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지
니콜라 파르그 지음, 이혜원 옮김 / 뮤진트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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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인도양의 오지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디에고 수아레즈에서 자신들의 기울어져 가는 운명을 비열함과 속물적인 근성을 세련됨으로 포장도 하고 때론 연민에 빠져 허우적 대기도 하는 세상 끝의 종착지의 이야기이다.   

국제 인권기구에서 파견된 냉소적이고 다소 불안한 정신을 감추고 사는 인물 필립을 중심으로 필립의 천방지축 어시스턴트이자 속물청년인 모리스, 자신이 살아 온 모든 것을 버린 채, 마다가스카르 출신의 여자를 따라 삶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고국을 떠나온 모리스는 인도양 오지에서 배신을 당하는 인물이다. 그저 막연한 마다가스카르의 환상을 가지고 떠나 온 젊은 여자 마틸다, NGO 현지 감독이자 애인을 위해 공금을 횡령하는 에르베와 마음 둘 곳을 잃은 그의 아들 르낭 등 조금씩 주류에서 벗어나 정처 없이 떠도는 인물들이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면서 숨겨 온 속물적 근성을 드러낸다. 또한 그러한 그들을 바라보는 콤플렉스와 적의에 가득 찬 원주민들은 바자(마다가스카르에 거주하는 프랑스 남자)를 통해 한탕을 노리고 인생역전을 꿈꾼다. 두 세계 속에서 사는 이방인들과 원주민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서로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관계 속에 놓여 있게 된다.

'종착지'는 작가가 4년간의 마다가스카르 체류한 경험을 토대로 쓰여 진 소설이다. 옛 식민지의 빈곤한 곳에서 백인사회에서 밀려난 백인들이 원주민들을 상대로 우월감을 느끼며 떠나지도 못하면서 떠남을 꿈꾸고, 머물면서 환멸을 느끼는 곳에서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친절하지 않다. 오히려 인물들의 노골적인 속물근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신랄함을 보여준다 어느 부분에서는 인간의 치졸함의 끝은 어디일까 싶은 생각이 들어 다소 불쾌한 감정도 느끼게 한다. 한데 또 그러한 부분들이 우리가, 내가 지닌 약점인 것 같아 슬쩍 연민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듯 '종착지'의 인물들은 유쾌할 때도 다소 슬프고, 슬프고 어이없을 때도 다소 경련 일으키는 미소가 지어진다. 내칠 수도 보담을 수도 없는 그 곳 마다가스카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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