험의 연속이다.

일주일 동안 이 책하고 길고 긴 연애를 한 기분이다. 마음이 완전히 간 것은 아닌데, 자꾸 돌아보게 만든다고나 할까....... 마크롤 가비에로가 선택한 삶을 전적으로 이해는 못하겠지만 자꾸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그의 삶 또한 만만치 않은데, 그 삶을 자신의 몫으로 생각하는 마크롤 가비에로의 의연함에 살짝 손을 잡아 주고 싶다. 작가 알바로 무티스의 글을 읽다보면 어느 문장에서는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기억하고 싶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어진다. 그가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의 일생'을 비롯한 여러 책들을 수없이 읽고 사색에 잠겼듯이, 이 책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을 곁에 두고 문장들을 읽고 또 읽고 싶어진다. 그가 꿈꾸었던 모험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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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아이들
양석일 지음, 김응교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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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가 겁났지만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책을 덮고 싶었고 시간을 돌려 읽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만큼 내용은 무자비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실은 삶 자체가 고통이고 더 이상 '악'은 없을 것만 같은 어른들의 추악함에 화가 치밀기도 했고 무방비로 지옥같은 삶을 견디어 내야 하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이 났다. 정녕 현실 일까봐 두렵고 현실일거라는 생각에 분노가 생기고 현실이라는 생각에 깊은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어둠의 아이들'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해외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곳, 타이에서 일어나는 아동 인신매매와 아동매춘, 장기이식수술로 희생되어 가는 아이들의 비참한 실상을 일본인 NGO 활동가 게이코와 특파원 히로유키가 알게 되고 조사해 들어가면서 그 실체는 점차 드러나기 시작한다. 더구나 일본 어린이의 장기 이식수술을 위해 타이 어린이의 생명이 밀매되고 희생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어둠 속의 아이들을 취재하게 되면서 온갖 위험에 빠지게 되고 무차별적인 폭력 앞에 위축되게 되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게이코와 히로유키는 갈등하게 되고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에 놓이게 된다.  

반복되어 대물림되는 가난에 자신들의 아이들을 직접 파는 부모들과 판돈으로 중고 가전제품을 사고는 좋아하며 딸이 효도했다고 생각하는 부모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여덟 살에 팔려가 모진 폭력적인 행동과 행위에 내몰리는 센라와 같은 아이들이 수도 없이 많고 정부, 경찰, 부모가 합세하여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는 사실에 처음엔 분노와 눈물이 나왔고 곧이어 무력한 현실이 끔찍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세상에 확실히 알리기 위해 작가는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고 한다. 그러한 묘사는 너무 끔찍했고 처참했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추악한 어른들이 요구대로 상상도 할 수 없는 행위를 배우고 익힌다. 그러지 않으면 굶주림과 폭력의 보복이 돌아온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게 되고 반복적으로 표정을 지운 채 행위를 한다. 그러다 마지막은 부자의 나라에서 온 아이의 건강을 위해 희생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져오고 있고 우리의 아이들은 어둠 속에서 아무런 희망도 삶의 밝음도 보지 못한 채 십대에 에이즈로 죽어가는 것이다. 어둠의 아이들에게는 단 두 가지의 선택밖에 없다. 매춘을 하다 에이즈로 죽거나 장기를 이식하고 죽느냐 하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는 현실이 무섭다.  

게이코와 히로유키에게 닥친 아이들의 비참한 현실은 두 사람의 의견의 차이를 보이게 되고 두 사람은 각자의 선택을 하게 된다. 자신이 있을 곳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며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며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이코와 이 나라 사람들의 문제는 이 나라 사람들이 해결해야 한다고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권유하는 히로유키의 의견과 선택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분노에 분노를 하면서 읽었지만 슬그머니 히로유키의 생각에 더 마음이 가고 그 편으로 슬그머니 서고 싶어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악질적인 일일 뿐이라고 외면하고 싶어진다. 귀 막고 눈 막고 ....... 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하는 직접적인 고민을 해야 하고 게이코 말대로 한 아이라도 구할 수 있을 때 구해야 한다. 일부 어른들의 추악한 욕망과 악질적인 폭력 앞에서 어둠의 아이들에게 밝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원초적인 고민 앞에 한숨이 나오고 무기력해진다. 하지만 한 어른이 이렇게 포기한 순간에 아이들은 어둠에 내몰린 채 끔직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추악한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의지를 끌어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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